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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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 5

쓰러지지 않는 도미노 _ 산나물 처녀, 김초희 감독

# 0. 아, 부끄러워라. '김초희' 감독, 『산나물 처녀 :: Ladies of the Forest』입니다. # 1. 도미노를 만들 겁니다. 주어진 땅은 좁지만 그래도 알차게 블록들을 모았습니다. 테마도, 밑그림도 그럴싸하게 준비했습니다. 세심한 손길로 줄지어 놓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블록이 서 있는 지금은 의미 없어 보이겠지만 쓰러트리고 나면 멋진 그림이 완성될 겁니다. 각기 다른 색깔의 블록들이 뉘어지는 순간 뭇사람들이 예상치 못할 의외성과 창의성이 드러나게 될 겁니다. 다시, 하나... 둘... 셋... 드디어 완성입니다. 처음 블록을 놓았던 자리로 돌아갑니다. 관객도 충분히 모였으니 이제 쓰러트리기만 하면 되는... 데? 어라? 왜 안 쓰러지지? 첫 블록이 쓰러질 듯 쓰러질..

Film/Drama 2021.09.05

천우희느님 _ 출중한 여자, 윤성호 / 박현진 / 백승빈 / 전효정 감독

# 0. 삶의 여러 단면을 논하는 『이삭줍는 사람들과 나』. 청년 실업의 자해적 고통 『한심해서 죄송합니다』. 2시간 30분짜리 막장 영화 『라스트 데이스 오브 아메리칸 크라임』. 냉전 시대의 아픔과 인간성의 저력을 관조하는 『어네스트와 셀레스트』. 과학적 메시지를 다루는 방법론에 관한 고찰 『빙하를 따라서』까지. 최근 빈약한 지적 내구력의 한계를 시험케 하는 어렵고 복잡한 영화들을 연이어본 결과 결국 방전되고 말았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지칠 대로 지친 심신을 달래줄 뇌의 전원을 내리고 볼 수 있는. 아니면 말고식 가벼운 웹드라마나 하나 찾아봐야겠네요. '윤성호', '박현진', '백승빈', '전효정' 감독, 『출중한 여자 :: Prominent Woman』입니다. # 1. 웹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단단한 ..

Series/Romance 2020.06.19

절친 인싸들을 사냥하는 짱 센 킬러 _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

# 0. ... 가 전부인 영화입니다. 가오가 몸을 지배하면 이런 결과물이 나옵니다. 말초적 간지를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을 희생하면 이런 결과물이 나옵니다. 엽기적일 정도로 서사의 볼륨은 좁습니다.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만 제목에서 말씀드린 대로 졸라 짱 센 먼치킨 킬러가 힙한 슬럼가 인싸들을 사냥한다가 정말 영화의 전부입니다. 그 외 모든 요소들은 빈곤한 서사를 지탱하기 위한 억지와, 몇몇 주요 인물들을 멋있어 보이게끔 하기 위한 치장에 불과합니다. '윤성현' 감독, 『사냥의 시간 :: Time to Hunt』입니다. # 1. 주인공 '준석'이 교도소를 다녀온 건, 이 인물에게 온갖 문제들을 대신 해결해줄 '교도소에서 알게 된 형님들'이라는 도라에몽을 쥐어주기 위해서입니다. 헌신적인 짱친 형님들이..

Film/Thriller 2020.04.27

미소를 잃은 사람들 ⅱ _ 소공녀, 전고운 감독

미소를 잃은 사람들 ⅰ _ 소공녀, 전고운 감독 # 0. 화려한 싱글라이프와 프로 가사도우미 '미소'의 등장입니다. 배우 이솜의 신비로운 마스크와 앳된 얼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희끗희끗한 흰머리와 전동 드릴에 걸린 진한 분홍색 청소솔이 morgosound.tistory.com # 8. 힘든 사람들만을 조명하게 되면 자칫 경쟁에서 패배한 개인을 질책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인물들을 과장된 문법으로 표현함으로써 어떤 군상의 표상처럼 다루고자 하는 작품의 기조를 생각할 때 곤란한 일이죠. 감독은 마지막으로 미소를 으리으리한 대궐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전직 기타리스트, '정미'의 집으로 보냄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어디 부자는 늘 행복할 수 있는지 지켜보자는 거죠. 정미와의 첫 대화에서부터..

Film/Drama 2019.05.20

미소를 잃은 사람들 ⅰ _ 소공녀, 전고운 감독

# 0. 화려한 싱글라이프와 프로 가사도우미 '미소'의 등장입니다. 배우 이솜의 신비로운 마스크와 앳된 얼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희끗희끗한 흰머리와 전동 드릴에 걸린 진한 분홍색 청소솔이 도드라지는군요. 이목을 끄는 인상적인 오프닝입니다. 미소가 청소하는 곳은 친구의 집이었네요. 커피 한잔 하자는 말을 냉정하게 거절당하면서도 천연덕스레 쌀을 빌려달라 말하는 미소. 한심한 듯 쳐다보는 친구의 시선과 그런 난처한 상황에서의 곤란함으로 전혀 인지하지 않는 미소의 대사와 표정에서 굉장한 캐릭터성을 읽게 됩니다. 친구에게 빌린 (이라 쓰고 동냥받은 이라 읽을) 쌀을 허술하게 비둘기에게 모이로 주고서 별 수 없다는 듯 고즈넉한 바에서 담배에 위스키를 즐기는 여기까지 3분. 감독은 독특하고 독보적인 캐릭터를 멋지게..

Film/Drama 2019.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