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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ction

데니시 어벤저스 _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앤더스 토마스 옌센 감독

그냥_ 2022. 11. 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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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빌어먹을. 우리한테 대체 무슨 원한이 있는 건데!

 

 

 

 

 

 

 

 

앤더스 토마스 옌센 감독,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 :: Retfærdighedens ryttere』입니다.

 

 

 

 

 

# 1.

 

포스터만 보면 겁나 멋진 매즈 미켈슨이 총 다다다다 쏘고 모가지 꽉 하고 꺾는 섹도시발 영화처럼 보이는데요. 맞습니다. 어쨌든 특수부대 출신 주인공이 영화 내내 인상 겁나 쓰고 나쁜 놈들 도륙내고 있구요. 액션의 폭발력이 영화를 끌고 나가는 동력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죠.

 

다만, 횡스크롤 게임처럼 적 보스를 향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해 나가는 단방향식 총기 액션 영화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되려 다른 측면에서의 볼륨이 의외로 풍부해 깜짝 놀라게 되는 작품이죠. ⑴ 확증 편향과 음모론, 감시 사회와 정보 과잉의 한계, 사적 제재의 위험성 따위의 시니컬한 사회 비판도 작품의 큰 축이구요. ⑵ 사적 제재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정신 병리학적 불안과 이를 극복하게 하는 커뮤니티의 가치라거나, ⑶ 붕괴된 가족이 회복되는 동안 정신적 성장에 도달하는 주인공의 내면에 대한 밀도 높은 드라마 또한 또 다른 축으로 돌아갑니다. 그 사이 윤활유로서 ⑷ 북유럽 갬성의 뻔뻔하고 직설적인 코드의 단타성 코미디 역시 크게 기여하고 있죠.

 

 

 

 

 

 

# 2.

 

영화는 불운한 사고를 겪게 된 희생자의 유가족이 사고의 원인을 찾고 싶어 하는 갈망에서 시작되는데요. 흥미로운 지점은 주인공 무리가 빠져드는 확증편향에 있어 종교와 확률을 등치 시킨다는 점입니다. 신앙과 같은 감정적 믿음에 기대는 사람들과 달리 수학과 같은 이성적 판단을 하는 사람들은 확증 편향에서 자유로울 것이라는 허황된 믿음은 도입에서부터 무너지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확증 편향에 유혹받는 나약한 개인이다. 그 순간 그 사람의 손에 어떤 도구가 들려 있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라는 지적은 분명 통찰하는 바가 있습니다.

 

알토란 같은 조연 오토, 레나르트, 에멘탈러 세명의 정신병자들은 각기 다른 종류의 나약함, 이를테면 피해망상이라거나 허언증 혹은 강박증 따위를 대변하는데요. 코미디를 상당 부분 겸하고 있는 만화적 캐릭터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의 속성은 부분적으로 평범한 현대인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기질과 닿아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마음껏 비웃는 와중에 충분히 있을 법한 사람들의 충분히 있을 법한 광기가 누적되는 과정은 의외의 몰입감으로 승화되게 되죠. 일련의 확증편향이 낳는 음모론과, 제한적 정보와 인지 한계는 끝내 사적 제재로 과격하게 발전합니다. 방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말은 영화 속 다른 어떤 폭력만큼이나 섬뜩하죠. 복수를 부르짖던 오토와 레나르트와 에멘탈러가 진짜 사람을 죽이는 순간 한없이 나약해지는 순간에는 확증편향과 폭력성에 사로잡힌 커뮤니티 중독자들을 조롱하는 맛도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인데요. 정작 주인공 무리의 이름이 아닌 주인공이 소탕하게 될 범죄 집단의 이름이라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있다 해야 할 겁니다. 주인공 마르쿠스 등은 스스로 정의로운 복수를 한다 생각하겠지만 공적 시스템이라는 방식으로 합의된 정의를 살해한 살인마에 불과합니다. 최선을 다해 죽어 마땅한 사람들인 것으로 묘사되는 갱단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존재들인 것이죠.

 

 

 

 

 

 

# 3.

 

적당히 정리하자면, ⑴ 병들고 고립된 개인의 무기력함이 ⑵ 자신의 감정적 해소를 위해 논리적인 것으로 치장된 확증편향으로 이어지고 ⑶ 폐쇄적인 커뮤니티 안에서 확증편향이 반복 재생산될 경우 ⑷ 파괴적인 사적 제재로 이어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라는 식의 논리로 전개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을 텐데요. 알고리즘 속에서 감독이 집중하는 첫 번째 트리거는 [고립]입니다. 그래서 영화 내내 도움을 주는 사람들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들이 공들여 묘사되는 것이구요. 대립하는 고립된 인물들로 파티가 구성되었던 것이죠. 일련의 주제의식은 결말에서 "아빠가 도움을 받아야겠다. 미안해."라는 반성으로 완성됩니다.

 

영화의 매력은 불행의 이유를 찾고 싶어 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냉정한 비판과 함께, 그럴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에 대한 연민을 균형감 있게 다루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짜증 나는 짓과 문제 되는 짓만 골라하는 밉상 정신병자들의 행동과 결과가 허구적 복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가엽게 여기는' 시선인 것이고, 그 덕분에 영화의 메시지는 단순히 미쳐버린 개인들에 대한 비판이 아닌, 분리되고 고립된 개인을 도움의 커뮤니티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로 승화될 수 있었던 것이죠.

 

 

 

 

 

 

# 4.

 

아쉬운 점을 이야기해 볼까요. 아무리 주인공과 주변의 캐릭터들을 애정 한다 하더라도 사적 제재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한계에 걸맞은 비용을 지불하게 해야 했을 텐데요. 그런 장치가 없다는 것은 다소 허망합니다. 영화의 결말은 마르쿠스가 화장실에서 거울 깨며 쌩쑈를 하는 것과 무관하게, 억울(?)한 범죄 조직을 소탕한 살인마들의 행동이란, 이 산이 아닌가벼? 라는 것을 넘어 뭐 어차피 죽어도 괜찮은 나쁜 애들이니까 적당히 넘어가자! 가 되어버리기 때문이죠.

 

적어도 노골적인 메시지 중심의 블랙 코미디 영화라면 메시지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라도 사적 제재의 주인공 파티 역시 일정한 책임 혹은 비용을 지불케 했어야 합니다. 결말의 크리스마스는 감독이 자신이 주목한 착점에 감정적으로 도취된 것이 투영된 나태한 마무리였다는 생각입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힐링이 되었다는 평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는 역설적이게도 작품의 실패를 의미합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힐링보다는 반성과 고찰 쪽에 훨씬 가까울 작품이기 때문이죠.

 

메시지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서사의 기둥이 되어줄 스릴러의 완성도가 다소 빈곤하다는 것 역시 단점이라는 생각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시퀀스를 구분하기 위해서라는 편의적 목적의 책갈피처럼 액션이 소비되고 있고, 구성 역시 주인공 배우의 개인기에 상당 부분 떠맡기고 있다는 것 역시 부정하기 힘듭니다. 앤더스 토마스 옌센 감독, <라이더스 오브 저스티스>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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