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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hriller

유망주는 유망주 ⅱ _ 콜, 이충현 감독

그냥_ 2021. 1. 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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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주는 유망주 ⅰ _ 콜, 이충현 감독

# 0. 연출이 능숙합니다. 포인트마다 연출자의 의도와 대화하고 있다는 기분 좋은 감각이 전달됩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김은희 작가의 『시그널』이 연상되지 않을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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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후반부 아쉬운 서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구요. '영숙'을 거론한 김에 배우와 배역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요.

 

단편 영화 <몸값>으로 주목받았던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이목이 집중되긴 했습니다만. 영화에서 활용하는 공간 연출과, 서사를 전개하는 방식, 논란의 결말부와 같이 감독의 존재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이런 류의 영화는 늘 배우의 영화, 특히 '악역'의 영화가 됩니다.

 

이 작품에선 '전종서'죠.

 

 

 

 

 

 

# 14.

 

잠시 딴 얘기를 좀 해 볼까요. 우리나라의 관객 아니 굳이 관객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력'에 불필요할 만큼 큰 의미를 쉽게 부여하곤 합니다. 어린 아역이 맥락과 무관하게 오열만 하면 '연기 천재'라고 치켜세우는 것이나 배우가 이리 뛰고 저리 굴러가며 고생을 많이 했다 싶으면 어지간해선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건 이 '노력', 정확히는 '고생'에 대한 습관적 과대평가 때문이죠.

 

 

 

 

 

 

# 15.

 

스릴러 영화의 왕국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지난 20여 년간 수많은 범죄 스릴러물이 만들어졌음에도 인상적인 빌런이 그리 많이 않은 건, 많은 배우들이 악역을 부들부들 떨며 핏대 세우는 것과 같이 고생스러운 방식으로 손쉽게 표현해 왔기 때문입니다. 휘발성 유행어만 남긴 체 기믹성으로 사라진 빌런들은 많을지언정 작품 수 대비 매력적인 악역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건 그 때문이죠. 기껏해야 <추격자>의 '지영민'이나 <달콤한 인생>의 '백대식', <악마를 보았다>의 '장경철', 조금 넓게 보자면 악역이라 할 수는 없지만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에서의 '복남' 정도가 간신히 떠오르는군요.

 

 

 

 

 

 

# 16.

 

사실 생각해보면 '악역'이라는 표현 자체가 허구입니다. 서사를 기능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지정한 편의적 분류일 뿐이죠. 세상에 악역으로 태어나 악역을 수행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은 없잖아요?

 

배역이 플롯상 악역으로 기능한다 하더라도 작가와 배우 모두 해당 캐릭터가 '악역'이라는 인식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다소 폭력적이고 때론 기괴하지만 나름의 이유로 행동하는 '입체적 자연인'이라는 전재를 놓쳐선 안 되겠죠. 각 시점에 따른 성격의 변화를 동기를 기반으로 해석함으로써 인물의 행동양식을 합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또한 사람의 인격이라는 게 이전과 이후가 칼로 자른 듯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생각할 때 상황과 무관하게 본연의 기질을 은연중에 묻어내기도 해야 할 테구요. 그래서 악역은 참 어렵고 그래서 악역은 참 매력적이라 생각합니다.

 

 

 

 

 

 

# 17.

 

여하튼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영숙'이 "니가 우리 엄마를 죽인 것도 아니잖아"라 말하는 대목이나, 오열하는 '서연'의 목소리를 듣고도 이해하지 못한 채 까르르 웃는 대목. 아빠를 살리는 것을 두고 "재미있는 생각이 났다"말하는 장면. 살아난 아빠를 보며 "진짜 바뀌었네? 신기하네?"라 말하는 장면 등은 모두 이 인물의 어딘가에 나사가 빠져있음을 묘사합니다. 그저 단순히 악행을 위한 악당이라기보다는 공감능력이 상실된 불확실성의 존재에 가깝다는 의미죠. 마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조커'처럼요.

