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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Ecology & Exploratory

컨트리 뮤직 메들리 _ 하늘 높이, 오틸리아 포르틸로 파두아 감독

그냥_ 2019. 10.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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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경쾌한 컨트리 음악 같은 다큐멘터리입니다. 현란하면서 푸근한 중저음의 기타 소리, 늘어난 테이프처럼 몸을 기대게 만드는 나무의자, 붉은빛과 노란빛이 연인처럼 뒤엉켜 펼쳐지는 노을, 희끗희끗한 덥수룩 수염의 다소 마초적인 할아버지의 느낌입니다. 하늘을 나는 새들의 자유로움과, 새들이 살아 숨 쉬는 자연의 평화로움과, 그들을 관찰하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37분간 잔잔한 메들리처럼 흐릅니다.

 

 

 

 

 

 

 

 

'오틸리아 포르틸로 파두아' 감독,

『하늘 높이 - 국경의 철새들 :: Birders』 입니다.

 

 

 

 

 

# 1.

 

우리말 제목은 <하늘 높이 - 국경의 철새들> 입니다만 원제는 <Birders> 입니다.

Bird + er + s. 직역하자면 '새... 사람' 쯤 되려나요? 

 

접미사 '-er'은 행위자를 의미합니다. manager, player, employer 등 대부분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영단어들은 행위를 직접 의미하는 동사나 명사 뒤에 접미사를 붙여 만들게 됩니다. 반면 'bird'는 그냥 '새'죠. 애초에 명사인 데다 행위를 떠올리기에 어색한 단어입니다만 그럼에도 새를 보러 다니는 사람들을 'birdwatcher'가 아니라 'birder'라 부릅니다. 이들은 그냥 '새 사람'이라는 거죠.

 

사람에 주안점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참 적절한 단어라는 생각입니다. 새를 '구조'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보호'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번식'시키는 사람들도 '연구'하는 사람들도 아니죠. 심지어 새를 '관찰'하는 사람조차 아닙니다. 그저 '새+사람'이죠. 물론 영화에서는 편의를 위해 새를 보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탐조객探鳥客'으로 번역하고 있긴 합니다만, 전 '새 사람'이라는 원어가 훨씬 더 와 닿는군요.

 

 

 

 

 

 

# 2.

 

영화 얘기는 안 하고 웬 생뚱맞은 소리를 하나 싶으신가요? 의아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 이 부분이 영화가 주는 가장 강렬한 인상과 통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찰'이라는 행동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주체가 대상을 분석적으로 주시하고 평가한다는 통상적인 정의에서의 관찰은 적어도 여기엔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의 '관찰'은 대상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감각에 훨씬 가깝습니다. 대상의 옆에 나의 시선을 놓아둔다는 느낌입니다. 이들에게 있어 '본다'라는 행위는 그런 감각을 증명하는 과정에 불과해 보입니다. 겸허한 사람들입니다. 겸손한 영화입니다.

 

 

 

 

 

 

# 3.

 

손 위에 올라앉은 각양각색 새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숨길 수 없는 흐뭇한 웃음이 입가에 맴돕니다. 생전 처음 보는 새들에게서 설명할 수 없는 반가움을 느낍니다. 꼬마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과, 고사리손으로 그린 알록달록한 그림들과, 새의 움직임에 일사불란하게 돌아가는 망원경과, 평생의 소원이었다 말하는 할머니의 소녀 같은 표정이 미소 짓게 합니다. 북미 대륙의 모든 철새들이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지대로 모여 무리를 이루는 모습은 장관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치적이거나 현학적인 메시지 없이 분위기만으로 끌고 간다는 점 역시 좋습니다. 마음만 먹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었을 텐데요. 국경의 장벽을 넘는 새들과 대조해 가며 트럼프의 정책을 비판한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죠. 하지만 말씀드린 대로 영화는 그러하지 않습니다. 마치 birder들이 그저 새와 같은 공간에 자신을 살포시 놓아두듯, 감독 역시 이런 존재들이 있는 공간에 카메라를 다소곳이 놓아둡니다. 정갈하고 클래식한 맛이 좋군요. '오틸리아 포르틸로 파두아' 감독, <하늘 높이 - 국경의 철새들> 이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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