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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학생출입금지 _ 착한 사람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조중건 감독

그냥_ 2023. 7.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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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그때의 나는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었을까.

 

 

 

 

 

 

 

 

조중건 감독,

착한 사람은 거짓말하지 않는다』입니다.

 

 

 

 

 

# 1.

 

애매합니다. 이야기는 분노를 일정하게 독려하는 방향으로만 흘러갑니다. 메시지는 제목의 역설에 과도하게 집착합니다. 인물 구도는 도식적이고, 선악 관계는 이분법적입니다. 감상의 대부분이 각자의 '어떤 선생'을 떠올리며 성토하거나, 혹은 교사를 이런 식으로 싸잡아 매도하지 말라 두둔하거나의 이지선다라면 분명 문제가 없다 할 순 없는 거겠죠. 영화를 보는 동안 작품 자체의 내러티브보다, 씨발... 그 새끼 아직 잘 살까?라는 식의 PTSD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건 관객에게도 감독에게도 서글픈 일임에 분명합니다.

 

다양한 층위의 다양한 요소들이 동원됨에도 그래서 이 영화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라는 명확한 방향성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은 크게 아쉽습니다. 교사 유미의 모순이 합리화되는 동안의 에너지가 작품을 견인하는 것도 아니구요. 학생 중건의 내적 변화로 인한 드라마가 작품을 확실히 통제하는 것도 아니죠. 그렇다고 시스템의 부재나 허점을 꼬집어 풍자하는 것이냐 하면 그러지도 못합니다. 다른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을 동시에 풀어내기엔 20분이라는 볼륨의 한계부터가 너무 치명적입니다.

 

 

 

 

 

 

# 2.

 

이사장과 교사의 회의실이라거나, 유미와 말썽꾸러기 학생들 간의 관계를 통해 수직적 역학 관계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지적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지만, 폭력의 상하관계가 병렬적으로 전시되어 있기만 할 뿐 통찰로 이어지지는 못합니다. 영화 전체를 도식화해 우화로 만들고 싶었다면 시스템의 모순이 폭로되는 지점이 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기에 일련의 분량은 모두 사족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교사 유미는 영화의 중심에 있는 인물입니다. 작품은 유미가 어림짐작하는 구간과, 적극적으로 모함하는 구간으로 구분된다 할 수 있을 정도로 플롯을 지배하는 캐릭터라는 것이죠. 모든 모순을 짊어진 인물이자 유일하게 서사 속에서 변화를 경험하는 인물임에도 그녀에 대한 묘사가 충분하다는 인상은 매우 옅습니다. 도입에서 중건을 지목하는 데 대한 설득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모순에 흔들리는 지점의 묘사도 충분치 않다 보니 마냥 미운 괴물이 되고 말았죠.

 

만약 유미를 중건에게 들이닥친 저항할 수 없는 시스템적 모순의 의인화처럼 다루고 싶었다면, 아싸리 화면 밖으로 몰아내는 편이 나았을 겁니다. 목소리만 화면을 침범하는 상황에서, 중건 혼자 프레임 안에 고립시켜 놓고 그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유미가 평범하게 비겁한 어른이 아니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괴물이 되어버리는 순간. 관객 역시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한다거나 스스로의 비겁함을 자백한다거나 하는 식의 감상으로부터 멀어지고 맙니다.

 

그리고 그만큼. 도식적인 부차적 캐릭터들이 어설프게 개입되는 만큼, 불분명한 포지션의 유미가 영화를 잡아먹는 만큼 중건의 이야기는 앙상해지고 흐릿해집니다. 유미가 모순을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중건은 가장 드라마틱한 심정적 변화를 경험하는 주체이지만 그의 감각이 충분히 전달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쉬움이 남다 보니 이 영화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다만,

 

 

 

 

 

 

# 3.

 

대개의 단편 영화가 그렇습니다. 독립 영화라면 더욱 그러하고 학생 영화라면 더더욱 그러하죠. 어딘가 어색하거나 둔탁하거나 모호한 게 되려 자연스럽달까요. 따라서 전반적인 완성도가 두텁게 요구되는 보통의 장편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기준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론 딱 하나. 어떤 특별한 순간의 특별한 감동을 하나 찾아낼 수만 있다면 충분히 훌륭하다 생각하는데요. 이 영화는 그런 장면을 분명 가지고 있습니다. 다목적실의 장면들이죠.

 

'다목적'이라는 이름이 주는 서늘함은 감각적입니다. '학생출입금지'라 적힌 명패는 학생은 그런 곳에 들어가선 안된다는 인식을 중의적으로 표현합니다. 가득 쌓인 뒤집힌 의자들은 모순된 학교, 모순된 교실을 상징합니다. 위로 날카롭게 뻗은 책상다리는 하나하나가 강한 단절과 좌절을 상징하는 창살처럼 보이죠. 문을 등지고 벽을 보게 만드는 책상 배치의 불쾌감도 사소하지만 디테일합니다. 낙서의 도구가 펜이 아니라 무언가를 지우는 데 쓰는 화이트라는 것도 영화 전반에 걸친 역설의 이미지에 기여합니다.

 

어두운 다용도실에 새어드는 빛은 공간의 미장센을 완성시킵니다. 한 아이의 인생에서 선량함, 교육, 정직성, 용기 따위의 가치들에 대해 거대한 변곡점이 되는 순간이며, 그것이 비가역적이라는 것을 창밖의 순수한 표정의 친구들로 대비시키는 연출은 근사합니다. 이를 통해 영화를 보고 있을 무수히 많은 지금의 나들에게, 그때의 나는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었을까를 돌아보게 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는 단편이라 할 수 있겠죠.

 

'착한 사람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말이 되려 거짓말을 압박하는 역설. 그 행간에 숨은 '착한 사람은 완벽한 거짓말을 해야 한다'라는 것을 넘어 '착한 사람은 누군가가 원하는 거짓말을 해야 한다'라는 씁쓸한 깨달음은 고유의 여운이 있습니다. 조중건 감독, <착한 사람은 거짓말하지 않는다>였습니다.

 

# 4. 등장인물을 개인이 아니라 집단으로 읽히게 만드는 영화라는 점에서 교사를 깎아내리는 것이 위험해 보이긴 합니다만, 동시에 그래서 어릴 때 저런 비슷한 경험 없는 사람 있냐? 라는 서늘한 조소 앞에 할 말을 잃게 되는 것도 어쩔 수는 없군요.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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