 

 

 

 

 

 

# 18.

 

'서연'의 아빠를 살리는 것과 같은 선의가 재미있을 것 같기 때문이라거나 궁금해서 한 행동이라면, 재미가 없어지면 언제든지 일탈할 수 있고 심지어 더 재미있을 것만 같은 악행이 발견된다면 언제든 악행을 펼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처음 잘못 걸린 전화인 줄만 알았을 때 '선희'에게 보였던 과격한 언행과 집착에 담긴 기질은 일종의 복선이었던 셈이죠.

 

 

 

 

 

 

# 19.

 

"'영숙'은 처음엔 좋은 일을 했지만 '서연'이 전화를 받지 않는 것에 화가 나 나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변했다"

 

라는 식의 평가는 편의적 이해에 불과합니다. 본인 '영숙'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저 재미를 위해, 소유욕을 위해, 통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일관된 행동을 한 것뿐이죠. 이 배역의 핵심은 이 지점을 캐치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 할 수 있습니다.

 

 

 

 

 

 

# 20.

 

'영숙'이라는 캐릭터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씬은 잔혹하게 사람을 살해하는 장면이 아닙니다. 토막 낸 시체에 주먹질을 날리는 장면도 아니고, 자신이 잡히지 않기 위해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장면도 아니며, 섬뜩하게 눈을 흘기는 장면 또한 아니고, 영화 <샤이닝>이 오마주 된 듯한 문을 부수는 절정의 장면 또한 아닙니다. 마치 '서태지'를 생각할 때처럼. 순간순간 삐져나오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천진난만한 순수한 표정과 행위와 상반된 숨길 수 없는 섹시함입니다. 그 순간의 위화감이야 말로 이 캐릭터가 극한의 생동감을 얻는 지점이라 할 수 있죠.

 

 

 

 

 

 

# 21.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는 영화 내 진단명처럼 타자와는 전혀 교감하지 못하지만, 그에 대한 반동으로 자기 자신에게만큼은 대단히 풍부한 감수성을 보이는 '영숙'이란 캐릭터를 배우 '전종서'는 더없이 훌륭하게 소화합니다. 단편적인 씬들에서의 묘사도 훌륭하지만, 각 씬마다의 편차가 매우 인상적인 가운데 특유의 본질적 정체성 또한 결코 놓치지 않습니다. 앞선 글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후반부 다소 밋밋한 서사임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파괴력과 흡입력을 지켜낼 수 있었던 데에는 감독의 캐릭터 메이킹과 더불어 '전종서'의 연기가 대단히 주요했다는 생각입니다.

 

 

 

 

 

 

# 22.

 

반면, '박신혜'의 연기력은 아쉬웠습니다. 감정에 북받쳐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화사하게 웃는 연기와, 절규하며 오열하는 연기. 두 개의 툴 외에 디테일한 감정 표현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특유의 단점은 이번 작품에서 역시 동일합니다. 영화의 장르나 성격, 맡은 배역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수동적인 역할만 맡는 건 표현에 한계가 있다는 데 대한 연출자들의 공통된 평가가 있기 때문인 듯 보이는데요. 그마저도 상황에 따라 디테일이 빈약하다 보니 작품을 불문하고 같은 연기를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게 됩니다. 음...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을 응원하는 배우인데요. 모쪼록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 23.

 

정리하자면, 경쟁력 있는 스타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망한 감독의 성공적인 데뷔작이라 할 법합니다. 동시에 아직은 유망주답게 이야기의 짜임새는 제법 아쉬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공들여 다듬어 놓은 전반부의 기반을 후반부에 폭발시키지 못하는 아쉬운 영화라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듯 합니다만, 대신 주연 배우의 개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은 분명 인정받아야 한다 생각됩니다. 여러모로 '이옥섭' 감독의 <메기>와 비슷한 감상이군요.

 

 

 

 

 

 

# 24.

 

타임 패러독스를 활용한 쫀쫀한 서사의 미스터리물이나, 두 주인공 사이의 두뇌싸움 - 힘겨루기를 즐기는 과격한 스릴러물과 같이 밀도 높은 서사를 기대하신다면 다소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대신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빌런이 자유분방하게 날뛰는 캐릭터쇼를 즐긴다는 생각으로 보신다면 충분히 재미있을 영화이지 않을까 싶네요. 역시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이충현'보다는 '전종서'에 대해 더 많이 호평하신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이충현' 감독, <콜>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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