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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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영화 5

허무의 얼굴들 _ 이니셰린의 밴시, 마틴 맥도나 감독

# 0. 굳이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던 허무의 얼굴들 마틴 맥도나 감독, 『이니셰린의 밴시 :: The Banshees of Inisherin』입니다. # 1. 작게는 개인의 인생, 넓게는 역사를 포함한 온 우주를 허무하고 공허한 것으로 규정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는 그 자체로 세계의 허무를 상징한다 할 수 있죠. 영화는 좁게는 두 명, 넓게는 네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데요. 콜린 패럴의 파우릭 설리반, 브렌던 글리슨의 콜름 도허티, 케리 콘던의 시오반 설리반, 배리 키오건의 도미닉 키어니가 바로 그들입니다. 이들은 허무에 대응하는 각기 다른 방식들을 대변합니다. 적극성을 기준으로 나열한다면 가장 소극적인 사람부터 도미닉, 파우릭, 콜름, 시오반의 순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

Film/Drama 2023.10.26

혼자 강한 사람은 없단다 _ 룸, 레니 애브라함슨 감독

# 0. 스토리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때론 화자의 시점과 작가의 관점, 이를 통할하는 서술의 방식이 때론 더 많은 것들을 말하기도 하죠. 이 영화는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스토리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납치 범죄극에 불과하지만 해결을 앞당겨 사건 이후의 시간에 30분을 더 투자하겠다는 사소한 선택에 힘입어 전혀 다른 이미지와 메시지의 작품으로 승화됩니다. 레니 애브라함슨 감독, 『룸 :: Room』입니다. # 1. 보통의 납치 범죄극은 납치된 주인공이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겪는가에 대한 묘사와, 이를 겪는 동안 주인공이 느낄 불안과 공포, 심리적 한계에 다다르는 순간 감행하게 되는 탈출의 스펙터클로 풀어내기 마련입니다. 주인공이 탈출에 성공하는 어드벤처가 될 수도 있고, 악당에게..

Film/Drama 2022.07.24

Miluju tebe _ 원스, 존 카니 감독

# 0. 무명 뮤지션의 버스킹은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동시에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낭만으로 가득하기도 하죠.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들이 삶을 통채로 걸어 음악을 하는 이유와, 외로운 사람들이 열렬히 사랑을 갈구하는 이유를 함께 느끼게 하는 영화입니다. 뻔뻔한 소매치기와 고장 난 청소기와 관절염에 자살해버린 아버지와 악기상에서 치는 피아노 위로 아일리시 모던 락에 담긴 사랑이 울려 퍼집니다. '존 카니' 감독, 『원스 :: ONCE』입니다. # 1. 영화는 비어 있습니다. 의도된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재구성한 풍경들, 이를테면 음악을 연주하는 순간마다 등장하는 연출이 마련해준 가상의 무대 따위는 없습니다. 진행을 위해 필요한 사람들과 필요한 조건들이 동원된다던지 하는 등의 계획된 인과 역..

Film/Romance 2020.06.06

꽃을 찢고 질문하다 _ 더 랍스터,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 0. 독특합니다. 고유의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독창적인 이야기가 관객의 이목을 부여잡습니다. 서사가 어떻게 굴러가게 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습니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꽂힙니다. 설정은 각자의 영역에서 자기 매력을 지키되 따로 놀지 않습니다. 완성도도 구비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얻은 감동을 다른 영화에서 얻기란 매우 힘들어 보입니다. 이 영화는 누군가에겐 '요르고스 탄티모스'라는 이름을 평생 기억하게 할 계기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반면, '요르고스 탄티모스' 감독, 『더 랍스터 :: The Lobster』입니다. # 1. 기괴하고 불편합니다. 특유의 건조한 분위기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설정 위에서 이야기는 밑도 끝도 없이 널을 뜁니다. 서사에 깊은 개연성..

Film/Romance 2019.09.03

안아줘요 _ 안젤라의 크리스마스, 데미안 오코너 감독

# 0. 할아버지가 엄마 '안젤라'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합니다. 오랜 시간을 건너온 할아버지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아갔던 '안젤라'의, 그보다 더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시대를 넘어서는 근원적 가치에 대한 향수가 포근한 노년의 내레이션을 통해 전달됩니다. '데미안 오코너' 감독, 『안젤라의 크리스마스 :: Angela's Christmas』 입니다. # 1. 크리스마스 이브, 교회로 향하는 '안젤라'의 가족. 엄마도 눈치채지 못한 새 부쩍 커버린 아이들입니다. 큰 오빠 품에 안긴 막내는 안젤라의 옷을 받아 입고, 안젤라는 입이 삐쭉 나온 작은 오빠의 옷을 받아 입습니다. 작은 오빠는 다시 큰 오빠 옷을 받아 입고, 동생들에게 코트를 벗어준 듬직한 첫째는 엄마에게 코트를 양보하죠. 가족에게 자신의 것은 없습..

Film/Animation 2019.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