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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ction

게으르거나 안일하거나 [원더풀 고스트, 조원희 감독]

그냥_ 2018. 10. 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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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쓸데없는 얘기를 줄이겠습니다. '죽이고 싶은'의 조원희 감독이 이미 죽은 귀신 장르를 데리고 죽이고 싶은 영화를 가지고 왔거든요. 덕분에 영화를 보고 나서 이걸 예매한 절 죽이고 싶었죠.


명절. 감동. 코미디. 어후 지겨워. 저 세 글자만 들어도 딱 각이 나오시죠? 꼰대가 제 멋대로 정의한 훈훈한 청춘, 닭똥 같은 눈물 뚝뚝 흘리는 이쁘장한 아역, 양산형 아침드라마에서나 볼법한 가족과 연인의 어색한 콜라보, 삼류 양아치 팔뚝에 새겨진 '차카게 살자' 식의 권선징악, 억지로 접붙인 공동체와 '씨X 제발 좀 감동해주면 안 될까?'라는 2시간에 걸친 감정 구걸. 배우 이미지와 개인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억지 개그. 네, 정답.


아냐! 이 영화는 명절. 감동. 코미디에 귀신을 더했다고! 아~ 귀신~~? 그, 장서희의 '귀신이 산다', 차태현의 '헬로우 고스트', 브루스 윌리스 옹의 '식스 센스'. 더 이전이면 최진실 누나의 '고스트 맘마', 심지어 1990년작 데미 무어 이모의 '사랑과 영혼' 같은 데 나오는 주인공에게만 보인다는 그 귀신? 30년 묵은 귀신 팔이라. 참, 잘도 신선하네요. 참고로 사랑과 영혼이 나온 1990년은 세계인에겐 동독과 서독이 통일한 해로, 우리에겐 비처럼 음악처럼의 김현식이 눈을 감은 해로 기억되는 때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30대 중반까지는 글로만 들어본 얘기일걸요?






원더풀고스트 포스터




'조원희' 감독,

『원더풀 고스트 :: The Soulmate』 입니다.






혹시 일부러 먹이는 거니?


영화 원더풀 고스트는 놀라울 정도로 거의 모든 요소에서 대단히 진부하거나 안일합니다. 우선 캐릭터를 보죠. 김영광의 태진. 스테레오 타입의 밝고 건강한 청년이자 정의롭고 올바른 경찰, 친절하고 헌신적인 남자친구입니다. 네. 딱 저 3가지의 기계적인 롤을 외형적으로만 수행하지, 이 인물의 내면이나 과거는 영화에 없습니다. 부실하게 묘사된다가 아니라 없어요 아예. 이 인물은 태어날 때부터 착한 일, 여자친구를 챙기는 일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간입니다. 흥부는 착하고, 놀부는 못됐다 정도의 캐릭터란 겁니다. 


이유영의 현지는 더 심각합니다. 이 여자는 사실상 태진의 짐짝입니다. 태진이 행동하게 하는 동기, 태진의 감정을 건드리는 도구, 태진이 살아가는 이유죠. 왜? 사랑하니까! 얼쑤! 더 빠워 오브 러브다 야. 현지에게 아이가 생기고, 집도 생기고, 돌봐줄 마동석이 생기자 감독은 동기를 상실한 태진을 죽여버립니다. 깔끔하네요. 최유리 양의 도경. 아역의 사랑스러움과는 별개로 지겨운 캐릭터들 중에서도 제일 지겨운 캐릭터입니다. 편부모 밑에서 자라는 지나치게 일찍 철든 아이. 아이엠샘, 7번방의 선물, 앤트맨, 괴물 등등등. 기억력이 좋으신 분들은 아마 영화리스트를 3박 4일 동안 읊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근데 그러고 보니 신기한 게 이런 애들은 꼭 딸이에요. 아들 낳은 사람 중엔 배우자가 죽는 사람이 없나 봅니다. 혹시나 꿈에서라도 결혼을 하시게 되면 아들 낳으세요. 그래야 당신이 삽니다.




