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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Action

캐릭터를 생성하시겠습니까?_ [안시성, 김광식 감독]

그냥_ 2018. 9. 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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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을 듣는 순간부터, 우리 모두는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습니다. 당 태종 이세민이 15만 대군을 우르르 몰고 와서 안시성을 공격하다 우주 방어 전문가 양만춘에게 막혀 열폭하고, 에라이하고 토성 쌓았더니 양만춘이 토성 낼름 뺏어가면서 눈깔 주고 GG친다는 내용이죠. 네? 그걸 어떻게 아냐고요? 저처럼 수업시간에 조셨나 보군요. 이럴 땐 순진하게 모르는 티를 내기 전에 저처럼 꺼무위키를 켜 안시성 전투를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안시성 포스터




'김광식' 감독,

『안시성』 입니다.






공들여 만든 전쟁신


물론 그렇다고 2시간 내내 전쟁만 할 수는 없겠죠. 그럴만한 사료도 충분치 않거니와, 사료가 충분하다 하더라도 2시간 내내 전쟁만 하면 추석 기념으로 자식 손주들 거느리고 영화관을 찾은 어르신들이 당 태종보다 먼저 실려 나갈 수 있으니까요. 해서 영화는 필연적으로 피로감을 덜고 영화의 볼륨을 키워줄 에피소드들을 군데군데 끼워 넣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뭐 당연한 거라 봐야죠. 다만, 문제는 영화의 몇 안 되는 장점은 앞서 얘기한 전쟁씬에서, 대부분의 단점은 그 분량 늘리기용 에피소드에서 나온다는 거지만요.


전쟁씬은, 너무 기대를 안 해서였을까요. 기대한 것보다 훨씬 매력적입니다. 우선 카메라를 흔들어 대지 않아서 좋습니다. 특히나, 얼마 전 개봉한 물괴의 그 거지 같은 카메라 워킹을 보신 분들이라면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편-----안함을 느끼셨을 겁니다. 보통 액션 연출이 감독 자기가 보기에도 엉성하고 허접하면, 그걸 숨겨보겠다고 카메라를 흔들어대잖아요? 반면 안시성은 포커싱하는 인물을 딱 잡아놓고 깔끔하게 액션 동선을 잡아냅니다. 마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의 교회씬처럼 말이죠. 


주필산에서의 저녁노을 아래서의 전투씬, 안시성에서의 낮 동안의 전투씬, 토산에서의 야간 전투씬 모두 달라지는 구도와 광원을 적절히 조합해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주요 캐릭터마다 슬로우 팍팍 거는 게 무슨 양산형 MMORPG 게임 캐릭터 생성화면 같기는 하지만, 뭐 어떤가요. 멋지면 장땡이죠. 단. 그것도 딱 1시간까지지만.


왜 1시간까지냐. 저 지긋지긋한 슬로우를 2시간 내내 싸우기만 하면 걸어대거든요. 전투씬에서의 슬로우는 관객의 호흡을 강제적으로 잡아버립니다. 당장 한번한번은 우와 하는 몰입감을 주지만, 반복되면 피로도를 팍팍 더하는, 나름 양날의 검과 같은 연출 방식인 거죠.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시리즈들이 보고 나면 별 내용도 없는 주제에 쓸데없이 진이 빠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래요, 감독님 액션씬 잘 만든 거, 이게 감독님 비장의 무긴 거 알겠다고요. 그니까 좀 적당히 하시죠?


전쟁씬은 연출 외에 구성도 알찹니다. 사실 이런 영화들이 자주 저지르는 문제가 적군을 무턱대고 성벽에 우라 돌격시킨다는 거죠. 이 영화는 전투의 설득력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초반에 투석기를 우선 동원하고, 흙으로 채워진 성이라 투석기가 안 통한다는 것도 설명하고, 돌격해서는 공성 사다리를 동원하기도 하고, 외부로 노출된 사다리가 돌을 매단 도르래에 막히자, 야간에 공성 탑을 동원하기도 하죠. 공성 탑이 불에 타는 걸 본 이세민이 토성을 만들 것을 지시하기 전까지. 거기까지의 설득력을 차분히 쌓아나갑니다. 무기도 활도 나오고, 석궁도 나오고, 기마병, 기마 궁수, 보병, 창병 등 다채롭게 묘사됩니다. 아주 훌륭해요. 토성을 무너트리고 점령하고 나서는 불을 붙인 나무 바퀴를 데굴데굴 굴리는 건 그 자체로 이채로우면서 동시에 시각적 만족감을 충분히 줍니다. 여러 형태의 전쟁씬을 구성하느라 감독님 머리 깨나 아프셨겠어요.


자, 장점은 여기까지. 이제 단점을 얘기해 봅시다.




안시성 A








자신은 없고, 하긴 해야겠고...


