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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Humanism

살아간다 _ 조지아의 상인, 탐타 가브리치제 감독

그냥_ 2019. 4. 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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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러시아와 흑해에 인접한 인구 500만의 작은 나라. 카메라는 '조지아'의 한 시골마을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과 동행합니다. 상인은 도시의 잡화점에서 유용해 보이는 상품들을 떼다 물류가 닿지 않는 시골 마을에 다시 팝니다. 물건값으론 라리(ლ)화를 받기도 하지만, 감자를 화폐 삼아 무게에 달아 물물 교환하는 것이 더욱 익숙합니다. 사람들은 삶을 녹여 키워낸 감자들을 필요한 물건과 교환합니다.

 

 

 

 

 

 

 

 

'탐타 가브리치제' 감독,

『조지아의 상인 :: The Trader』 입니다.

 

 

 

 

 

# 1.

 

트렁크가 넓은 낡은 승합차엔 온갖 물건들이 실려 있습니다. 여자들을 위한 스카프나 화장품, 핸드백부터 아이들을 위한 온갖 장난감들과 할머니를 위한 강판도 있죠. 조지아의 상인에겐 없는 것만 빼면 모든 게 있습니다.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라도 된 것처럼 상인이 나타나기만 하면 마을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 눈을 반짝입니다. 

 

조지아의 시골 사람들은 모두가 감자 농사를 짓습니다. 대학을 나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는 할아버지는 감자 농사를 짓습니다. 새로 산 스카프를 두르고 모델처럼 걸어보는 아낙도 감자 농사를 짓습니다. 풍년이나 왔으면 좋겠다며 줄담배를 태우는 동네 아저씨도, 눈이 아름다운 두 아이를 둔 엄마도 모두 감자 농사를 짓습니다. 더 이상 일을 하기 힘들다는 할머니는 평생 감자 농사를 지어 왔습니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비눗방울과 춤을 추는 아이들도 머지않아 감자 농사를 지을 겁니다.

 

세상은 변해가겠지만 그들은 아마도 자신의 땅이 허락하는 동안 계속 감자를 심을 겁니다. 누군가에겐 별볼일없어 보이는 일일지 몰라도 그들이 살아낸 차갑고 황량한 땅엔 언제나처럼 감자가 자랄겁니다.

 

 

 

 

 

 

# 2.

 

뚜렷한 의도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은 모호합니다. 주인공이라 할만한 인물도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에 대한 취재나 탐구도 없습니다. 흔한 나레이션이나 코멘트, 질문조차 없습니다. 

 

평범하다는 표현조차 거창해 보일정도로 영화는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어떻게' 살아 가고 있는가를 조명하기보단, 존재하는 누군가의 '살아있음' 그 자체를 카메라에 담는 듯 보입니다. 감자를 캐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이나 『이삭줍기』, '빈센트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과 같은 경건함과 엄숙함 뒤로 설명하기 힘든 처연함과 허무함이 함께 흘러듭니다.

 

 

 

 

 

 

# 3.

 

오로지 '감자'뿐입니다.

 

그 외에 그들의 '삶'을 가리는 요소들은 최대한 배제되어 있습니다. '삶'이란 추상적인 관념의 실체화를, 바탕이 되는 '空(공)'의 영역의 구체화를 목격하는 기분입니다. 관객은 비어있는 스크린 위로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하게 됩니다. 자연이 진공을 허용하지 않듯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비어있는 스크린을 빈틈없이 메우려 듭니다.

 

저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며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질문의 덧없음에 관련된 낙관적 허무주의와, 불교에서 논하는 삶의 순환과, 허리 숙여 대하는 노동의 숭고함과, 담배연기처럼 흘러가 버린 시간에 대한 공허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말하게 하는 희망과, 냉정하고 서글픈 생존을 생각했습니다. 쉽사리 꿈을 말하지 못하는 아이의 눈동자와, 한동안 유행했던 미니멀 라이프와, 시간이 눈 앞에 흐르는 듯한 고요한 곳으로의 여행에 대한 갈증을 불 꺼진 침대에 누워 밤새 생각했습니다.

 

 

 

 

 

 

# 4.

 

하지만, 글로 옮기지는 않으려 합니다. 이 영화는 삶을 둘러싼 질문에 대한 '대답'을 논하는 작품이 아니니까요. 전 제 나름의 질문과, 그에 대한 고민과, 설익은 대답과, 그보다 많은 유예(猶豫)를 얻었습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사정일 뿐입니다. 감사하게도 이 글을 봐 주실 여러분들의 감상과 질문을 방해할 수야 없죠. 이 작품은 괜찮은 다큐멘터리입니다. 또한 괜찮은 영화죠. 부디 여러분도 이 좋은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질문을 한 아름 얻으시길 바랍니다. 탐타 가브리치제 감독, 『조지아의 상인』 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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