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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Animation

근본으로의 회귀 _ 러브, 데스, +로봇 시즌 3

그냥_ 2022. 5.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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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회초리의 효과는 굉장했다!!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러브, 데스 + 로봇 시즌 3 :: Love, Death + Robots Vol. 3』입니다.

 

 

 

 

 

# 1.

 

어울리지 않게 15세로 간을 봤던 지난 시즌은 결국 혹평으로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⑴ 스타일리시한 화풍과 다이내믹한 액션으로 빚어낸 뛰어난 영상미. ⑵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아이템을 과감하게 동원하는 참신한 서사. ⑶ 허무와 냉소를 테마로 한 철학적 주제의식이라는 세 축이 모조리 흔들리며 죽도 밥도 아닌 시즌이 되고 말았다 말씀드린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로튼 50%가 무너지며 회초리를 세게 맞은 효과가 굉장했나 봅니다. 전 시즌에 훼손된 평판을 복구하려는 듯 첫 번째 시즌에서 호평받았던 장점들을 노골적으로 답습합니다. 특히 호러와 액션 묘사는 그 이상의 매운맛으로 승부하고 있죠. 관객과 만나는 첫 번째 에피소드로 <세 대의 로봇>의 후속 편을 고스란히 가져온 것은 이번 시즌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가 선언하는 셈입니다.

 

이외의 작품들 역시 기계적으로 1:1로 대응하고 있다 봐도 무방합니다. <세대의 로봇: 출구 전략>을 볼 때면 <세 대의 로봇>의 위트가, <나이트 오브 미니 데스>를 볼 때면 <아이스 에이지>의 스타일이, <스웜>을 볼 때면 <독수리자리 너머>의 그로테스크가, <히바로>를 볼 때면 <목격자>의 퇴폐미가 자연스레 연상되는 식이죠.

 

 

 

 

 

 

# 2.

 

편수는 전 시즌과 비슷한 9화입니다만 스팩트럼은 눈에 띄게 넓어졌습니다. 18화였던 첫 번째 시즌의 절반밖에 되지 않음에도 스타일의 볼륨이 부족하다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겠죠.

 

<세 대의 로봇>이나 <메이슨의 쥐>와 같은 무난한 3D 애니메이션에서부터, 독특한 화풍과 색감의 조화로 승부를 본 <강렬한 기계의 진동을>과 <킬 팀 킬>, 실화풍의 디테일과 퀄리티로 정공법을 펼친 <어긋난 항해>와 <스웜>과 <아치형 홀에 파묻힌 무언가>, 미니어처 뷰로 장르를 재해석한 <나이트 오브 미니 데스>까지 시각적 만족감이 풍부합니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 <히바로>의 경우 스타일 자체만으로도 성취라 할 수 있을 정도의 결과물을 뽑아내고 있죠.

 

하나같이 수위에 자비가 없는 작품들입니다만, 첫 번째 시즌에서 묻어났던 불필요한 집착은 역으로 덜어낸 듯한 인상도 있습니다. 과격한 폭력 묘사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표현이 지금 필요한가?'라는 느낌이 드는 장면은 거의 없달까요. 단순히 성공 공식을 가져온 것만은 아니라는 뜻인 거겠죠.

 

 

 

 

 

 

# 3.

 

패트릭 오스본 감독의 <세 대의 로봇: 출구 전략>에서는 멸망한 인류의 흔적을 현장 학습하던 반가운 로봇들이 다시 등장합니다. 특유의 냉소적인 농담을 곁들여 인류의 어리석음을 조롱하는 블랙코미디는 여전하죠. 전반적으로 전작과 같은 톤 앤 매너로 일관하고 있습니다만, 메시지에서만큼은 조금 더 노골적이라 해야 할 겁니다. 감독이 하고 싶은 말 대부분을 삼각뿔 로봇의 대사로 처리하고 있는데요. 얄밉게 돌려 까던 맛이 줄어들었다는 점은 아쉽다 해야겠네요. 물론, 결말의 고양이와 일론 머스크 드립만큼은 여전히 유쾌합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어긋난 항해>는 압도적인 해양 크리쳐 앞에서 생존을 위해 갈등하고 반목하는 인물들을 다룬 스릴러입니다. 아무래도 영화 <하트 오브 더 씨>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에식스 포경선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봐야 할 겁니다. 한 명 한 명씩 희생되는 선원들과, 기름을 얻기 위해서라는 항해의 목적과, 압도적 크기의 괴물의 존재 등은 노골적이죠.

