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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ction

폭동 _ 카터, 정병길 감독

그냥_ 2022. 8. 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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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야한 동영상을 줄여서 '야동'이라 부르던가요.

그럼 폭력 동영상은 '폭동'이라 불러야겠군요.

 

 

 

 

 

 

 

 

정병길 감독,

『카터 :: Carter』입니다.

 

 

 

 

 

# 1.

 

멜로와 포르노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가장 큰 것은 의도의 차이라 해야 할 겁니다.

 

멜로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부신 순간들과, 그 속에서 발견되는 정서의 입체성을 관찰하는 걸 목적으로 합니다. 성애性愛는 결실을 표현하는 다양한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죠. 성애를 적극적으로 연출하는 몇몇 작품들 조차 중요한 것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어루만지는 손길에 담긴 감정의 표현에 있습니다. 파격적인 표현으로 주목을 받았던 <색, 계> 같은 작품들만 하더라도 각각의 베드신마다 각기 다른 정서를 구분 지어 표현하는 미학적 성취가 뛰어난 작품이었죠.

 

반면, 포르노에서 사랑은 성애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 안에 담긴 정서 따위는 중요시되기는커녕 번거로운 것으로 치부되기 일쑤죠. 어느 정도의 스토리라인을 꾸리는 척하는 포르노조차 목적은 클라이맥스를 보다 자극적으로 연출하기 위함일 뿐입니다. 성애가 런타임의 가장 중요한 지점들을 노골적으로 차지하고 있고, 표현은 시청자들을 성적으로 자극하는 것에 최대한 복무합니다.

 

보편의 액션 영화들과 <카터>의 차이는, 멜로와 포르노의 차이와 거의 유사합니다. 액션 영화들은 액션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담긴 다채로운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상호 간의 숙성된 적대적 분노가 해갈되는 수단으로써 액션이 기능하는데 반해, <카터>에서의 액션은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 목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2.

 

화면은 고생으로 가득한데 반해,

서사는 황당할 정도로 편의적입니다.

 

설정과 전개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인 경우는 오랜만입니다. 일본 애 하나 썰고 싶으니까 일본어 하는 애를 넣고 이야기를 만들어 붙이는 식입니다. 흑인 머리통에 총알 하나 박아 넣고 싶으니까 흑인이 등장하는 상황을 적당히 끼워 넣는 식입니다. 아뇨. 그러기라도 하면 다행입니다. 어느 순간 접어들면 그 '주먹구구의 이야기를 만들어 붙이는 것조차' 생략합니다. 그냥 귀찮았나 봐요.

 

기억상실 주인공 질질 끌고 다니려면 누군가는 리드를 해야 하니까 그냥 목소리가 들리게끔 귀에 뭘 넣었다 칩니다. cctv가 있어서 다 알 수 있다 그러면 관객은 있겠거니 해야 합니다. 잘생긴 주원이 내내 뛰고 구르면 뛰고 구르나 보다 해야 합니다. 시나리오에 허점이 있어 문제적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부분의 감독들은 적당히 넘어가자며 의뭉스럽게 제안하지만, 상남자 정병길 감독은 니가 안 따라오면 뭐 어쩔 건데? 라며 무시하고 내달립니다. 무시무시하죠.

 

건물 뛰어내리는 액션 찍으면 멋있으니까 뛰어내립니다. 문신 조폭 도륙 내면 흥미진진하니까 액스트라 때려 붓습니다. 이쁜 누나야 홀딱 벗고 있으면 가슴이 콩닥콩닥하니까 벗겨서 깔아 놓습니다. 하늘에서 다이빙하면 근사하니까 다이빙합니다. 전작에서 옥빈이 누나랑 버스로 재미를 봤으니까 버스 씬도 한번 더 써먹습니다. 카체이싱은 국룰이구요. 겸사겸사 바이크 액션도 집어넣습니다.

