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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Humanism

꺼졌으면 좋겠네 _ 람다스, 고잉 홈, 데릭 펙 감독

그냥_ 2019. 9. 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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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솔직히 '람 다스'가 누군지 모릅니다. 하버드대 교수였다는 데 어디 가봤어야 알죠. 대충 구글 신께 물어보니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깨어난 영적 지도자라 그러네요. 영혼도 누가 지도해줘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前 직업이 교수였다니 직무 특성을 살렸나 보군요. 여튼 그러려니 하겠습니다. 이 양반이 이 다큐멘터리 이전에 어떤 작업을 어떤 태도로 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관객의 알바가 아니죠. 따라서 전 이 다큐멘터리에 드러난 인상을 바탕으로만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데릭 펙' 감독,

『람다스, 고잉 홈 :: Ram Dass, Going Home』 입니다.

 

 

 

 

 

# 1.

 

까놓고 말해서 좀 꺼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약쟁이 노인네가 뇌졸중으로 오늘내일하다가 살아난 후 현타가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살고 싶은 데로 살다가 훅 갈 뻔하고 났더니 아찔했나 보죠? 뷰가 끝내주는 저택에서 휠체어 타고 다니면서 간병인인지, 추종자인지 모를 사람들 둘둘 감고 다니며 물장구치면서 "뇌졸중은 은총이었다..."는, 뇌졸중으로 고통받고 있을 당사자들과 그들의 가족이 들으면 허파 뒤집어질 미친 헛소리를 하는 영감탱입니다. 이 개소리 한마디 덕분에 이어지는 모든 말들은 아무리 화려하고 아름다운 형용에 기댄다 하더라도 모조리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합니다. 이 새X가 장난하나, 지금.

 

 

 

 

 

 

# 2.

 

자기애가 넘쳐 줄줄 흐르는 인간이 죽기 직전이 되고 보니까 다음 세상이 또 있다는 말을 듣고 싶었나 봅니다. '난 죽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존재할 거야!'라는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이 그의 관심을 동양 사상으로 이끌었다는 인상을 지우래야 지울 수가 없습니다애초에 동양 철학에서의 윤회 사상의 본질은 '아싸! 나 안 죽음! 또 살 수 있음!'이라는 축복적 성격이라기보다는, 순환하는 동안의 업보를 짊어지고 갚아나가야 한다는 거대한 족쇄에 가깝다는 걸 생각할 때 주인공의 헛소리들은 참고 들어주기가 힘들죠.

 

30분에 걸쳐 그럴싸한 말들을 쏟아내지만 알맹이가 있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전반적으로 너무 수다스럽습니다. 차분해 보이는 듯한 목소리를 한 꺼풀 벗겨내고 나면 흘러나오는 내레이션의 어투는 상당히 격앙되어있고, 연설적이며, 선전적이고, 감정적이며, 과장되어 있습니다. 지금 그런 방식으로 전달하는 주제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닐 텐데요?

 

자연스러운 삶과 죽음의 수용을 이야기하면서 병원에서 진맥을 받는 장면은 실소를 금할 수 없게 합니다. 내면의 평화를 이야기하면서 전동 휠체어에 추종자들 둘둘 감고 따뜻한 남태평양 어딘가 스러운 맑고 깨끗한 물의 해수욕장에서 물놀이 첨벙첨벙하는 팔자 자랑을 하며 다큐멘터리는 마무리됩니다. 아니 씨발 이게 뭐야!!

 

 

 

 

 

 

# 3.

 

전 종교는 없습니다만 구태여 배타적이지는 않습니다. 하나의 문화로서 역사로서 사고방식이자 철학이자 때론 취미로서 어떤 방식으로든 존중하죠. 종교가 지향하는 가치들과 그 가치로 바라보는 세상의 변두리에 서서 구경하며 노니는 걸 즐깁니다. 때문에 종교적 지도자들이니 하는 사람들을 싫어할 이유 역시 하나 없죠. '프란치스코' 교황님 멋있잖아요, '성철' 스님 말씀들 얼마나 좋나요.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서양애들이 오리엔탈리즘을 수박 겉핥기하며 장사질을 하는 동안 그걸 수천 년간 쌓아온 우리는 '쟨 뭐야?'라며 시큰둥하게 바라보는 느낌입니다. 비웃게 된달까요. 적어도 이 다큐멘터리에서만큼은 전반적으로 타 문화의 철학적 사유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기보다는 필요에 의해 훔쳐간 느낌이 훨씬 강합니다. '동양'이라는 유니크한 디자인의 명품백과, '종교'라는 돼지 목의 진주 목걸이와, '철학'이라는 고가의 시계를 둘둘 감고서 책 쓰며 완장질 하는 딱 그 느낌 말이죠. 어지간하면 다큐멘터리에는, 특히나 전기적 다큐멘터리에는 혹평을 잘 안 하는데요, 그럼에도 이건 아주 개 같고 좋네요. '데릭 펙' 감독, 『람다스, 고잉 홈』 이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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