물론 저도 압니다. 감독의 승부수는 마동석이라는 거. 그럼 마동석의 캐릭터는 신선하냐? 네, 아이디어는 분명 신선합니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도 하나 이상할 것 없는 마동석을 데려다 비겁하고 이기적인 캐릭터를 만들면 어떨까? 라는 상상은 관객을 극장으로 유혹하기에 충분합니다. 마동석이 그 몸매로 귀신을 무서워 한다든지, 양아치들 눈을 피한다든지, 넘어진 할머니를 나 몰라라 한다든지 하는 모습들, 나름 신선합니다. 허벅지만 한 팔뚝을 가지고도 불의에 눈감는 마동석의 등에 쓰인 '정의는 이긴다!'라는 글자는 그 위화감을 강조합니다. 이야, 그럼 저 독특한 설정이 일으키는 파열음이 영화에서 팍팍 튀겠구나! 에이... 그럼 이 글 제목이 저 모양이 아니죠.


코미디 영화로서의 에너지는 마동석의 깨알 말장난과 리액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데... 솔직히 너무 진부합니다. 마동석식 대사, 마동석식 표정, 마동석식 몸짓. 이거 언제까지 봐야 하나요. 캐릭터성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그냥 다 마동석이에요. 


무슨 달려있는 근육을 떼라는 게 아닙니다. 갑자기 여자 연기를 하라는 게 아닙니다. 송강호, 황정민 같은 배우들이 뭐 대단한 외형변화를 통해 연기 변신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최소한 배우 이전에 배역부터 보이게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언제까지 기차 탄 마동석, 경찰 마동석, 아트박스 마동석, 비겁한 마동석, 마동석, 마동석만 봐야 합니까? 배우를 탓 하자는 게 아닙니다. 개성있는 좋은 배우를 이딴 식의 근육 덩어리로 소비하는 감독들을 욕하는 겁니다. 배우 생명을 태워서 자기 장사나 하겠다는 거, 너무 비겁한 거 아닙니까?




원더풀고스트 A








개연성 전원처치


캐릭터만 문제냐, 서사는 거의 호러입니다. 불법 밀입국 단속기간에 한 명도 아니고 대여섯 명의 여성이 밀입국하는 걸 순경 한명이 봅니다? 네. 좋아요. 순찰하다 볼 수는 있죠. 근데, 그 사람들. 대충 봐도 그냥 밀입국자가 아니라 인신매매에 가깝던데요? 밀입국을 주도한 깡패들은 그 사람들을 데려다 나이트에 감금하고 강제 성매매를 시킵니다. 그걸 동네 파출소 순경이 나이트 맞은 편 편의점에서 컵라면 처먹으면서 보는 걸 수사랍시고 한다고요? 돌았나요? 죽고 싶어 환장한 건가요? 


심지어 이 정신 나간 순경은 성매매 아지트에 정문으로 당당히 입장하셔서 옥상까지 올라가시는데, 어라? 아무도 안 잡습니다? 감독 너 이 새... 제발 뭐든 좋으니까 OCN 드라마 아무거나 하나만 보고 오세요. 그런 업점들 입구에서부터 시꺼면 정장 딱 빼입고 어깨부터 밀어넣는 깡패들이 나오나 안나오나. 그래, 뭐 하필 그날 깡패들이 죄다 연차 쓰고 유급휴가라도 갔다 칩시다. 아니, 그래도 cctv에 안 걸릴 리가 없잖아? 좋아요, 김영광이 뭐... 할로우 맨이라 칩시다. 염력의 파마머리 비호감 류승룡에 이은 투명술의 동네 순경 김영광까지. 슈퍼히어로물은 역시 한국영화네요.


밀입국자 성매매 업점을 잠입했던 그날. 김영광은 인신매매와 강제 성매매의 확실한 물! 증! 을 손에 넣습니다. 그것도 디지털 자료를요. 이걸 그렇게 허술하게 파출소에서 좋다고 꺼내 보고 치운다고요? 대단들 하네요. 그리고, 이 영화에의 경찰들은 개인행동이 일상화 되어 있습니다. 말이 됩니까? 번화가 아무 데나 한번 나가보세요. 경찰들이 어디 혼자 다니나. 훈련소만 가도 애들 사고날까봐 화장실만 가도 두 명씩 세 명씩 짝지어서 보내요. 너 이 새X 미필이니? 


