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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Mystery & Thriller

진실함에 대하여 _ 리스본행 야간열차, 빌레 아우구스트 감독

그냥_ 2024. 8. 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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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진실한 정신과 관계, 그 무한한 가능성을 향한 낭만의 열차

 

 

 

 

 

 

 

 

빌레 아우구스트 감독,

『리스본행 야간여행 :: Night Train to Lisbon』입니다.

 

 

 

 

 

# 1.

 

2013년에 개봉한 미스터리 스릴러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파스칼 메르시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감독은 빌레 아우구스트이며, 제레미 아이언스가 주인공을 맡았다.

 

스위스의 고전문헌학 교수 그레고리우스가 우연히 빨간 코트의 여인을 구한 후, 그녀가 남긴 책 한 권을 계기로 리스본행 열차에 오르며 영화는 시작된다. 코트 호주머니에 들어있던 책 <언어의 연금술사>의 저자 아마데우 드 프라두에게 큰 호기심을 느낀 교수는 수업도 내팽개친 채 충동적으로 그의 삶을 추적한다. 저자의 집을 찾은 그레고리우스는 여전히 저택을 지키는 여동생을 시작으로 아마데우의 친구이자 동료들을 지나 연인 스테파니아를 만나기에 이른다. 과정에서 빨간 코트 여인의 정체를 포함한 포르투갈 혁명기의 근현대사와 그 한가운데를 관통했던 위대한 정신과 교감하며 지루했던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본다.

 

본격적으로 리스본을 탐험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하는 플래시백은 20세기 초중반 포르투갈 살라자르 독재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불안과 갈등에도 가려지지 않는 당대 청년들의 순수성이 돋보이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담담하고 건조하고 차분하다. 스펙터클한 스릴러라기보다는 고요하게 침잠하는 분위기의 서적을 읽어나가는 듯한 연출은 원작의 매력을 고스란히 이어받고자 하는 의지를 엿보게 한다. 영화는 독재에 맞서는 젊은이들의 열정과 낭만으로 시작해 아마데우와 스테파니아의 이별과 그레고리우스와 마리아나의 시작으로 끝맺음되지만, 단순히 정치적인 이야기나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사랑과 여행과 인생의 의미를 두텁게 탐구하는 것에 보다 가깝다.

 

 

 

 

 

 

# 2.

 

판사의 아들인 아마데우는 레지스탕스이지만 의사다. 신학교의 학생이자 작가이며 철학자이기도 하다. 한 남자의 영혼의 단짝이자 그 친구의 여인을 사랑한 복잡한 인물로, 영화의 모든 이야기는 이 인물의 입체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귀결된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에 대한 철학적 탐구인 것이다.

 

아마데우의 인생은 자기 자신을 향한 진실성이라 정의해도 좋다. 편리한 의미의 솔직함과는 다르다. 자신의 입장과 역할에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의 진실성은 무겁고 버거운 것이다. 아마데우는 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사실에 진실하다. 신학교에서는 신학에 근거해 진실하게 졸업사를 임한다. 의사로서의 소명의식은 비밀경찰 멘데스 앞에서 진실하고, 엄혹한 시대에 태어난 젊은이로서의 시민적 의무에 진실하며, 연인 스테파니아와의 사랑에 진실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 진실성이 아집이 아닌 책임감이었음은 바다를 내려다보는 사랑의 완성이 아닌 이별을 고하는 스테파니아와의 작별에 충실함으로써 구분된다.

 

아마데우에게 판사의 아들이라는 것은 유리한 것이기도 하지만 또래에게 불리한 것이기도 하다. 의사로서 레지스탕스의 적이었던 일명 '리스본의 도살자' 멘데스를 살렸다는 사실은 시민들의 모욕을 감내하게 하는 불리한 것이기도 하지만 스테파니아를 살리는 유리한 것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그의 선택은 유불리에 따른 조건부적 결론이 아니다. 그 자체로 선하기 때문에 선택할 뿐이라는 면에서 칸트 윤리학을 관철하는 인간처럼 보이기도 하다. 특히 "독재가 현실이라면 혁명은 의무이다"라는 문구에 담긴 '의무'라는 표현의 뉘앙스는 칸트의 도덕 법칙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맛이 있다.

