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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Horror

시점의 전환 _ 밤낚시, 문병곤 감독

그냥_ 2024. 10. 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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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사물과 생물을 구분 짓던 과거를 지나 마침내 펼쳐진 새로운 미래

 

 

 

 

 

 

 

 

문병곤 감독,

『밤낚시 :: NIGHT FISHING』입니다.

 

 

 

 

 

# 1.

 

전기 털어먹고 다니는 미상의 비행체와, 정체불명의 낚시꾼이 벌이는 하룻밤 사투다. 고작 13분짜리에 손석구를 태운 영화는, 숏폼 트렌드에 발맞춰 멀티플렉스에 정식 상영된 단편으로 이목을 끌었다. cj뿐 아니라 현대자동차와 협업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염치도 없이 아이오닉 5가 크레디트에 올라가는 게 뻔뻔하긴 하지만,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작위적이지 않게 녹아 있어 광고 영화 특유의 불쾌감은 덜 하다는 것이다.

 

〈세이프〉(2013)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문병곤 감독의 야심은 '시점의 전환을 통한 인식의 확장'이다. 영화는 일관되게 생물과 사물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인식 체계에 도전하고 있고, 자동차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구조화한 것은 더없이 좋은 증거다. 중간중간 내러티브는 최희서가 목소리를 연기한 무전기와, 낚시꾼들을 위한 심야 라디오를 통해 전달되는 데 그 내용이 하필 손석구의 상황과 들어맞은 것이 우연인지 미스터리한 필연인지 관객은 추측할 수 없고,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강렬한 위화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영화를 지나는 동안 자동차는 사물에서 시작해 관찰자를 넘어 파트너로까지 의미가 확장된다. 충전소를 털어먹은 타깃은 사람에서 시작해 야생 멧돼지를 지나 기계장치적 외계인으로 이전된다. 손석구의 목소리만 있었던 세계는 점점 라디오의 디지털 신호뿐 아니라 무전기의 비프음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음성언어로 인지된다. 스크린엔 로미오라는 이름의 낚시꾼 혼자 등장하지만 결말에 이르고 나면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외계인과 자동차는 물론 애처롭게 미끼가 된 배터리와, 끊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낚싯대와, 허무하게 털려버린 충전소와, 주인공 듀오를 독려하는 라디오까지 이 모든 존재들과 교감하고 인지하는 새로운 미래다. 

 

 

 

 

 

 

# 2.

 

통상의 낚시는 2차원적 행위다. 물속에서 움직이는 타깃과 물밖에서 포획하는 대상의 계(系)가 분리되어 있기에 낚시꾼의 손맛 역시 2차원 평면 위에서 끌리거나 당기거나가 전부다. 반면 타깃이 비행체가 되어 낚시꾼과 같은 계에 존재하는 순간, 낚시는 3차원적 행위로 전환된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이리저리 휘몰아쳐 날아다니는 주인공의 움직임은, 물 안팎처럼 명확히 나뉘어 있던 사물과 생물의 경계가 뒤엉킨 순간 마주하게 될 역동성이다. 그 과격한 인식의 전환은 드라마틱한 액션의 물리량으로 전환되어 이야기 일체를 통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결말에 이르면 낚시는 포획이 아닌 구조였음이 밝혀진다. '당연히' 포획일 것이라 추측한 관객에게 멋지게 펀치를 날리는 반전이다. 관객이 포획이라 예측한 것은 타깃을 사물로 인식하는 과거의 시점에 얽매였기 때문으로, 요르고스 란티모스에 비유하자면 스스로 송곳니를 깨부수는 순간과 다름이 아니다.

 

<밤낚시>는 어두운 밤이기에 역으로 선명한 미스터리와, 눈부신 터널을 지나자 사라져 버리는 미스터리의 역설이다. 당연한 것들을 전복시키는 야심을 환경으로 치환하며 마무리되는 영화는, 잘 보기 위해 선글라스를 쓰는 손석구의 아이러니만큼이나 섹시하다. end.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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