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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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열 5

이슬 _ 은교, 정지우 감독

# 0. 시들어 메마른 꽃은 꿀을 탐하는 건 참을 수 있어도 이슬을 탐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정지우 감독, 『은교 :: Eungyo』입니다. # 1.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와 얼마나 다른 사람일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10년 전에 비해 나는 얼마나 다른 사람이 된 걸까 하고 말이죠. 아무래도 타향살이 고학생이었던 당시보다 주머니 사정은 조금 나아졌습니다. 본업에서의 직무능력이나 위기가 있을 때 되새겨볼 경험치도 조금은 늘었죠. 상황에 맞춰 어른 연기를 하는 것에도 조금은 익숙해진 듯합니다만, 그 정도를 제외하면 잘 모르겠습니다. 졸업반 선배가 되어 스무 살 신입생 앞에서 억지 조언을 짜내던 순간의 기분과, 삼십 대 중반이 되어 사회초년생 후배들 앞에서 어른 흉내를 내는 지금의 기분은 크게..

Film/Drama 2024.02.18

분명한 퇴보 _ 발레리나, 이충현 감독

# 0. 넷플릭스 산 K-액션 누아르의 익숙한 그 냄새 이충현 감독, 『발레리나 :: Ballerina』입니다. # 1. 1시간 30여분 내내 과장된 스타일과 피상적인 이미지가 범람합니다. 분홍색과 민트색 네온사인, 네 병의 술과 다른 색깔 빨대, 발레슈즈가 담긴 선물상자, 비밀스러운 sns 대화, 줄 달린 이어폰의 갬성, 잔뜩 기울이다 못해 심심하면 뒤집어지는 화면, 부담스러운 클로즈 업, 어지러운 공간 미술, 착란을 유발하는 눈뽕 테러와, 주요 세일즈포인트였을 GRAY의 사운드까지. 이 무지막지한 물량공세는 그 자체로 진입장벽처럼 느껴질 지경입니다. 누군가 정신이 없다며 중도에 낙오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죠. 그렇게 쏟아부은 이미지 모두는 '모순적인 형용'과 '대결적인 관계'로 구축됩니다. ..

Film/Action 2023.10.08

사장님, 스릴러 1인분 추가요 _ 침입자, 손원평 감독

# 0. 주인공은 보통 두 명입니다. 멜로라면 20대를 캐스팅하겠지만 중량감도 조금 필요한 스릴러에선 30~40대 배우를 섭외하는 게 정석이죠. 한 명은 영화 내내 물리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서사적으로든 잡으러 다닐 테구요. 나머지 한 명은 영화 내내 도망 다닐 겁니다. 둘 중 한 명은 놀래키는 역할, 다른 한 명은 놀라는 역할일 텐데요. 도망가는 쪽이 놀랄 수도 있고 쫓기는 쪽이 놀랄 수도 있습니다. 요 정도는 감독의 재량이죠. '손원평' 감독, 『침입자 :: intruder』입니다. # 1. 도망가는 애는 싸움을 겁나 잘하든 돈이 겁나 많든 머리가 겁나 좋든 쪽수가 겁나 많든 아니면 아싸리 만능약이 있든. 뭐가 되었든 특별한 능력이 있어 저게 말이 돼? 싶은 난관들을 아주 손쉽게 돌파합니다. 쫓아가는 ..

Film/Thriller 2021.06.25

낙선 ⅱ _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낙선 ⅰ _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 0. 정치인이 등장하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풍자극이라는 거죠. 자고로 풍자극이라 함은 1. 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권력층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2. 비꼼에 위트와 내 morgosound.tistory.com # 8. 앞선 글에서 거짓말이라는 아이템을 규정하고 변주해 만들어냈어야 할 내러티브가 통채로 붕괴되어 있다 말씀드렸는데요. 일관성의 근거가 될 플롯이 붕괴했다면 이야기로서의 짜임새와 연출의 완성도는 보나 마나겠죠. 얼마나 개떡 같은 이야기를 풀어놓았을지 짚어볼까요? # 9. 저주에 걸린 첫날 라미란은 남편과의 아침 식사에서 자신이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걸 이해했습니다. 차량을 통해 이동하며 다시금 확인까지 했죠. 당연히 스케줄을 ..

Film/Comedy 2020.06.09

낙선 ⅰ _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 0. 정치인이 등장하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풍자극이라는 거죠. 자고로 풍자극이라 함은 1. 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권력층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2. 비꼼에 위트와 내용이 있어야 하며 3. 매 순간마다 능청스러운 탈룰라각을 잡아놔야 합니다. 4. 세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디테일의 참신함과 5. 희극적 결말에 도달하는 동안의 페이소스까지 지켜진다면 더욱 훌륭하겠죠. 놀림감이 된 정치인들이 성질이 뻗혀 톰처럼 쫓아오는 동안 제리처럼 유유히 도망 다니는 감독의 재치로부터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이를 성공하지 못한다면 정치 풍자해 보겠답시고 관객 호응 유도나 하다 사라진 개콘 꼴이 되고 말겠죠. '장유정' 감독, 『정직한 후보 :: HONEST CAND..

Film/Comedy 2020.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