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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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6

Fuxxing Man _ 조커 폴리 아 되, 토드 필립스 감독

# 0. 그 ㅈ같았던 영화를 위한 사소한 변호        토드 필립스 감독,『조커 폴리 아 되 :: Joker Folie à Deux』입니다.     # 1. 당황스러운 영화다. 전작을 호평한 사람들이 느꼈을 이질적인 인상은 평가와 별개로 부정할 수 없다. 더 잘 만든 영화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고민할 것도 없이 전작, 1편이다. 담백하게 그쪽이 완성도가 더 높다. 개인적으로도 영화는 상당히 양가적인 감정으로 즐겼다. 대단히 ㅈ같은 영화이면서, 그렇기에 흥미로운 영화라는 것이 솔직한 양심이다. 리뷰한다면 내적인 디테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당장은 어색할 듯하다. 언젠가 적당한 시기가 있지 않을까. 뮤지컬 영화인 탓에 (2016)가 함께 거론되곤 하는 데, 사실 방법론적으로는 같은 감독의 (201..

죽음에 관하여 _ 피노키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 0. 고르는 것과 남겨진 것으로 말하는 유한한 생명에 대하여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피노키오 :: Pinocchio』입니다. # 1. 다정한 부자의 이야기는 아들 카를로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시작한다. 제페토의 소나무는 카를로의 죽음 위에 피어난 존재고, 피노키오는 다시 그 소나무를 베어 쓰러트린 죽음에서 태어난 존재다. 이후로도 누구와 만나 무슨 일을 겪는가와 별개로 단계마다 피노키오는 죽었다 살아나길 반복한다. 죽지 않는 피노키오가 그럼에도 죽음을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제페토를 죽음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서다. 생동감 넘치는 애니메이션은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에 관한 영화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가 인간이 됨은 돋아난 새살이 아닌 오직 '죽음'으로서 증명된다. 귀뚜라..

Film/Animation 2024.10.12

기다리는 사랑의 빛과 어둠 _ 롤라, 자크 드미 감독

# 0.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작가 이기주        자크 드미 감독,『롤라 :: Lola』입니다.     # 1. 진부한 표현이지만.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것이다. 고약한 사랑은 제멋대로 나타나 제멋대로 싹트기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처지인지, 사랑받는 사람이 어떤 처지인지에도 관심은 없다. 우연히 들린 출장지에서, 우연히 걷던 길가에서, 우연히 찾은 서점에서 만난 사람과 언제든 사랑에 빠질 수 있다. 당장 다음 출항지로 떠나야 하는 수병의 사정도, 급작스레 직장을 잃고 해외로 나가게 된 백수의 사정도, 7년씩이나 아내를 찾아올 수 없었던 남자의 사정도 아랑곳 않는다.  그때와 다른 시간에 만났더라면 우리의 사랑은 달랐을까. 그때와 다른 곳에서 시작했더라면 ..

Film/Romance 2024.09.16

풍성한 가지, 앙상한 줄기 _ 킬링 로맨스, 이원석 감독

# 0. 진짜 독특한 감독이긴 합니다. 솔직히 미친놈 같아요. 이원석 감독, 『킬링 로맨스 :: Killing Romance』입니다. # 1. 다음 씬은 커녕 다음 컷조차 예상되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예측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정신 나간 농담들로 100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관객을 붙들어 매는 것을 상상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데요. 그 아이디어를 밀고 나가 이 정도의 결과물을 관철해 냈다는 건 어쨌든 인정해야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감독은 미친놈이 맞는 것 같아요. 코미디라는 게 워낙 기호를 많이 타는 장르라 주관적 감상을 말씀드리는 것에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당장 세간의 평을 들여다봐도 호불호가 극심한 듯 보이니까요. 어쨌든 제법 좋았습니다. 혹자는 민망함을 표하기도 하던데요...

Film/Comedy 2023.06.26

비처럼 음악처럼 _ 쉘부르의 우산, 자끄 드미 감독

# 0. 대화를 포함한 극의 전반을 음악으로 구성하는 오페라의 매력과, 노래하는 동안의 캐릭터와 연기를 북돋우는 뮤지컬의 매력과, 연출과 편집이 적극적으로 극에 개입하는 영화의 매력을 환상적으로 배합해 낸 작품입니다.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샹송과 황홀하고 매혹적인 색감이 비가 되어 관객을 사랑으로 흠뻑 적십니다. '자끄 드미' 감독, 『쉘부르의 우산 :: Les Parapluies De Cherbourg』입니다. # 1.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항구도시 '쉘부르'에서 엄마와 함께 우산가게를 운영하는 '쥬느뷔에브'와 자동차 정비공 '기이'. 두 젊은 연인의 열렬한 사랑이 알제리 전쟁으로 인해 어긋나게 되는 과정과 그 후를 그린 비극적 멜로 영화입니다. 역사적 사건이라는 거대한 풍파에 떠밀린 개인의 비극이라는..

Film/Romance 2020.05.18

그녀가 정녕 사랑했던 건 _ 맘마 미아! 2, 올 파커 감독

# 0. 사랑.        올 파커 감독,『맘마 미아! 2 :: MAMMA MIA! 2』입니다.     # 1. 솔직히 엉망진창입니다. 커플들을 바라보는 제 마음처럼 말이죠. 엄마 도나가 학교 졸업하고 세계 여행하다 호텔에 정착하는 과정과, 딸 소피가 같은 호텔을 완성해 엄마의 꿈을 이루는 장면을 교차 편집하고 군데군데 ABBA를 끼얹습니다. '같은 공간 다른 상황', '다른 공간 같은 상황'을 묶어가며 두 여자의 삶을 잇습니다. '다른 공간 다른 상황'은 주변의 나이만 다른 같은 인물들이 잡아주죠. 구성은 나쁘지 않습니다. 근데 왜 엉망진창이냐, 구성을 채우는 이야기가 하나같이 말이 안 되거든요. 도나는 여행을 다닙니다. 여행경비는 각지에 널려있는 남자들이죠. 결제는 릴리 제임스의 미모로 대신 합니다..

Film/Romance 2018.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