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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설익은 야심의 결과 _ 나이스 가이즈, 셰인 블랙 감독

그냥_ 2024. 11.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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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노래 시작했다, 노래 끝났다.

 

 

 

 

 

 

 

 

셰인 블랙 감독,

『나이스 가이즈 :: The Nice Guys』입니다.

 

 

 

 

 

# 1.

 

오역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나이스 가이즈다. 실소조차 나오지 않는 수준 낮은 번역을 나열하는 건 생략한다 하더라도, 영화 자체적으로도 하자가 적지는 않다. 몸값 비싼 두 주연배우의 슬랩스틱과 앵거리 라이스의 귀여움이 단점의 상당 부분을 만회하고 있고, 그 코미디의 리듬에 감화되어 버디물의 매력을 즐겼을 몇몇 관객들의 무난한 호평을 존중하는 것과 별개로 말이다.

 

포르노 배우의 도발적인 오프닝이 무안하게도, 미스터리 추리극은 힘없이 가족주의 드라마로 주저앉는다. 홀랜드(라이언 고슬링 분)의 직업이 탐정이 맞긴 한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미스터리의 짜임새는 빈약하다. <나이브스 아웃>(2019)과 같이 잘 만들어진 후더닛은 언감생심이고, 사건을 꼬아보려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한 평범한 추리물들과 비교해도 퀄리티는 떨어진다. 메모에 적힌 호텔을 찾아가는 장면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지나칠 정도로 우연에 기댄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이야기가 과격하게 휘둘러지는 동안 관객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 없이 수동적이라, 전반적인 감상은 차라리 인디에나 존스식 액션 어드벤처에 가깝다.

 

연쇄 살인 사건과 자동차 산업과 포르노 업계가 뒤엉킨 거창한 판을 만들어뒀지만 결국은 철없는 모녀의 다툼일 뿐이다. 그마저도 해결은 조잡한 떼거리 액션으로 귀결된다. 홀랜드의 이혼과 집이 사라졌다는 설정, 특히 그로 인한 딸의 고독감이 충실히 환원되는 것도 아니다. 살찐 제이슨 본 같아 보이는 잭슨(러셀 크로우 분)의 과거 역시 느슨한 암시만 있을 뿐 그 이상은 없다. 영화는 개봉 당시로부터 40년 전, 1977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시대적 개성은 강한 세일즈 포인트임에 분명하나, 한 때 잘 나갔던 디트로이트의 풍요와 그 유명한 <September>의 Earth, Wind & Fire 정도를 제외하면 시대가 이야기와 캐릭터를 통제하고 있다는 인상은 옅다.

 

 

 

 

 

 

# 2.

 

두 주인공이 상호보완하며 공동 목표를 달성한다는 류의 버디물임에도 기능적인 면에서 두 캐릭터 간의 균형은 무너져 있다. 잭슨은 신체적으로나 지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홀랜드를 압도하는 데, 비슷한 경우 홀랜드의 의외성으로 보강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잭슨의 유능함이 이야기의 동력이 되고 홀랜드의 기행이 방향을 결정하는 식인데, 그 부분에서 홀랜드의 기여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맨 인 블랙>의 J나, <러시 아워>의 카터 같은 캐릭터를 생각하면 작 중의 홀랜드가 얼마나 시시한 캐릭터인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우정이 서로의 인간적 부족함을 채워주지도 못한다. 두 사람의 성찰은 모두 (항상 터무니없이 애늙은이 같은) 홀리(앵거리 라이스 분)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 잭슨의 변화는 홀랜드의 무언가를 받아들이며 인격적으로 유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람을 죽이느냐 살리느냐 뿐이다. 문제는 애초에 잭슨이 살인청부업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몇 번 두들겨 패서 협박하는 싸구려 폭력 대행에 불과한 그의 개과천선은 설득력도 감동도 없다.

 

심지어 홀랜드는 어떠한 성장도 보여주지 못한다. 시작 지점에서의 홀랜드와 결말의 홀랜드는 어떤 면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느냐 물었을 때 답할 방법이 없다. 영화의 제목은 <나이스 가이즈>이고 영화의 이야기란 나이스하지 않았던 두 주인공이 나이스한 인물이 되는 이야기였어야 하나, 결말의 바에서 나이스한 두 남자는 라이언 고슬링과 러셀 크로우지 홀랜드 마치와 잭슨 힐리가 아니다.

 

 

 

 

 

 

# 3.

 

대체 뭘 하고 싶은 거냐는 질문에 확신을 주지 못하는 영화는 어떤 면에선 당연하다는 듯 시리즈물을 상정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대충 <나이스 가이즈 비긴즈>라고 말이다. 이후 펼쳐놓게 될 이야기의 영역을 무지막지하게 크게 잡고 그 영역의 밑그림을 러프하게 뿌린다 생각하면 차라리 이 조잡한 영화가 대충은 설명된다. 프로젝트의 사이즈에 비해 지나치게 화려한 캐스팅, 연대를 옮겨 다님으로 인한 드넓은 세계관, 잭슨과 홀랜드의 과거가 담긴 프리퀄로 한편, 두 사람의 탐정 사무소가 활약하는 내용의 두어 편, 장성한 홀리가 활약하는 외전 한편, 마지막 거대 흑막에 도전하는 식의 인피니티 워까지 더하면 대여섯 작 뚝딱이다.

 

제작 측은 나이스 가이즈만 어떻게든 안착해 후속작만 만들어졌더라면 싶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런 일이 벌어진 평행세계에서의 나이스 가이즈는 훌륭한 시리즈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가정에 입맛 다시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도 없지만 말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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