 

 

 

 

 

 

# 3.

 

과거와 현재, 영생과 요절 등 시간은 중요한 코드다. 영화는 노년의 사람들이 젊어서 요절한 아마데우를 추적하고 회고하는 이야기라 요약해도 무리는 없다. 영화는 '생'에 있어 집착적이고 조건부적인 것들을 부정한다.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서라거나, 살아남기 위해서라거나, 잃어버리기 싫어서라거나, 책임져야 할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데우의 여동생은 여전히 오빠가 살아있다는 거짓에 집착함으로써 오빠와 대비된다. 아빠는 살아생전 아들에게 자랑스럽다 말 한마디 못한 것에 후회하다 목숨을 끊는다. 절친 조지는 아마데우와 같은 숭고한 정신을 가졌지만 끝내 출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지는 못하고, 결국 스테파니아를 잃으며 열등감에 스스로 무너진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비난하는 영화는 아니다. 우리 모두는 조지 등만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다만 그만큼 아마데우라는 인물로 의인화된 정신적 이상이 지향으로 삼기 충분할 만큼 숭고할 뿐이다.

 

그리고 그런 진실성의 성실한 누적은 한 개인의 인생뿐 아니라 역사의 과정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고전문헌학 교수인 것도, 포르투갈 독재를 회고하는 이유인 것도, 그런 회고를 수십 년이 지난 현재를 배경으로 풀어내는 것도, 영화의 결말이 미래를 던져 놓는 열린 결말인 것도 모두 넓게 펼쳐진 시간선 위에 착실히 누적된 진실성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영화의 제목은 리스본행 야간열차. 야심한 밤 열차에 타는 이유는 도착하는 시점에서 밝은 아침을 맞이하기 위함이다. 서슬 푸른 독재의 어둠을 헤쳐 나온 리스본의 거짓말처럼 밝은 아침처럼 말이다.

 

 

 

 

 

 

# 4.

 

여행을 끌고 나가는 그레고리우스는 아마데우의 안티테제로 아마데우의 진실성을 받아내는 거울로서 관객에게 예단되지 않은 순수한 시선을 제공한다. 괜히 주인공이 등장하는 장면마다 거울이 보이는 것이 아니고, 리스본에 도착한 후 안경을 새로 맞추는 것이 아니다. 스위스라는 국적은 역사적 사건과의 이해관계에서 분리된 중립국으로서의 이미지를, 고전문헌학 교수라는 직업은 다소 수동적인 연구자적 이미지를 더한다. 어두운 방에서 혼자 체스를 두는 오프닝은 인물이 스스로 진실되지 못함이다. 전처가 말했다는 '지루함'이란 영화의 핵심과도 같은 '진실성'과 명료하게 대비되는 수사적 표현이다.

 

앤딩 장면에서 교수는 언젠가 돌아오겠다는 지키지 못할 허무한 약속들을 남긴 채 베른으로 돌아가려 한다. 인생의 관성은 며칠간의 여행으로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손쉬운 것이 아님은 당연하다. 스스로 진실되지 못함을 어렴풋이 느끼지만 그럼에도 용기가 없었던 그레고리우스에게, 마리아나는 리스본에 남는 것을 제안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사랑이다. 영화의 사랑은 외로운 남녀의 뜨거운 사랑이 아닌, 서로를 진실되게 만드는 존재들의 숭고한 우정이다.

 

'영화'의 매력과 '소설'의 매력과 '여행'의 매력이 중첩된 듯한 작품이다. 영화는 빌레 아우구스트가 연출한 영화의 감동이자, 그레고리우스 교수와 함께 하는 여행의 감동이며, 아마데우가 쓴 저술의 감동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느리지만 담담하게 정속으로 나아가는 작품은 한 칸 한 칸 열차의 차량을 넘어가는 듯한 느낌도, 한 장 한 장 책장을 읽어나가는 느낌도, 자아의 마트료시카를 하나씩 열어보는 느낌도, 다소 건조하고 허탈하게 담배 한 까치를 무는 듯한 느낌도 있다.

 

작품의 본질이 탐미하는 인간 정신에 있다는 면에서 영화도, 소설도, 여행도 결국 보다 철학적인 인간에 다가감을 역설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아마데우의 책 제목은 <언어의 연금술사>이다. 다양한 의미에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언어는 그것을 표현하는 인간 고유의 정신이자 듣는 사람과의 관계이고, 그것이 연금술이라는 선언은 인간 정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낭만적으로 이상적으로 표현한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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