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Film/Romance

Miluju tebe _ 원스, 존 카니 감독

그냥_ 2020. 6. 6. 06:30
728x90

 

 

# 0.

 

무명 뮤지션의 버스킹은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동시에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낭만으로 가득하기도 하죠.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들이 삶을 통채로 걸어 음악을 하는 이유와, 외로운 사람들이 열렬히 사랑을 갈구하는 이유를 함께 느끼게 하는 영화입니다. 뻔뻔한 소매치기와 고장 난 청소기와 관절염에 자살해버린 아버지와 악기상에서 치는 피아노 위로 아일리시 모던 락에 담긴 사랑이 울려 퍼집니다.

 

 

 

 

 

 

 

 

'존 카니' 감독,

『원스 :: ONCE』입니다. 

 

 

 

 

 

# 1.

 

영화는 비어 있습니다.

 

의도된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재구성한 풍경들, 이를테면 음악을 연주하는 순간마다 등장하는 연출이 마련해준 가상의 무대 따위는 없습니다. 진행을 위해 필요한 사람들과 필요한 조건들이 동원된다던지 하는 등의 계획된 인과 역시 없습니다. '어느 남녀가 만나 썸을 타다 결국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외의 서사적 완급과 조작된 내러티브들 또한 모조리 배제되어 있고, 노골적인 철학적 구성이나 심미적 디자인 따위들 역시 일절 찾아볼 수 없죠.

 

그저 어딘가 우연히 존재할지도 모를, 존재할 것만 같은, 존재했으면 싶은 두 사람을 우연히 만나 우연히 훔쳐보았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 지독할 정도의 현장감뿐입니다. 모든 걸 비워낸 자리에는 어쿠스틱 반주의 환상적인 노래만이 진지하게 울려 퍼집니다.

 

 

 

 

 

 

# 2.

 

음악 영화들은 보통 곡이 전개되는 뮤지컬 파트가 강하게 도드라집니다만 영화 원스에서는 그 경계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통상 영화들의 연출적 특성들이 대부분 제거되거나 통제되기에, 음악과 분리되는 과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죠.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듣는 동안의 모든 것이 그 자체로 영화가 됩니다. 자끄 드미 감독의 <쉘부르의 우산>을 음악이 영화를 지배하는 작품이라 한다면 이 영화는 텅 빈 스크린에 거대하게 부풀려진 음악만이 존재하는 감각에 더 가깝습니다. 희소한 음악 영화들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경험이죠. 뮤지컬 영화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분들이라 하더라도 이 영화만큼은 큰 불편함 없이 보실 수 있을 거라 감히 확신합니다.

 

 

 

 

 

 

# 3.

 

그와 그녀 모두 작사가인 덕에 가사와 인물 간의 조응이 자연스럽습니다. 로맨스 상대에게 들려주기 위한 세레나데가 아님에도 심지어 상대를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 조차 그 순간 느끼고 있는 자기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낭만적이고 또 로맨틱합니다.

 

단순히 사랑 노래를 듣고 있다는 감각과도 조금 다릅니다. 사랑하고 있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있다는 감각과도 다소 다르죠. <원스>는 영화와 음악과 서사라는 세 가지 경험이 만나는 교집합 위에서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감수성을 만들어 냅니다. 꿈과 현실과 관계와 사랑과 삶을 관통하는 음악 한곡 한곡 모두 다양한 층위에서의 감동들을 동시에 불러내는 데 성공합니다.

 

 

 

 

 

 

# 4.

 

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 All the more for that 
Words fall through me And always fool me And I can't react 
And games that never amount To more than they're meant Will play themselves out 
Take this sinking boat and point it home We've still got time 
Raise your hopeful voice, you have a choice You'll make it now...

 

Falling slowly 는 언제 들어도 좋습니다.

C. F. C. F. Am. G. Am. G. Am. G. F....

 

몇 년간 놓았던 기타가 문득 생각나는군요.

 

 

 

 

 

 

# 5.

 

마지막 아침 식사를 청하는 그와 정중히 거절하는 그녀의 대화는 여느 구구절절한 사연의 사랑 못지않게 가슴이 시립니다. 절실하지도 노골적이지도 않지만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슨 마음인지 알 것만 같죠. 풍부한 볼륨이나 강렬한 내러티브 없이도 한 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 안에 이 정도의 감정적 이입을 불러낸 데에는 음악의 공이 큽니다.

 

영화의 제목은 once. 한 번의 테이크로 리코딩된 음악과 같은 사랑. '존 카니' 감독, 『원스』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 본 블로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글에서 다루는 작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댓글", "포스트를 자신의 블로그로 유인하는 데 이용하려는 댓글", "무분별한 맞팔로우 신청 댓글" 등은 삭제 후 IP 차단될 수 있습니다.

 

 

"좋아요", "댓글""구독"

 

은 블로거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