밀입국이 벌어지고, cctv도 듬성듬성 있는 곳을 사복 입고 혼자 쫄래쫄래 다닌다고요? 네, 뭐 좋습니다. 거기가 하필 치안이 그 모양 그 꼴인 동네인가 보죠. 근데, 현직 경찰 살해 사망사고가 났잖아요? 이건 만만한 일이 아닐 텐데요. 지방청 전체가 발칵 뒤집힐 일을 동네 파출소장이 막을 수 있다고요? 심지어 사고난 곳은 지하주차장입니다. 대한민국에서 cctv와 블랙박스가 제일 많은 곳이 어딜까요? 그리고, 조폭 두목 풍기는 왜 이렇게 화만 나 있는 겁니까? 얘는 왜 주진모에게 굽신 거리는 겁니까? 그러던 인간이 왜 갑자기 그 타이밍에 주진모의 뒤통수를 치는 겁니까? 풍기의 똘마니들은 왜 그 타이밍에 굳이 주진모에게 갈아타는 겁니까? 아시는 분?




원더풀고스트 B








미친건가 싶은 막장 엔딩


영화의 결말은 감독의 게으름이 가장 잘 드러나는 최악의 장면입니다. 귀신과 사람이 쿵짝쿵짝하는 이런 콤비무비는 그 선이 명쾌해야만 성립됩니다. 사람은 할 수 있지만 귀신은 할 수 없는 것, 귀신은 할 수 있지만 사람은 할 수 없는 것이 칼같이 지켜져야 몰입이 된다는 건... 씨X 이건 너무 당연한 거잖아요? 어려운 얘기가 전혀 아닙니다. 사람이 벽을 통과해버리는 순간 귀신은 쓸모가 없어지고, 귀신이 물리력을 발휘해 버리는 순간 사람은 쓸모가 없어진단 건... 너무 당연한 겁니다. 근데, 귀신이 마지막에 물리력으로 악당을 제압해버리면 어쩌자는 겁니까? 그럴꺼면 주진모가 잘 때 망치 하나 들어다 머리통에 떨어트리면 끝이잖아요? 아니면 운전 한 번 쯤은 할테니 그 때 허우적거리면서 악셀 한번만 꾹 밟게해도 끝입니다. 이런식으로 마무리 하는 건, 2시간 내내 벽타던 스파이더맨이 갑자기 하늘을 날아버리는 거고, 앤트맨이 갑자기 수트없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거고, 슈퍼맨이 귀찮다고 사람들을 막 죽이는거고, 염력의 류승룡이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하늘을 날아버리는 거랑 같은 겁니다. (응?) 말이 됩니까? 감독 딴엔 이 결말을 무슨 대단한 감동적인 장면으로생각한 것 같은데, 이건 게으른 거고, 안일한 거고, 멍청한 겁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영화의 완성도는 이야기의 설득력에서 나옵니다. 서사의 몰입도는 개연성에서 나옵니다. 개연성은 촘촘한 디테일에서 나오고, 그렇게 완성된 촘촘한 디테일은 캐릭터의 매력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정말 잘 만든 영화들은 스쳐 지나가는 조연 하나 하나에도 풍부한 생명력이 있습니다. 


살인의 추억을 보신 분들이 박두만, 서태웅 형사 뿐 아니라 조형구 형사, 구반장, 신반장을 기억하고, 박해일 뿐 아니라, 향숙이와 조병순, 전미선, 심지어 오프닝의 남자아이와 엔딩의 여자아이까지 방금 본 듯 기억하시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아니, 멀리 갈 필요없이 마동석의 전작 범죄도시를 보신 분들이 전일만 팀장, 위성락, 춘식이, 이수파 장이수, 독사파 안성태. 심지어 잠깐 나온 조선족 알바 형제도 기억하시는 건, 배우들의 열연도 있었지만, 그만큼 시나리오가 촘촘했기 때문입니다. 물어봅시다. 이 영화에 나온 조연 중에 특색 있고 매력있는 배역이 하나라도 있습니까?


