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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Ecology & Exploratory

애프터 디어 _ 야생동물병원 24시, 다넬 엘펠레그 / 우리엘 시나이 감독

그냥_ 2022. 9.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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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Dedicated caretaker of people and wildlife.

He spread light to all despite his own suffering.

 

 

 

 

 

 

 

 

다넬 엘펠레그 / 우리엘 시나이 감독,

『야생동물병원 24시 :: Pere』입니다.

 

 

 

 

 

# 1.

 

이스라엘의 야생동물병원입니다. 우리말 제목의 '24시'라는 말처럼 낮도 밤도 따로 없습니다. 사슴에서 하이에나까지, 오리부터 펠리컨까지 가리는 동물도 없습니다. 수많은 동물들이 도움을 받지만 대부분은 생사의 경계에 있습니다. 다수의 의료진 가운데 수의사 아리엘라와, 수석 간호 책임자 슈멀릭을 중심으로 다큐멘터리는 흘러갑니다. 안타깝게도 개봉되기 직전 슈멀릭 씨가 급작스레 사망했다 하는데요. 때문에 슈멀릭에게 바친다라는 애도의 말과 함께 작품은 시작됩니다.

 

왜 야생동물을 치료하는 것인가. 그냥 동물병원이 아닌 '야생'동물병원이라는 시설의 프로그램이 우선 이목을 끕니다. 야생동물의 생애란 자연의 섭리일진대 구태여 치료하는 것에 여분의 연민을 적선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겠죠. 동물의 상처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자연의 순환을 보호한다는 거시적 명분에 더 잘 부합할 테니까요.

 

곧 이유가 공개됩니다. 병원으로 옮겨지는 동물 대부분은 총기나 차량, 울타리 등 사람이 만든 환경에 의해 치명상을 입은 녀석들입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사파리식 동물원의 부속 시설이었음이 공개됩니다. 감독이 이 공간을 선택하게 된 착점에는, 생태주의적인 메시지 외에 야생동물에 대한 인간의 책임과 공존의 문제도 일부 닿아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보호 중인 동물의 다양성은 열악한 환경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야생동물에 끼치는 피해 유형의 다양성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마찬가지 의미에서 귀여운 동물들의 끔찍한 상흔 역시, 인간으로 인해 동물들이 느끼는 위협의 강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 2.

 

다소 공격적으로 들리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영화는 실패의 기록이라 정의해도 무방합니다.

 

등장하는 거의 모든 동물들은 결국 치료 과정에서 죽거나, 가망이 없다 판단되어 안락사되거나, 어떤 이유에서건 이미 죽어 냉동고에 보관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완치된 새들이 방생되는 장면을 앤딩 이후, 즉 작품의 바깥으로 분리시켜 편집했다는 점인데요. 본편 안에 치료되는 동물들의 모습을 가급적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로 밖엔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편안하게 흘러가는 작품에서 몇 안 되는 과감한 연출이라는 점에서 주제의식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추측할 수 있겠죠.

 

일련의 편집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의료 행위의 본질을 위반합니다. 통상적으로 치료란 낫기 위해 이루어지는, 목적지향적인 행위라 생각하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작품의 사람들이 행하는 의료라는 것은 결과와 분리된 '최선'으로서만 묘사됩니다. 클로즈업으로 강조되는 슈멀릭이 흘리는 땀과, 의료진의 허무한 담배는 상징적이죠.

 

 

 

 

 

 

# 3.

 

사실상 작품의 진짜 주인공이나 다를 바 없었던 새끼 사슴 역시 끝내 죽고 맙니다. 만약 의료가 목적지향적이었다면, 사슴의 죽음과 동시에 슈멀릭의 행위는 실패에 불과할테죠. 하지만, 사슴이 죽었다 하더라도 슈멀릭의 희생이 무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슈멀릭의 도움을 받아 사슴이 스스로 걸어보려 애썼다는 것과, 잠시나마 우리 밖을 걸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슈멀릭 역시 그가 살리고자 했던 사슴을 끝내 살리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습니다만, 묘비명은 그를 헌신과 희생, 빛으로 기억합니다. 의료 행위뿐 아니라 동물 아니 모든 존재들의 의미란 과정만으로도 충만한, 목적을 초월하는 숭고함인 것이죠. 어째 메시지가 최근의 애프터 양과도 닿아 있는 부분이 있군요.

 

훨훨 날아오르는 새들은 오프닝에서 보인 슈멀릭의 헌신이 꽃피는 순간입니다. 고인에게 있어 당신의 헌신을 과거 회귀적으로 되짚는 것보다 헌신이 낳은 미래를 하늘 위로 펼치는 결말은 근사합니다. 날아오르는 새들 아래로 같은 방향을 향해 차량 한 대가 내달리는 것은 동행을 은유합니다. 끝나지 않는 방향성은 의료 또한 끊임없이 나아갈 것이라는 연출자의 응원이 투사되는 순간입니다. 다넬 엘펠레그 / 우리엘 시나이 감독, <야생동물병원 24시>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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