 

도시에만 있기 답답하니까 교외로 물놀이 갑니다. 무더위 가시게 해 줄 계곡 다이빙과, 덩실덩실 구름다리와, 뜬금 이성재와, 설탕 유리로 지은 듯한 비밀 연구소와, 프로펠러로 칼질하는 괴랄한 헬기 액션까지 지나고 나면 영화와 포르노 중간 형태의 영상물이 되어 영원히 우주공간을 헤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누가 죽든 말든 아무 상관없었으므로- 이내 생각하기를 그만두게 되었죠.

 

 

 

 

 

 

# 3.

 

8할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압도적인 액션을 풀어내는 동안

이야기는 단 하나도 전개되지 않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오프닝부터 롱테이크로 이어 붙인 액션을 미친 듯이 뽑아내는데요. 그동안 누군지 모르는 주원이,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누군지 모르는 애들을 죽이면서,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이동했다는 것이 유일한 정보입니다. 무려 20분이 지난 지점에서 차에 올라타고 나면 눈앞에 있는 남한 누나와, 내 귀에 캔디 같은 북한 누나가 밀린 숙제 해치우듯 미친듯한 속도의 대사들로 밀린 이야기의 할당량을 채우는 데, 영화 내내 이런 식이라 불편함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하죠.

 

액션을 지배하지도 설득하지도 못하는 스토리라 몰입하는 행위 자체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직관적으로 느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기억하고 따라가 봐야 떡밥이 회수되지 않을 것이라 '의심'하는 것을 넘어, 회수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는 지점에 다다르게 됩니다. CIA니 DMZ니 남북공조니 바이러스니 손병혼지 정병혼지 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관객이 먼저 지쳐 나가떨어지는 것이죠. 이야기가 없으니 캐릭터의 권위도 없습니다. 주인공 카터의 설정까지 모조리 포기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두 시간이 훌쩍 넘는 분량 동안 누구랑 왜 싸우는지 모르는 상황이 속출하는 걸 보노라면, 포기하면 편하다는 안 선생님의 가르침이 뇌리를 스치는 것만 같죠.

 

모든 것들을 희생한 대가로 액션 그 자체가 되어버린 영화답게 연출은 최대한의 자극을 위한 최대한의 과장으로 점철됩니다. 미친듯한 멀미를 유발하는 카메라 워크와, 뚝뚝 끊어져 내리는 과격한 스타일의 편집까지는 백보 양보해 컬트적 스타일이라 친다 하더라도, 물리법칙 따위 개나 줘버리는 그래픽 질까지 보노라면 이건 한국인 스킨만 씌운 바후발리랑 뭐가 다른가 싶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바후발리는 그나마 멀미도 덜하고 최소한 통속극으로서의 내러티브도 착실할 뿐 아니라 그 액션조차 병신 같긴 하지만 참신하기도 하다는 면에서 라자몰리 감독님께 심심한 사과를 전하게 됩니다. 갓동님, 나마스떼.

 

 

 

 

 

 

# 4.

 

유튜브를 보다 보면 아무 이유 없이 유압 프레셔로 이런저런 물건들 넣고 터트리는 류의 영상이 있는데요. 그냥 그런 거라 생각하면 차라리 마음이 편합니다. 주인공과 이야기에 대한 동화 따위의 드라마적 감동 따위는 전무하니까 애저녁에 포기하셔야 합니다. 적당히 뒤져보니 하드코어 헨리 때처럼 '눈으로 즐기는 게임 같다'는 류의 황당한 평가들도 보이는데요. 게임 너무 무시하시는 데 요즘 어지간한 TPS들도 이렇게까지 내러티브 약하면 폭망 합니다.

 

액션 '영화'를 보고 싶으시다면 절대 비추구요. 무언가를 총으로 쏘고 칼로 찢고 때려 부수는 '액션 덩어리'를 우악스럽고 게걸스럽게 소비하겠다 하신다면 거기까지 말리지는 않을 듯합니다. 알 수 없는 모종의 이유로 배우 주원의 헐벗은 몸매와 심각한 표정을 토할 때까지 보고 싶으시다면 그런 분들 또한 보셔도 좋습니다만, 참... 이걸 영화라 해야 할지 액션 촬영 스튜디오의 기술 자랑질을 위한 포트폴리오라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정병길 감독, <카터>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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