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더 이상 삶이 편리하지 않은 너 홀로 집에
페드 알바레즈 감독,
『맨 인 더 다크 :: Don't Breathe』입니다.
# 1.
집주인과 침입자의 대치는 생각보다 흔한 플롯이나, 그중에서도 특히 <나 홀로 집에>(1990)의 영향을 크게 받은 듯하다. 고전 명작 <이블 데드>를 리메이크한 바 있는 페드 알바레즈 감독의 영화는, 전반적으로 나 홀로 집에로부터 큰 틀을 가져오되 세부 설정을 모조리 뒤집어 놓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맨 인 더 다크>의 핵심 재미가 인물의 관계보다 제한된 조건을 활용한 기믹인 것은 더없이 좋은 증거다. 기믹에 걸려 넘어지는 타인을 보면 코미디고, 기믹에 걸려 넘어지는 게 내가 되면 호러일 뿐이다.
어린아이 혼자 있는 집에 어른이 침입했던 것은 노인의 집에 미성숙한 소년이 침입하는 것으로 뒤바뀐다. 밝은 낮의 액션 코미디는 어두운 밤의 호러 스릴러로 뒤바뀌고, 방어하는 사람의 시점 역시 침입자의 시점으로 뒤집힌다. 크리스 콜럼버스의 영화가 침입자의 사정에 아무 관심 없었던 것에 반해, 페드 알바레즈는 침입자의 사정을 제법 공들여 묘사한다. 극단적인 공격에도 누구 하나 죽지 않던 다정한 영화와 달리, 본 작의 본격적인 사건은 머니의 과격한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잠긴 문을 부수며 사건이 시작했던 것 역시, 열린 문이 잠기며 위기가 펼쳐지는 것으로 뒤집혀 있다.
# 2.
나 홀로 집에의 핵심적 작동원리는 시선의 우위다. 수많은 불리점에도 불구하고 적절하게 배치된 카메라와 창문을 통해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우위를 트랩으로 전환해 열세를 극복하는 식이다. 반면, 맨 인 더 다크에서는 집주인을 시각장애인으로 만듦으로써 다른 모든 우위를 제약하는 페널티로 활용한다.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한 것과 달리 가족의 해체(그것이 죽음이든, 학대든, 방임이든)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도 큰 차이다. 선악에 따라 우리 편과 상대 편이 절대적이었던 것에 반해 개개인의 도덕성이 입체적이라는 것 또한 대칭된다.
모티브를 얻고 상황을 설정하는 것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 그것에 어떤 서사와 디테일을 부여하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창작이 가능하다. 마치 부드러운 발라드 음악이 적절한 편곡 끝에 파워풀한 록 음악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영화적으로 확인하는 듯하다. 물론 그 편곡의 결과가 <곰돌이 푸: 피와 꿀>(2023)과 같이 형편없는 것이라면야 문제가 되겠지만, 맨 인 더 다크는 개성과 완성도 모두에서 넉넉히 합격점을 받을만하다.
# 3.
겉으로 보이는 장르의 작동에서 조금 더 들어가 보자면, 편리함에 관한 영화라 요약할 수 있다. 당장 <나 홀로 집에>는 부산스러운 장치들과 별개로 상당히 '편리한 영화'다. 언제나 원하는 모든 것들이 계획한 그대로 들어맞는다. 연약한 소년이 도둑들의 위협에 노출됨에도 관객이 불안하지 않은 건 세계의 원리가 그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있음이 명확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일련의 편리함은 크리스마스라는 배경으로 다시 연결된다. 어차피 크리스마스는 아무 이유 없이 칭찬받고 선물 받는 날, 편리한 날이고, 어린아이를 위해 그런 날이 하나쯤 있다 해서 세상이 망하는 건 아니다.
반면, 세월이 흘러 우리 모두 어른이 되어버린 2016년의 영화는 더 이상 편리하지 않은 나머지 364일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속 모두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고 이는 현실의 디트로이트와 도피처로서의 캘리포니아로 대비된다. 삼인조가 돈을 버는 방식은 불편하게 일하는 것이 아니라 편리하게 도둑질하는 것이다. 자신의 것이 아닌 돈을 탐하는 록키는 지긋지긋한 현실로 편리하게 정당화한다. 침입자인 주제에 집주인을 공격한 주디는 록키에 대한 진심으로 편리하게 정당화한다. 도둑질을 저지르면서도 처벌을 줄이겠답시고 장물만 훔친다거나, 총을 소지하지 않는 것 모두 편리한 사고방식의 결과다. 적당히 마취가스를 살포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라 생각한다거나, 고작 페트병을 소음기 대신 쓴 머니의 어리석음은 영화가 다루려는 편리를 잘 보여준다.
눈먼 전직군인에게 딸을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그녀를 대신할 딸을 새로 얻는 것이 정신적으로 편리하다. 록키를 사로잡은 후 스포이드로 정액을 주입하려는 장면 또한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것 이전에 편리한 것이다. 물리적으로 부산스러운 섹스를 생략하는 것이자, 자신이 강간을 저질렀다는 가책으로부터 도피한다는 복합적인 의미에서다. 10달만 있다가 애 낳아주고 돌아가라니. 얼마나 태만한가. 그 외에 노인의 딸을 죽인 부잣집 역시 돈으로 사건을 편리하게 무마하려 했지만 결국 절대 편리하지 않은 결과를 돌려받는다.
# 4.
장르적으로도 은연중 관객의 편리함을 지적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여기서 해결되었으면 싶은 순간 그 해결을 반복적으로 배신한다. 이쯤 되면 죽었겠지, 이쯤 되면 탈출하겠지, 트렁크에 개 가두면 갇히겠지, 멋지게 탈출했으니까 끝이겠지라 기대하지만 계속해서 거절당한다. 노인의 집은 편리하다는 착각을 상징하는 공간이고, 그곳에서 탈출할 방법은 스스로 편리하지 않은 올바른 방법을 선택하는 것, 자기 손으로 신고하는 것이다.
이처럼 영화 속에서 모두는 편리하게 생각하고 그 편리함에 대가를 치른다. 영화를 본 상당수의 관객들은 왜 확인 사살을 하지 않느냐라거나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느냐라는 식의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데, 그렇게 생각한 당신이 정상이다. 그 정상적인 길 대신 최대 이익과 최대 효율을 기대할 법한 편리한 길을 택한 바보들의 이야기다. 강력한 공포 아래로 그 공포에 스스로 물려 들어가는 등장인물들의 어리석음과 이를 본 관객의 안타까움이야 말로 어둠 속에 가려진 작품의 정체다.
결말은 끝까지 편리함으로 귀결된다. 노인은 록키의 정체를 숨기는 것으로 자신의 죄를 은닉하고, 그럼으로써 록키는 거액의 돈을 가지고 동생과 캘리포니아로 떠난다. 영화를 통해 편리함의 비극을 충분히 반복적으로 경험한 우리는 그들의 내일을 예측할 수 있다. 당장은 딸의 비디오테이프가 흘러나오는 안락한 집과 따뜻한 캘리포니아로 달아나겠지만, 그 앞날은 절대 편리하고 평화롭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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