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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Ecology & Exploratory

세이렌의 노래 _ 마운틴, 제니퍼 피돔 감독

그냥_ 2019. 2. 1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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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세이렌'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아름다운 인간 여성의 얼굴에 독수리의 몸을 가진 전설 속 동물입니다. 이탈리아 반도 서부 해안의 절벽과 바위로 둘러싸인 사이레눔 스코풀리 sirenum scopuli 섬에 사는 바다의 님프들이죠. 하신 '아켈리오스'가 무사 '멜포메네나 스테로페' 혹은 '테르프시코라'에게서 낳은 딸들입니다. 섬에 선박이 다가오면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선원들을 유혹하여 바다에 뛰어들게 만드는 힘을 지닌 존재들이죠.

 

'세이렌의 노래'는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어서 수많은 남성들이 목숨을 바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부하들에게 자신의 몸을 돛대에 결박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자신의 결박을 풀지 말라고 했죠. 이내 '세이렌'의 고혹적인 노랫소리가 들려오자,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결박을 풀어달라고 몸부림쳤습니다. 그러나 귀마개를 쓴 부하들은 명령에 순종하여 그를 더욱 단단히 결박했죠. 결국 선박의 항해는 계속되었고 노랫소리는 점점 작아져 마침내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무사히 섬을 지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모욕감은 느낀 '세이렌'들은 스스로 바다에 빠져 목숨을 거둬들였다고 하죠

 

저... 그런데 '오디세우스'도 그냥 그 부하들이 하고 있던 귀마개 하면 안 됐을까요?

 

 

 

 

 

 

 

 

'제니퍼 피돔' 감독,

『마운틴 :: MOUNTAIN』 입니다.

 

 

 

 

 

# 1.

 

장엄한 대자연에 미쳐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경이로운 경관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위험천만한 산행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모험은 목숨을 걸만큼 매력적입니다. 산이 주는 오감의 충격은 삶의 의미를 지배할 만큼 강렬하죠. 험준한 산새는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세이렌의 노래입니다. 다만 그들은 스스로 결박하는 대신 기꺼이 '세이렌'의 품으로 자신의 몸을 던집니다. 이 영화는 '산'이라는 마녀와 그에 빠져든 사람들대한 진심 어린 소개서입니다.

 

'산'이 매력적인 공간이 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합니다. 인류의 기술이 발전하고, 세상을 지배적 대상으로 보는 정복주의 이념의 팽창에 따라 산은 공포와 경외의 대상에서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변모합니다. 신과 괴물이 사는 두려운 곳에서 사람이 즐기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그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과정과 이유를 대단한 호소력으로 전달합니다.

 

 

 

 

 

 

# 2.

 

인간이 바라보는 산에 대한 관념을 빌어 내레이션을 전달하지만, 인간의 감상 따위 어디까지나 산이 가진 본질적인 매력이란 이데아를 비추기 위한 거울일 뿐입니다. 산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고 또 마력적입니다. 감독은 감히 '어떠한 산'을 보여주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산을 보여주려 하죠. 무모할 정도의 산행과 그런 모험을 겪는 과정에서의 위험 역시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압도적인 매력에 대한 무식하리만큼 저돌적인 자신감이 보입니다. 이 영화가 소개하는 산은 하늘이 내린 최고의 축복이자 죽음의 신이 보낸 가장 악랄한 악마입니다.

 

장엄하다는 표현조차 겸손하게 보이게 하는 화면이 스크린을 가득 메웁니다. 사람의 심정을 섬세하게 세공하는 듯한 음악들이 귓가에 낙원을 펼쳐 보입니다. 압도적인 시각적, 청각적 아름다움으로 산이 가진 마력을 최대한 전달하려 합니다. 음악들은 마치 『톰과 제리』에서의 그것처럼 영상과의 높은 밀착감을 통해 리듬과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킵니다. 뛰어난 전문가들의 섬세한 세공을 경험하게 됩니다.

 

 

 

 

 

 

# 3.

 

영화란 어찌 되었든 결국 '이야기'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이 영화는 여지없이 박살 냅니다. 서사는 영화가 줄 수 있는 수많은 메시지 중 하나에 불과함을 증명해 냅니다. 둔탁하고 담담한 내레이션이 흐르는 동안 여느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치열한 감정의 낙폭을 경험하게 됩니다. 관객은 두근거림과 두려움과 경외감과 흥분감과 아쉬움의 경계를 쉴 새 없이 오가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분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험준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며 왜 그런 미친 짓을 하나 싶은 생각을 하실 텐데요. 이 영화를 보고 적어도 동의는 하지 않아도 이해는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 내게 약간 더 많은 똘끼와 훨씬 많은 용기가 있었다면 나도 스크린이 아닌 내 눈으로 저곳의 풍광과 저곳의 냄새와 저곳의 소리와 저곳의 숨을 쉬어보고 싶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굉장한 설득력의 영화입니다.

 

 

 

 

 

 

# 4.

 

환상적이라는 표현을 위한 영화입니다. 방구석에서도 가슴 뛰게 하는 무언가입니다. 모든 장면이 그림이고 화보고 작품입니다. 아니죠, 아니죠. 이런 표현도 심심합니다. 마치... 눈으로 먹는 마약 같은 화면들입니다. 체험형 영화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혹시 이 영화를 보신다면 최대한 큰 화면에서 보십시오. 최대한 또렷하고 선명한 화질과 함께 하십시오. 주변을 어둡게 하는 암막이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이어폰은 안됩니다. 대충 디스플레이에서 흘러나오는 음향도 곤란합니다. 가급적 좋은 스피커나 헤드셋으로 음악을 들으십시오.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콘텐츠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어째 글이 수사로 시작해 수사로 끝나는군요. '제니퍼 피돔' 감독, <마운틴> 이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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