 

간결한 맛이 매력인 엔솔로지에서 유일하게 런타임 20분이 넘어가는 작품인데요. 충분히 그 정도의 공간을 부여받을만한 가치가 있음을 스스로 증명합니다. 과격하면서도 작위적이지 않은 크리쳐 디자인과 박력, 힘과 명분에 따라 뒤엉키는 인물 간의 갈등 서사, 관객도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몰입도 높은 심리 게임과, 충격적이지만 질척거리지 않는 반전과, 감독 이름값을 증명하는 드라마틱하고 스타일리시한 영상미, 클라이맥스의 아슬아슬한 액션의 파괴력,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특유의 카리스마로 끌고 나가는 주인공 등 어느 쪽으로 즐기더라도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에밀리 딘 감독의 <강렬한 기계의 진동을>은 갈릴레오 위성 중 하나인 이오를 탐사하던 비행사가 겪게 되는 초현실적 모험기입니다. 직전 에피소드와 대비되는 만화적 화풍입니다만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독창성과 미려함이 있는 작품이죠. 황홀하다는 말조차 부족할 듯한 이오의 전경 위에서 인식의 경계가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감각적으로 그려냅니다. 주인공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작은 돌멩이 하나가 드넓은 우주에 떨어지는 것만 같은 순간의 파동이 목소리가 되어 저 멀리 우주선에 도달하는 감각은 이 영화가 애니메이션이어야 하는 이유를 압도적인 설득력으로 증명합니다.

 

 

 

 

 

 

# 4.

 

로버트 비시 & 앤디 라이언 감독의 <나이트 오브 미니 데드>는 취저 1. 좀비물에 미니어처 뷰를 접목시킨 작품입니다. 에피소드의 성취는 단연 상반된 방법론의 접합이라 해야겠죠. 꿈도 희망도 없는 디스토피아를 위트 넘치는 톤으로 묘사합니다. 공멸로 귀결되는 전 지구적 재난은 한 손에 들어올 듯한 미니어처로 구현합니다. 끔찍하고 자극적인 폭력은 최대한 말랑말랑하고 귀엽게, 웅장한 상황 전개는 가볍고 날렵하고 빠르게 묘사합니다. 의도적으로 미스매칭 된 스토리와 표현의 격차가 만든 예상치 못한 독특함은 이 짧은 단편이 앤솔로지에서 점유하는 위치를 분명히 하죠.

 

제니퍼 여 넬슨 감독의 <킬 팀 킬>은 첫 시즌의 <무덤을 깨우다>나 <사각지대>와 같이 쉬어가는 목적의 호쾌한 장르물입니다. 다양한 세계관과 메시지와 맥락과 패러디와 풍자를 즐기느라 피곤해진 뇌를 잠시 쉬게 만드는 작품이랄까요. 무자비하게 갈아내는 액션과, 상황과 상반되는 유머러스한 분위기와, 시간을 연료 삼아 태우듯 몰아붙이는 속도감이 매력적인 단편이라 해야겠군요.

 

팀 밀러 감독의 <스웜>은 취저 2. 어긋난 항해의 꽃게를 초라하게 만드는 우주적 스케일의 크리처를 창조한 코즈믹 호러입니다. 러브, 데스 + 로봇에서는 첫 번째 시즌의 <슈트로 무장하고>처럼 블리자드의 냄새가 솔솔 나는 에피소드가 하나씩 있는데요. 이 시즌엔 이 녀석이군요.

