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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구찌 장바구니 _ 거짓말의 발명, 리키 제바이스 감독

그냥_ 2020. 2. 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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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명품 가방을 장바구니로 쓰는 듯한 영화입니다. 포르셰 사서 동네 마실만 도는 영화입니다. 다금바리를 잡아 어묵을 만들고 해외여행 가서 한식당만 다니는 영화입니다. 누군가는 부잣집 지하실에 사람이 산다는 가벼운 설정만으로 오스카와 칸을 동시에 연성해내지만, 누군가는 거짓말이 없는 세상이라는 거창한 아이디어로 이런 한심한 결과물을 내기도 합니다. 감독의 손에 우연찮게 진주 목걸이가 쥐어졌지만 걸고 보니 안타깝게도 돼지 목이었습니다.

 

 

 

 

 

 

 

 

'리키 제바이스', '메튜 로빈슨' 감독,

『거짓말의 발명 :: The lnvention Of Lying』 입니다.

 

 

 

 

 

# 1.

 

재미없기가 어려운 소재입니다.

 

거짓말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나만 거짓말을 할 수 있으며 그 거짓말은 모든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의심받지 않는다라는 설정은, 적어도 문명 이후의 사회에서라면 절대자의 권능과 다르지 않은 파괴력을 가집니다. 본능적 욕망을 자극하는 압도적인 직관성을 가지면서도 상상력이 허락하는 한 얼마든지 과격한 변주가 가능한 아이템이죠. 영화였기에 그나마 '거짓말의 발명'이라는 무난한 제목이었지 라노벨이었다면 '현실에선 별 볼 일 없는 삼류 작가였던 내가 이세계에선 신이 되어버린 건에 대하여 part. 2' 였을 거구요,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은 높은 판매고에 좌절을 느낀 순수문학 작가들은 연이어 절필을 선언했을 테죠.

 

이 기똥찬 아이템으로 상상력과 완성도 모두 처참할 정도로 빈곤한 결과물을 만들고 맙니다. 감독이 제시하는 설정들은 상식적이고 직관적인 의문을 거의 하나도 극복하지 못합니다. 거짓말로 인한 에피소드 역시 대부분 유아적이고 단편적이며 무신경하죠.

 

 

 

 

 

 

# 2.

 

일례로 영화는 문학적이고 수사적인 표현이나 상황의 맥락을 감안한 표현의 조절. 즉 '디자인'을 '거짓말'로 규정하는데요. 감독의 설정 대로라면 복식에 디테일이 있어선 안됩니다. 복장의 양식이라거나 상황에 따른 드레스 매너라는 게 성립할 수 없는 세상이니까요. 부들부들한 잠옷이 편안한 사람이라면 어딜 가든 '솔직'하게 편안한 잠옷을 입고 돌아다녔어야 합니다. 사무실을 가득 메우고 있는 온갖 사무용품들 역시 철저히 기능과 사용성 입각한 이세계 물건으로 대체되었어야 앞뒤가 맞죠.

 

고작 한다는 게 은행에서 돈 몇 푼을 가져 나오고 처음 보는 여자랑 섹스 한번 하고 친구랑 덤 앤 더머식 말장난을 하는 게 전부입니다. 주인공이 작가여서 생기는 의외성을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손쉽게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직업을 작가로 설정한 것에 훨씬 가깝습니다. 넘어져야 하면 돌부리를 깔아놓고, 급전이 필요하면 부자 친구를 준비해두고, 이동이 필요하면 눈앞에 택시가 와서 서는. 그런 식의 무책임한 시나리오들과 같은 접근 방식이죠.

 

 

 

 

 

 

# 3.

 

빈곤한 상상력으로 간신히 버티던 영화가 결말에 다다르면 나태함이 폭발하기 시작합니다.

절정부를 기독교 레퍼런스에 꼬라박아 버리거든요.

 

기껏해야 '데이브 샤펠'이나 '빌 버' 같은 염세주의적인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이 쇼 중간쯤의 아이템 하나 정도로 소비될 법한 우스갯소리를 피자박스를 들고 대단한 이야기라도 펼쳐놓듯 뿌리는 걸 보면, 그 권능을 가지고 고작 저것밖에 할 수 없는 거야? 라는 답답함이 터져 나오지 않으래야 않을 도리가 없죠.

 

글쎄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만 때 묻은 흰색 러닝셔츠에 멜빵이 달린 청바지를 입은, 한 손엔 샷건을 을러멘 채 픽업트럭을 몰고 있는 미국 남부에 거주 중인 거구의 백인 마초들을 위한 영화라는 인상입니다. 낮은 학력 수준에 반비례하는 터무니없이 높은 황당한 자의식과,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한 강박적이고 배타적이고 원리주의적이며 보수적인 성향이 영화를 짙게 지배하고 있다는 인상이랄까요. 돈과 섹스, 술과 직장 생활의 성공 정도의 직관과 본능의 영역으로만 풀어내는 낮은 차원의 서사와, 영화의 아이템과 아무런 상관없이 너무도 주요한 지점을 너무도 부하게 차지하고 있는 기독교 아이템들이 주는 불편함은 이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기에 충분합니다. '리키 제바이스', '메튜 로빈슨' 감독, <거짓말의 발명>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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