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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개콘식 공감물 _ 어쩌다 로맨스, 토드 스트라우스 슐슨 감독

그냥_ 2019. 3. 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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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원래 계획은 <항거: 유관순 이야기>를 리뷰하려 했습니다. 근데 관뒀어요. 창밖 미세먼지를 보자니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기 싫었기 때문이죠. 해도 해도 너무하네요. 편서풍대라고 대놓고 서해안 쪽에다 온갖 공단에 쓰레기 소각장까지 몽땅 몰아다 지어놓고 우리더러 국내 요인이나 찾아보라 말하는 중국의 뻔뻔함에 없던 암까지 생길 것 같습니다. 안 되겠네요. 오늘은 중국과 미세먼지가 없는 이세계물이나 하나 봐야겠습니다.

 

 

 

 

 

 

 

 

'토드 스트라우스 슐슨' 감독,

『어쩌다 로맨스 :: Isn't It Romantic』입니다.

 

 

 

 

 

# 1.

 

인기 없는 건축가였던 내가

이세계에선 로코 히로인?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를 극혐 하는 뚱실한 건축가 주인공이 훤칠한 소매치기를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나 명치에 꽂힌 팔콘 펀치와 중요부위 어퍼컷을 맞교환한 다음 냅다 H빔에 헤딩을 하고선 정신 차려보니 어머나 꽃미남 의사가? 뉴욕 희망편 같이 화사해진 도시에 잘생겼지만 묘하게 느끼한 갑부가 예고 없이 나타나 나영석도 아니고 신묘한 드립을 매크로처럼 주절거리며 파스텔톤 꽃잎에 숫자를 적어주고 집에는 도둑놈이 들어와 낡은 것들을 버리고 값비싼 새것들로 채워준 다음 리모델링까지 해줬다고 경찰에 신고했더니 경찰이 잡아갑니다?

 

위기의 순간 용한 무당에 빙의한 여주가 호롤롤롤 꽃잎을 던지자 느끼한 갑부가 재소환되고 화끈한 키스에 이어 격정적인 몸의 대화에 들어가려 하자 빌어먹을 13세 관람가라 '에라이 씨X' 하고 욕을 질렀더니 삐처리가 국대 조현우처럼 길막을 하죠. 재미없는 개드립을 난사하는 남자 직장동료는 알고 보니 군필자였던 건지 하임리히 법의 정석을 시연하고 헬리콥터를 엄복동 자전거처럼 마구잡이로 굴려대는 끝장나게 이쁜 여자를 꼬셔 팔자를 고치는 걸 보니 거참 부럽다.

 

질식할 것만 같은 설탕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 느끼한 갑부를 이용해 먹다 못해 임자 있는 남자를 꼬시려고 노래방에서 콘서트를 여는 패악질을 벌이고, 마이클 베이식 슬로우 모션의 가호와 포켓몬처럼 필요할 때마다 소환되는 게이 남친의 버프로 무장한 여주가 남의 결혼식을 깽판으로 만들고 웨딩카까지 훔쳐 달아나다가 보배에서조차 논란도 안될 과실 10:0짜리 교통사고를 내고선 정신 차려보니 어머나 또 꽃미남 의사가? 는 훼이크다, 이 병신들아!

 

말 안 듣는 강아지와 쓰레기가 범람하는 뉴욕 절망편으로 돌아온 김에 인생 2 회차랍시고 막 살기로 마음먹은 여주가 온데 돌아다니며 큰소리를 치다가 대뜸 직장동료와 뽀뽀를 하더니 인도산 맛살라 영화처럼 위아 더 월드 뮤지컬을 열며 마무리된다.

 

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 2.

 

주인공 나탈리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도, 그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도 아닙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이야기죠. 감독은 인기는 없지만 인싸 기질 다분한 주인공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가지는 습관적인 클리셰를 유쾌하게 비틀며 장르가 가지는 본질적인 매력을 환기하려 합니다.

 

'장르'를 다루는 영화들은 결국 크게 보면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하게 됩니다. 해당 장르의 부분적인 플롯이나 명대사, 명장면을 적극적으로 오마주 하며 장르적 매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거나, 클리쉐를 대놓고 패러디하고 비웃으며 양산형 영화들을 까거나 하는 게 그것이죠.