혹자는 이건 오락영화다, 뭘 그리 까칠하게 보냐고 하실지도 모릅니다만, 사람들이 사랑하는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곡성, 베테랑, 타짜 이런 영화들이 뭐 대단한 예술영화여서 인정받는 게 아닙니다. 이것들도 죄다 오락영화에요. 그저 잘, 열심히, 촘촘하게, 내꺼다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애정과 존중을 담아 만든 '오락영화'죠. 영화는 가격 티어가 없는 장릅니다. 제작비나 감독 브랜드 파워에 따라 인디영화는 3000원, 한국영화는 7000원, 블럭버스터는 10000원 이렇게 팔지 않습니다. 그말인 즉, 관객은 피땀흘려 번 돈 들여 이런 안일한 양산형 영화와 다크나이트를 같은 값에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가혹하다 생각하시면 같은 값으로 더 훌륭한 경험을 제공하는 다른 영화들처럼 잘 만들면 됩니다. 그걸 못 하겠다? 그럼 싸게라도 풀던가.




원더풀고스트 C








배우들의 눈물로 끓인 김빠진 콜라


그래도 배우들이 눈물 겨울 정도로 고군분투 하기는 합니다. 기계적인 태진이란 캐릭터는 김영광의 기럭지와 얼굴로 그나마의 생동감을 얻습니다. 훤칠한 기럭지의 다리 휘날리며 나타나 씩 웃으면 '그래, 저렇게 생기고 착한 애가 어딘가엔 있을 것 같아' 라는 설득력이 생깁니다. 역시, 일단 잘생기고 봐야 해요, 젠장. 마스크 뿐 아니라, 연기도 좋습니다. 특히, 사고 후 병원에서 자신이 귀신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는, 쉽게 말해 '아, ㅈ됐다'라는 걸 알게 될 때의 연기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딱 한 장면 꼽으라면 전 그 장면을 꼽겠습니다. 물론, 나머지 거의 모든 장면을 버리겠지만. 


이유영 또한 정말 좋은 배우 입니다. 그렇게나 수동적이고 상투적인 캐릭터임에도 배우가 오로지 개인기로 캐릭터에 숨을 불어 넣습니다. 현지의 억척스러움, 사랑스러움, 피로함, 절실함, 강단 있는. 이 모든 걸 한땀한땀 만들어 수 놓습니다. 제발 차곡차곡 잘 성장해서 포스트 전도연이 되어주세요. 최유리 양 또한 훌륭합니다. 누J구K의 영화들처럼 오열 셔틀로 쓰고 버려지는 다른 아역들과는 달리 짊어진 과제가 적지 않음에도 훌륭히 소화합니다. 만, 영화의 꼬라지를 보면, 이걸 다행이라 해야할 지... 씁쓸합니다.




범죄도시가 '범죄영화의 클리쉐 + 윤계상의 장르영화적 요소'를 '슈퍼히어로 마동석'이라는 망치로 때려부수는 영화라면, 원더풀고스트는 '범죄영화의 클리쉐 + 김영광의 가족드라마적 요소'를 '비겁한 마동석'이라는 장도리로 비트는 영화입니다. 만, 그런 구조적인 공통점과 주연 배우만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굉장히 수준 차이가 많이 나는 영화입니다. 범죄도시가 다소 익숙하지만, 그래도 시원한 얼음 동동 띄운 탄산 가득 품은 콜라라면, 원더풀 고스트는 팔팔 끓여서 탄산 다 날아가고 얼음 다 녹아버린, 검은 설탕물이 된 콜라입니다. 마동석 사용설명서의 실패한 예.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게으른 시나리오와 안일한 연출로 망쳐버린, 그래서 전혀 원더풀하지 못 한 영화. 조원희 감독, 원더풀 고스트였습니다.




원더풀고스트 D


* 사족 하나 달자면, 영화와 별개로 이유영 배우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고로 떠나보내는 연기를 하는데... 

굉장히 가슴이 아팠습니다. 떠난 분과 남은 분 모두에게 다시 한 번 위로를 전합니다.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는 "Daum 영화"와 "IMDb"에 공개된 이미지만을 활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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