네. 캐릭터가 하나같이…. 전형적이거나 후집니다. 추수지(배성우 배우)는 전형적인 무쌍형 충신 부관입니다. 말동무하다 싸울 땐 무용을 뽐내죠. 이런 캐릭터들은 마지막에 장군을 대신해 사망하거나, 장군과 함께 자축하기 전까지 주야장천 말동무하다 무쌍 찍다, 말동무하다 무쌍 찍습니다. 풍(박병은 배우)과 활보(오대환 배우)는 뭐, 다들 아시는 만담 콤비입니다. 딱,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레골라스, 김리 콤비 같은. 이런 애들은 단독 씬은 아예 없습니다. 언제나 둘이 나와서 쿵짝쿵짝 대사를 주고받겠죠. 그리고 아시죠? 얘네 절대 안 죽는 거. 


시미(정은채 배우). 발연기입니다. 아…. 아니, 뻘소리 하는 신녀입니다. 보통 이런 캐릭터는 진짜 신기가 있어서, 빙의해서 미래를 예지하는 식으로 가거나 아니면 통찰력이 뛰어나 합리적 조언을 하는, 한마디로 지능캐 역할이죠. 이 영화에서는 후자입니다. 통찰력 지능캐. 근데 이 여자, 스텟을 딴 데다 찍었나 봐요. 겁나 멍청합니다. 파소를 왜 팔죠? 파소가 작전에 성공하면 그냥 성공이에요. 만약 실패한다면? 그런다고 토성 완성 전까지 항복을 안 받아줄 이유가 없습니다. 너무…. 당연하잖아요? 그리고 그 어색한 연기는... 거의 자체 슬로우모션처럼 숨이 턱턱 막혔어요.


파소(엄태구 배우). 주인공 파티에서도 누구 하나쯤은 리타이어 해야 할 텐데. 추수지도 안 죽고, 풍과 활보는 못 죽어요. 그럼 누가 죽죠? 네. 파소죠. 얘가 죽는 건 너무 뻔합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죽죠. 더 웃긴 건 관객이 혹시 안 죽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할까 봐, 죽기 직전까지 사망 플래그를 15만 당나라군보다 더 많이 세우고 간다는 겁니다. 나 죽어! 죽는다!! 절대 죽어!!! 잘 봐!!!! 으악!!!!! ... 백하(김설현 배우)는 팬덤 티켓 셔틀입니다. 에이, 왜 그러세요. 다들 익스큐즈 하는 것 아닌가요? 다만, 딱 거기까지. 티켓 셔틀까지만 하면 좋았을 걸, 굳이 발연기 2까지 하실 건 없잖아요?


조인성의 무게감도 아쉽습니다. 그나마 어설프게 목소리 깔면서 힘 주는 연기 안하는 게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배우 유형에 안 맞는 건 안 맞는 겁니다. 처음엔 '사도'의 송강호처럼 어깨 힘 뺀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했습니다만, 결과물로 봐선 실패한 것 같네요. 발성도 아쉽습니다. 사극은 인물도 많고 용어도 현대어와 괴리가 큰 만큼 전달력이 더욱 중요할텐데, 원래 발성이 약점인 배우다 보니, 그 점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그리고 박성웅 배우. 제가 진짜 좋아하는데요. 근데 진짜... 중국어 연기 토할 뻔했어요. "안-니엉-흐아-셰-요-쉐-씨악-유-츠이-언-박-시앵-웅-임-므이-따!" 하는 느낌입니다.


영화 2/3부터는 작정하고 감성팔이 신파를 쏟아냅니다. 솔직히 참기 힘들었어요. 파소의 희생은 뭐 그렇다 쳐도, 설현이 발연기를 양손에 차고 혈혈단신으로 이세민에게 달려가는 씬이나, 굳이 성동일 등을 생매장하는 연출, 특히나 죽으러 가는 성동일 앞에 노모가 나타나는 장면은 진짜 억지 신파의 향연이었습니다.




범작이라도 해줘서 다행이다.


전체적으론 2018년 한국영화 기준으론 (매우 다행스럽게도) 무난한 범작이라 생각합니다. 전투씬을 어느 정도 비중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범작에서 수작으로 다가갈 수도, 범작에서 망작으로 다가갈 수도 있겠죠. 다만, 최근 한국영화 4대장, 물괴, 안시성, 명당, 협상 중에선 독보적으로 훌륭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굳이 저 4 작품을 봐야 할까 라는 질문에는 확실히 답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저 중에 하나만 봐야 한다면 안시성을 보시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훌륭한 전투가 부족한 서사에 발목 잡히는 아까운 영화, 차라리 스타일리쉬하게 전투씬에 올인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 김광식 감독의 안시성이었습니다.




안시성 C

안시성 B

안시성 D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리뷰에 사용된 이미지는 "Daum 영화"와 "IMDb"에 공개된 이미지만을 활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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