 

전자는 타란티노의 거의 모든 영화들과 박찬욱의 거의 모든 영화들, 혹은 최신작이라면 서부극에 대한 존중이 듬뿍 담긴 코엔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 같은 걸 들 수 있겠네요. 후자는 좀비물의 법칙을 통렬하게 깨부수는 애드거 라이트의 <새벽의 황당한 저주>나 루벤 플레이셔의 <좀비랜드> 혹은 작정하고 웃겨보겠다고 덤벼드는 식의 패러디물인 <무서운 영화> 시리즈나 <에픽 무비>, 한국 영화라면 김정은의 인생 코미디를 볼 수 있는 <재밌는 영화> 정도를 들 수 있을 겁니다.

 

 

 

 

 

 

# 3.

 

이 영화는 어느 범주에서 보더라도 애매합니다. 로맨틱 코미디물의 정수를 보여주겠다!라는 영화라고 보기엔 장르에 대한 존중보단 희화화가 훨씬 많이 보이구요, 그렇다고 장르를 풍자하고 패러디한다기엔 모순적 요소들을 비꼴만한 장치들은 또 빈약합니다.

 

상황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꽃미남들의 막무가내식 추파, 패션쇼라도 하는 듯 매 컷마다 갈아입는 화려한 드레스, 가난하고 평범하지만 자기 소유의 대궐 같은 집과 말 잘 듣는 애완견,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마다 소환되어 꼭 필요한 조언을 건네주지만 내게 전혀 흑심을 품을 여지가 없어 맘 편히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게이 절친,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라이벌 직장 동료, 곤란하다 싶으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터져주는 운빨, 기가 막힌 호화 선상파티와 남주와의 가벼운 일탈 등 피식피식하면서 '그래, 맞아 로코물은 꼭 저러더라.' 라고 할 법한 것들이 하나같이 다소곳하게 나열되어 있을 뿐이죠.

 

 

 

 

 

 

 

# 4.

 

할리우드산 로맨틱 코미디의 양산형 클리셰에 경기를 일으키는 주인공을 로코의 주인공으로 만든다면? 이라는 깜찍 발랄한 아이디어를 가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질적인 아이템이 만드는 의외성이 거의 없다 보니 중반 이후 전체적으로 굉장히 심심합니다. 엄청 쎈캐인 것처럼 각을 잡던 주인공이 어느 순간 로맨틱 코미디의 세상에 순응해버리면서 조시의 결혼 파티 장면 즈음부턴 맥없이 퍼지는 넷플릭스 영화 특유의 싱거운 맛이 스멀스멀 올라오죠.

 

그래서 이 영화는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공감 코미디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콘에서 한동안 양산하던 '공감 개그물'처럼 말이죠. 인터넷 가십거리로나 쓰이고 치울 법한 내용들, 일상적인 습관 같은 것들을 줄줄이 나열해다가 맞지? 맞지? 내 말 맞지? 공감하지? 웃어! 웃으라고! 라며 악을 쓰는 것들 말입니다. 이런 프로들도 처음 몇 화는 재밌어요. '맞아, 그렇지 오~ 예리한데?' 하지만 10화 20화 넘어가다 보면 내가 이걸 왜 보고 있어야 하나라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죠.

 

# 5.

 

결론은 뭐.

예고편을 보신 분들이라면 예상하시는 그대로의 팝콘 무비입니다.

 

장르를 가지고 놀아보겠다는 아이디어는 흥미롭지만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능력에선 한계가 명확하군요. 군데군데 배우들의 개인기나 사소한 대사들이 만드는 코미디와 화사하고 따뜻한 색감 및 눈뽕용 뮤지컬이 채널이 돌아가는 것만은 아슬아슬하게 방어해냅니다. 주는 것도 없고 남는 것도 없고 월정액 가입자라면 어차피 보나 안보나 추가 비용은 없으니 심심하긴 한데 딱히 보고 싶은 건 없고 대충 키득키득거리면서 시간 때우기 용으로 볼만한 영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거기까지입니다. 뭐 그래도 주인공의 매력은 있으니 500원 추가한 캐러멜 팝콘 정도로는 쳐주도록 할까요. '토드 스트라우스 슐슨' 감독, <어쩌다 로맨스>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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