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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시그니처 아웃렛의 속셈 _ 데드 돈 다이, 짐 자무쉬 감독

그냥_ 2024. 10. 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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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아 씨발, XXX 죽이고 싶네.

 

 

 

 

 

 

 

 

짐 자무쉬 감독,

『데드 돈 다이 ::The Dead Don't Die』입니다.

 

 

 

 

 

# 1.

 

자필 서명을 뜻하던 시그니처(Signature)는 '개인이나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변별하게 하는 모든 것'으로 점차 그 의미가 확장되는 듯하다. 고급 의류 브랜드의 대표 라인업이나 디자인에 엄격한 몇몇의 공산품은 물론, 파인 다이닝의 시그니처 메뉴, 스포츠 스타의 시그니처 무브, 셀러비리티의 시그니처 픽 등은 좋은 예다. 유사한 의미에서 영화에도 수많은 시그니처가 존재한다. 멀리는 채플린의 콧수염과 버스터 키튼의 무표정부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웨스턴, 히치콕의 돌리 줌, 브루스 윌리스의 존 맥클레인, 웨스 앤더슨의 스타일과 에드가 라이트의 편집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은 방대하고 다양하며 모호하고 자유롭다.

 

짐 자무쉬의 뜬금 좀비영화는 모든 면에서 '시그니처'다. 메가폰을 잡은 짐 자무쉬는 언제나와 같은 건조하고 염세적인 스타일 위에 짐 자무쉬식 시그니처 유머를 난사한다. 뚱한 표정의 빌 머레이는 심드렁한 얼굴로 심드렁하게 돌아다니다 심드렁하게 총질한다. 매부리코의 애덤 드라이버는 특유의 얼빠진 표정을 곁들인 진지함으로 복선과 떡밥을 조린다. 심심한 배역이 오히려 놀라운 틸다 스윈튼은 일본도를 휘두르는 외계인 장의사를 맡아 우마 서먼 못지않게 미쳐 날뛴다.

 

한 손엔 짜증, 다른 손엔 샷건을 든 스티브 부세미 역시 사바세계의 좀비들을 영면으로 인도하고, 귀엽고 섹시한 셀레나 고메즈는 죽어서까지 여전히 귀엽고 여전히 섹시하다. 아무튼 좀비 영화를 찍기로 마음먹었다면, 장르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을 조지 A.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을 끌고 오는 것이 당연하다. 어차피 미국 시골에서 찍기로 마음먹었다면, 남부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을 컨트리 음악을 주야장천 틀어 재끼는 것 역시 당연하다.

 

 

 

 

 

 

# 2.

 

"좋아하는 친구들과 바보 같은 이야기를 만들었다." 인터뷰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영화는 좋아하는 친구들의 시그니쳐를 모아 만든 도시 외곽의 프리미엄 아웃렛이다. ZARA 매장 옆에 H&M이 입점한 것에 아무런 이유가 없듯, 빌 머레이의 마을에 틸다 스윈튼이 어슬렁 거리는 것에도 이유는 없다. 적당히 유니클로 옷을 둘려봤으니 옆에 있는 지오다노에 들어갔을 뿐이고, 마찬가지 의미에서 클로이 세비니를 봤으니까 셀레나 고메즈도 보면 좋을 뿐이다.

 

진지하지 못하다 비판하기엔 애초부터 진지할 생각이 단 1도 없는 영화다. 적당히 태만한 분장을 봐도 알 수 있고, 적당히 게으른 좀비들의 움직임을 봐도 알 수 있다. <킬 빌>(2003)을 연상시키는 칼질과, <매트릭스>(1999)를 연상시키는 키보드질, 개뜬금 우주선 히치하이킹과, 반복개그의 콩트들과, 복선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스포일러를 마구잡이로 던진다. 흔한 점프 스케어나 술래잡기도 없다. 선홍색 피 대신 검은 연기면 적당하다. 피 많이 뿌리면 귀찮으니까. 좀비에 포위되어 가장 극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할 결말에서 제4의 벽을 뚫으며 관객을 영화밖으로 밀어내는 건, 이 영화를 진지한 좀비영화로 생각하고 있지 않음이고, 보다 정확히는 관객 역시 좀비영화로 보지 않는 것을 원함이다.

 

다만 한 가지 의아한 것은 스터질 심슨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 이야기에 스터질 심슨만 한 컨트리 뮤지션이 없는 것은 자명하나, 다른 참여자들에 비해 유독 융숭한 대접을 받는 것은 썩 어색하다. 무수히 반복되는 테마곡과 기타 좀비로의 출연, 지난 뮤직비디오들의 오마주 따위다. 왜 하필 스터질 심슨인가라는 질문에는 수상할 정도로 태평한 감독의 음흉한 속셈이 숨어 있음에 분명하고, 열쇠는 스티브 부세미의 빨간 모자에서 발견된다. Keep America White Again.

 

 

 

 

 

 

# 3.

 

아 씨발, 트럼프 죽이고 싶네.

 

감히 추측하는 짐 자무쉬의 생각이다. 그 말을 너무 하고 싶은 나머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시간도 아껴 뜻이 맞는 친구들의 시그니처를 대충 긁어모아 좀비 같은 트럼프주의자들 머가리에 샷건을 때려 박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생각하면, 이 괴랄한 영화가 훨씬 편안하게 이해된다. 스터질 심슨은 미국 남부에 뿌리를 둔 뮤지션임과 동시에 보수적 음악계를 포함한 지역에 개혁을 요구하는 대표 격의 인물이기도 하니 말이다.

 

유독 좀비 대가리(대통령)에 집착하는 이유다. 대가리를 날리는 순간마다 최대한 감정이 실린 듯 보이는 이유다. 좀비들이 살아생전의 행동을 하는 건, 역으로 살아있는 존재들이 좀비라는 의미다. 가족주의와 공동체주의를 파괴한다는 것은 트럼프주의자에 대한 짐 자무쉬와 친구들의 진단이다. 군데군데 등장하는 물질주의에 대한 비판과, 자신의 윤리강령을 타인에게 위탁하는 대목, 이 지랄이 계속되면 어차피 파멸이라는 짜증 섞인 예언은 일견 진지하다. 죽음을 팔아 돈을 벌던 이방인이 홀랑 달아나고 나면 지옥은 남겨진 자들의 몫이라는 한탄은 일견 비장하다. 다만 도저히 숨길 줄 모르는 진보 성향 아티스트들 특유의 오만과 히스테리는 일견 저열하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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