 

<스웜>을 보고 <스타크래프트>가 생각나지 않았다 말한다면 적어도 한국인은 아닌 거겠죠. 욕망을 대변하는 인간과 우아하고 기술 지향적인 우주인과 타 종족을 집어삼켜 진화하는 집단 사고의 군집체라는 구도는 테란과 프로토스와 저그가 생각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징그럽고 평화로운 형용모순의 벌레들 사이로 자유롭게 유영하는 두 주인공을 따라가던 영화는 후반부 압도적인 폭력성을 선보입니다. 머리에 촉수가 박혀 말을 빼앗긴 미르니 박사의 그로테스크한 몰골은 충격적이죠. 압도적인 크기를 가진 검붉은 하이브 마인드와 그 앞에 서 있는 아프리엘 박사의 대조는, 디아블로 4의 시네마틱 <세명이 오리라> 앤딩 씬의 무릎 꿇은 라트마 앞에 선 핏빛 망토의 릴리트가 문득 생각나기도 합니다.

 

 

 

 

 

 

# 5.

 

칼로스 스티븐스 감독의 <메이슨의 쥐>는 세 대의 로봇과 유사한 톤의 적당한 풍자를 곁들인 말랑말랑한 애니메이션입니다. 물론 시리즈의 전통대로 난자하는 고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요. 직접적인 연관관계는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첫 번째 시즌의 <쓰레기 더미>가 함께 생각날 밖에 없을 듯한데요. 쓰레기장 운영하던 영감이 돈 벌어서 농장을 열었나 상상하면 썩 유쾌합니다.

 

이 단편의 매력은 역학 구도의 역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압도적인 기계 크리처 앞에 놓인 인류의 저항이라는 보편의 구도를 역전시키는 것이죠. 그렇다고 기계의 도움을 얻은 인류가 징그러운 쥐들을 학살하는 슬래셔 영화라기엔 정서는 또 갈려나가는 쥐들에게 연결합니다. 일련의 재해석은 언제나 자연을 극복하는 것으로만 대하던 인류의 관성적 역사관을 재고하게 만들죠.

 

제롬 첸 감독의 <아치형 홀에 파묻힌 무언가>는 봉인된 괴물과 현혹되는 인간의 구도 위에 펼쳐지는 신화적 감각의 코즈믹 호러입니다. 전반적으로 아이템의 클리셰를 충실히 따라가고 있어 이야기를 즐기는 류의 작품이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만, 대신 던전을 탐험하는 순간의 스릴과 마지막 크리처의 위압감, 스스로의 눈과 귀를 도려낸 주인공의 묘사 등을 감각적으로 즐기기에 편안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직접 구현된 것을 즐기기보다 작품 밖의 이야기들, 이를테면 던전에 봉인된 존재의 정체라거나 열린 결말의 해석에 따른 주인공의 선택이라거나 앞으로 남은 인류의 미래 등을 상상하는 데 최적화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네요.

 

알베르토 미엘고 감독의 <히바로>는 취저 3. 버릴 것 없이 뛰어난 작품들로 가득한 이번 시즌에서도 가장 뛰어난 성취는 이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스타일. 디자인. 방법론. 세계관. 질감. 장르. 메시지. 에너지. 서정성. 디테일. 사운드. 구도. 구성. 편집 등 모든 면에서 무시무시한 작품이랄까요. 그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성취는 역시 관객을 휘어잡는 폭발력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전체적으로 '데스'와 '로봇'에 치중되어버린 이번 시즌에서 사실상 홀로 '러브'를 전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시리즈 전체의 밸런스를 잡아버립니다.

 

# 6.

 

좋은 작품을 고르는 것이 빨랐던 전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은 거를 작품이 단 하나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취향만 맞다면 의심 없이 정주행을 달리셔도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한 작품만 봐야 한다면, 네. 히바로입니다. <러브, 데스 + 로봇> 시즌 3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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