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천조국, 자연, 경관, 눈뽕, 귀르가즘, 돈지랄, 공공, 다큐멘터리입니다.
'그렉 맥길리브레이' 감독,
『아메리카 와일드 :: National Parks Adventure』 입니다.
# 1.
광활하다는 말이 옹졸해 보입니다. 트여 있다는 말이 답답해 보입니다. 압도적인 경관이 주는 심미성에 처연하면서 웅장하고 섬세하면서 화려한 현악 연주가 곁들여집니다. "그래, 이게 힐링이지!" 싶은 생각을 하며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르려던 찰나!
세기말 1세대 3D 게임의 향수를 물씬 불러일으키는 극악의 그래픽과 함께 작품의 제목이 쓰입니다. 아, 뭔지 알겠네요. 영화 시작 1분 만에 이 영화는 눈뽕과 귀르가즘 원툴일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아무런 주제의식도 연출적 완성도도 섬세한 디렉팅도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 2.
확신은 여지없이 적중합니다. 알고 보니 애초부터 미국 국립공원 홍보물이었네요.
공익광고 캠페인스러운 물건들 하면 하면 떠올릴 법한, 촌스럽고 유치하고 조악한 무언가에 대한 선입견 딱 그대로의 물건입니다. 영화의 브금으로 무려 '가사'가 있는 노래가 들려오는 순간, 아... 그렇구나... 하게 됩니다. 국립공원을 뛰노는 모험가들이 쉴 새 없이 하이파이브를 나눌 때마다, 통기타 반주에 맞춰 컨트리 음악을 부를 때마다, 어깨동무를 하고 까르르 웃을 때마다 역시 아... 그렇구나... 하게 됩니다. 관객은 대자연 속으로의 공간 여행을 하고 싶었을 텐데요. 감독은 굳이 100년 전에나 통용될 법한 촌스러움으로의 시간 여행도 함께 시켜주십니다.
내레이터로 섭외된 명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특유의 멋들어진 목소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만, 딱히 와 닿는 바나 유의미한 메시지는 없습니다. 원주민이 어쩌고 하는 데 실없는 소리니 음악 들으시면서 경치나 구경하시면 충분합니다.
이야~ 때깔 좋네! 우와!! 동물이다! 물 깨끗하네~ 수박 담가 놓으면 좋겠다! 우와~ 곰, 연어 먹네! 짱이다!!!
# 3.
천조국의 대자연에 돈지랄한 IMAX 카메라를 때려 박는 것만으로도 감독의 역량과 무관하게 공익광고가 다큐멘터리 작품이 되어버리는 어처구니없음을 경험하게 됩니다. 대자연의 다큐멘터리를 좋아하신다면 이 작품은 킬링타임용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가급적 큰 화면 되도록이면 벽면을 가득 메우는 프로젝터로 보시고, 가급적 우퍼가 빵빵한 스피커로 들으시길 권합니다. 40여분짜리 요거 하나만 보시면 방구석에 앉아서도 대충 미국 국립공원 다녀온 것처럼 사기 칠 수 있습니다. 누군 미세먼지에 코로나에 난린데 누군 존재 자체가 사기인 대자연에서 캠핑 놀이라니. 진짜 정말이지 스타팅 밸런스 너무하네요. '그렉 맥길리브레이' 감독, 『아메리카 와일드』 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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