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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Mystery & Thriller

이카루스의 거울 _ 리플리스 게임, 릴리아나 카바니 감독

그냥_ 2024. 7. 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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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릴리아나 카바니 감독,

『리플리스 게임 :: Ripley's Game』입니다.

 

 

 

 

 

# 1.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심리 스릴러다. 맷 데이먼의 <리플리>(1999)가 알랭 들롱의 <태양은 가득히>(1960)의 그늘에 가려진 수작이라면, 이 작품은 그 그늘에조차 들어가지 못한 비운의 작품이라 할 수 있겠으나, 제법 흥미로운 중년의 톰 리플리를 만날 수 있다는 면에서 일정한 의의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주연은 존 말코비치가 맡았다. 사근사근한 목소리의 톰 리플리는 50대 중반의 세련된 사기꾼이자 냉혈한 살인마다. 오프닝의 사건을 통해 한몫을 챙긴 톰은 이탈리아 시골에서 은퇴 생활을 즐기는 듯 보이지만 내면엔 갈등과 복잡성이 가득하다. 하이스미스의 원작들이 그러하듯 영화 역시 살인사건의 긴장감보다는 주인공의 심리 탐구가 보다 중요하다. 감독은 리플리의 복잡한 내면과 그의 범죄 행각을 통해 인간 본성과 도덕적 상대성에 대한 성찰을 제안한다.

 

영화는 주인공 톰 리플리(존 말코비치)가 백혈병에 걸린 시한부 조나단 트레벤트(더그레이 스콧)를 범죄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과정으로 전개된다. 리플리는 비열한 마피아 리브즈(레이 윈스턴)에게 조나단을 살인 청부범으로 제안하고, 조나단은 처음엔 거절하지만 결국 남겨질 가족을 위해 받아들인다.

 

리플리는 범죄자임과 동시에 교양인을 자처한다. 예술과 문화에 대한 허영은 타인을 내려다보는 자의 오만으로 문학으로 가득 채운 서재의 고압적인 디자인으로 은유된다. 리플리에게 인간이란 손바닥 위에 놓고 보듯 단순하고 뻔한 한심한 존재다. 무례하고 무식하고 지저분한 리브즈는 리플리가 이해하는 인간 일반을 대변한다. 리브스와 다를 바 없다 여겨지는 조나단이 자신을 모욕하자 리플리는 조나단을 청부살인범으로 제안하는 데, 이는 단순한 심술이나 복수를 넘어 나(리플리)와 같은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범부임을 증명하고야 말겠다는, 일종의 게임과 같다. 실제 처음의 리플리는 마치 체스 게임을 두듯 조나단의 반응을 예측하고 행동을 조종한다.

 

 

 

 

 

 

# 2.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리플리는 범죄에 중독되어 가는 조나단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호기심은 이내 느슨한 애정으로까지 발전한다. 조종자와 피해자의 관계였던 두 사람은 점차 복잡한 동료 관계로 변모한다.

 

언제나 앞일을 손바닥 위에 놓고 보듯 하던 과거와 달리, 조나단이 얽힌 사건들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한 명만 죽이려던 계획은 두 명, 세 명을 죽이는 것으로 악화된다. 끈만을 활용하려던 계획과 달리 총을 쏘고 피가 튀는 예외적 상황이 발생한다. 죽은 줄 알았던 마피아는 살아남아 복수하러 나타나고, 보신적인 리플리는 조나단의 가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그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사유하고 경제적으로 고뇌하며 윤리적으로 절망하는 조나단은 리플리에게 자신과 같은 눈높이의 인간이 된다. 리플리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의 복잡성과, 인지하지 못하던 자신의 복잡성을 발견한다. 관객은 리플리의 내적 혼란을 관찰하며 인간의 복잡성을 탐구한다.

 

영화 속 수많은 거울과 반사면은 정체성의 분열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리플리가 왜곡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은 중요하다. 호화로운 저택은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상과 유리된 인물의 고독감과 공허함을 강조하는 장치다. 창밖을 내다보는 장면들과 창을 가리는 장면들은 이러한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건을 마무리 지은 후 다시 자신의 높이로 돌아온 리플리는 무대 한가운데에서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는 연인을 내려다보지만, 그 순간 아내도 아들도 아닌 자신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희생한 후 웃음 짓는 조나단을 떠올린다. 모두를 내려다보던 리플리의 시선은 무대 위의 연인을 지나 높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프닝에서 미술품을 챙긴 리플리는 이카루스의 조형물을 만지는 장면이 연출된다. 영화는 하늘 끝까지 날아오른 오만한 이카루스였던 리플리가 자신이 한심하다 여기던 인간으로 추락하는 이야기인 것이다.

 

 

 

 

 

 

# 3.

 

릴리아나 카바니의 연출은 작품의 심리적 깊이를 한 층 강화한다. 앞서 이야기한 저택과 거울, 이카루스의 조형물은 물론 색채와 조명 역시 인물의 심리 상태에 얽힌 영화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저택 내부는 주로 어두운 톤으로 연출되어 주인공 내면의 어둠과 복잡성, 오만하면서도 방어적인 태도를 표현한다. 외부 장면에서는 밝은 이탈리아의 햇살과 대비되어 리플리의 이중적 삶을 강조하는 등 인물의 윤리적 상황과 빛의 활용을 연결 지어 보는 것은 흥미롭다.

 

엔니오 모리코네가 참여한 영화이기도 하다. 거장이 작곡한 음악 역시 인물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청각적으로 표현, 관객이 인물에 이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몇몇 장면에서의 인상적인 바로크풍의 음악들은 주인공의 예술적 감수성과, 치밀한 논리, 범죄적 성향 등을 중의적으로 반영한다.

 

촬영과 편집에 집중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때로는 리플리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의 관찰자적 입장을 강조하기도, 때로는 빠른 편집을 통해 플레이어로서의 혼란을 표현하기도 한다. 기차 화장실이나 저택 등에서 보여준 긴장감 넘치는 촬영과 편집은 영화에 긍정적인 인상을 남기게 한다. 미술은 작품의 정체성 중 하나다. 넓고 호화로우면서도 묘하게 논리적이고 권위적인 저택은 그의 고립감과 공허함을 시각화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복잡하고 번잡한 도시의 거리라거나 기차 내부와 같은 좁고 혼란스러운 공간과 대비되어 인물이 경험하게 될 혼란과 긴장을 표현한다. 조금 더 세세하게는 손을 클로즈업하는 카메라와 그 순간의 내러티브를 연결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존 말코비치의 연기는 역시나 의심의 여지가 없다. 차가운 눈빛과 미묘한 표정 변화는 캐릭터 본연의 입체성을 성공적으로 표현한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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