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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내일도 날씨는 맑음 _ 병훈의 하루, 이희준 감독

그냥_ 2021. 8.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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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오염 강박과 공황 장애를 앓고 있는 병훈은 남들에겐 별일 아닌 숙제를 전쟁처럼 치러낸다. 하루의 끝에는 그를 위한 진짜 선물이 있었다. 병훈은 늘 가지고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제대로 보지 못했던 선물을 재발견하고 이 순간에 감사를 느낀다.

 

 

 

 

 

 

 

 

'이희준' 감독,

『병훈의 하루 :: Mad Rush』입니다.

 

 

 

 

 

# 1.

 

이희준 감독 작품입니다. 이희준이란 이름은 배우밖에 모르신다구요? 네, 그 사람 맞습니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병훈'의 하루입니다. 시나리오 특성상 메시지는 주인공을 묘사하는 방식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고 묘사의 완성도는 다시 배우의 연기력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담당한 배우가 바로! 이희준이죠. 감독도 하고 주연도 하는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사실상) 1인극이거든요.

 

# 2.

 

탁월합니다.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는 배우다운 연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이희준, 박희순, 정재영 배우를 참 좋아하는데요. 이들의 공통된 매력이라 한다면 디테일한 정서를 입체적으로 묘사하는 데 능하다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각 상황을 대표하는 정서를 짚어 규정한 후 스테레오 타입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복합적인 정서가 겹쳐 있는 순간에 고스란히 이입해 넓은 정서적 스팩트럼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능합니다. 붉게 충혈된 눈과 원하지 않는 행동을 억누르는 순간의 충돌과 각각의 정서에 따라 달리 표현되는 미세한 호흡 등은 놀랍기까지 합니다.

 

 

 

 

 

 

# 3.

 

병훈은 오염 강박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병훈은 오염 강박과 공황장애 환자다. 라고 말하는 게 보다 정확할지도 모르겠군요. 적어도 영화로 표현되는 병훈의 정체성은 대단히 단편적입니다. 편집증 환자가 전부죠. 하지만 정서는 풍부합니다. 감독으로서의 이희준이 이 인물을 어떤 상황 속에 던져 놓는가와, 배우로서의 이희준이 이 인물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가에 집중하는 경험이 썩 흥미롭습니다.

 

작품 내내 불안합니다. 짜증스럽고 갈등하고 있고 슬프기도 하고 미안해하기도 하죠. 자존심 상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견디기도 하며 자책하기도 하고 피로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매순간 숨을 고르려 노력하고 있고 희망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고 극복하기 위해 도전합니다. 불과 17분 동안의 짧은 백화점 나들이 동안 특별한 악당이 개입된 특별한 사건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풍부한 드라마가 구축됩니다. 이처럼 폭넓은 정서를 표현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배우의 개인기 덕이라 해야겠죠.

 

 

 

 

 

 

# 4.

 

대사 참 좋다는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감독은 병훈으로 구체화된 강박증 환자라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어쭙잖은 설명 대신 현실적이면서도 중의적인 은유로 대신합니다.

 

점원에게 건네는 엉거주춤한 억양의 "죄송합니다."

몇 번 미뤘던 엄마의 전화를 받자마자 울먹임을 참고 말하는 "날씨 좋다."

너무도 치열했던 하루의 고단함이 담긴 "배고프다."

의지와 희망, 뒷모습을 지켜볼 관객들로부터 응원하게 만드는 "지하철 타고 갈까. 갈 때는."

 

한마디 한마디가 좋죠. 감독 이희준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문학적인 사람인지도 모르겠군요.

 

# 5.

 

편집의 리듬도 인상적입니다. 기본적으론 클로즈업과 시점 쇼트를 교차하는 방법을 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시점 쇼트에서 실제 눈으로 보고 있는 현실적 표현 위로 강박증 환자에게만 보이는 과장된 인식을 자연스럽게 겹쳐 얹는 연출이 정석적입니다. 병훈의 불안에 깊게 밀착한 관객이 정서적으로 너무 몰릴 수도 있다 싶은 순간마다 인물과 분리될 수 있도록 돕는 롱 쇼트를 사이사이 배치하는 편집이 개인적으론 특히 재미있었네요.

 

좁은 공간에서 점점 넓은 공간으로. 어두운 시간에서 점점 밝은 시간으로. 죽어버린 무채색의 영역에서 다양성의 영역으로 힘겨우나마 쉬지 않고 전진하는 동선 설계도 인상적입니다. 일련의 공간 연출은 마지막 사람들 사이를 해쳐 앞으로 나아가는 구도로 승화되죠. 오래 고민한 사람의 깊고 따뜻한 위로입니다. 이희준 감독, <병훈의 하루>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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