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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hriller

귀차니즘 ⅱ _ 시크릿 옵세션, 피터 설리반 감독

그냥_ 2019. 7. 2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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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 ⅰ _ 시크릿 옵세션, 피터 설리반 감독

# 0. 관객 친화적이지 않습니다. 장르 친화적이지도 않습니다. 주제에 친화적이지도, 공급자 친화적이지도, 심지어 돈줄인 제작자들에 친화적이지도 않습니다. 영화는 엽기적일 정도로 감독에게

morgosound.tistory.com

 

 

# 7.

 

'페이지' 형사는 딸을 실종으로 잃은 인물로 소개되는데요.

이 설정이 서사에 기여하는 바가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습니다. 딸이 실종된 이유에 대한 설명도, 형사가 하필 이 사건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한 설득도 전혀 없습니다. 딸을 유괴한 범인이 알고 보니 제니퍼의 가짜 남편과 동일인물이라거나, 러셀이 딸 실종사건의 주요 참고인이라거나, 실종사건과 제니퍼 사건의 유사성이 있어 기시감이 사명감을 자극한다거나, 제니퍼가 딸의 실종과 관련된 인물이라 부채감을 느낀다거나, 제니퍼가 형사의 딸과 비슷한 나이나 비슷한 외형이라거나라는 둥의 형사가 집착적으로 이 사건에 매달릴만한 구석이라는 게 전무합니다. 심지어 실종된 딸에 대한 개인적 감수성을 가진 인물로 관객에게 소개해 놓고 영화 중반부부턴 이런 대목들은 모조리 휘발됩니다. 앞부분 싹 도려내고 그냥 동네 경찰이 직업정신이 좀 투철했다. 정도여도 영화의 진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이 설정은 중년의 흑인 형사를 불쌍하게 만드는 것 이외엔 아무런 효과가 없죠.

 

사실 인물 배치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페이지 형사는 배경 설정과 별개로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할 수 없습니다. 무슨 소리냐구요? 잘 생각해보세요. 주인공은 광대 도드라지고 눈 작고 까무잡잡한 스테레오 타입의 동양인, 그것도 여성이죠. 조력자는 자녀를 잃은 노령의 흑인 외톨이 형사입니다. 범인은 금발의 젊은 백인 남성이구요. 감이 딱 오시죠?

 

아~ 이거 PC물이네요.

 

 

 

 

 

 

# 8.

 

'제니퍼'가 활약하는 영화입니다.

보다 정확히는 '제니퍼'가 활약해야만 하는 영화입니다.

 

기획단계에서부터 눈 찢어진 왜소한 동양인 여성이 역경을 넘어 금발 백인 남성의 시체에 잔다르크의 깃발을 꽂는 영화인 셈입니다. 페이지 형사는 적당히 제니퍼와 러셀 사이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누군가들의 독단적이고 폭력적인 기준에 의거한 ‘올바름’을 맞춰줄 균형추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페이지' 형사는 분량은 착실히 잡아먹지만 제대로 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막말로 이 놈은 오래된 까만색 권총 지갑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그 덩치에 현직 경찰이란 놈이 놈팡이 하나 제압 못해서 두 번이나 개 털리는 것도, 마지막에 경찰이란 놈이 다리 저는 납치인 여성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살아남는 것도, 제니퍼느님 덕에 딸에게 남은 미련으로부터 구원받는 것도 모두 이 인물이 그럴 목적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역겹네요.

 

 

 

 

 

 

# 9.

 

'러셀'이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이 도망치고 잡히고만 반복하는 머저리 여주인공을 띄우기 위해 처참히 희생된 이유 역시 PC 때문입니다. 페이지 형사는, 그래요. 어쨌든 조연이니까. 하는 일이 없는 것뿐이니까 덜 불쌍하기라도 하죠. 러셀은 나름 주인공임에도 아무런 대접도 받지 못한 채 멍청한 짓들을 반복적으로 소화해야만 했습니다.

 

동기부터 모호합니다. 러셀은 제니퍼를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요. 어떻게 하고 싶었던 걸까요. 죽이고 싶은 걸까요? 소유하고 싶은 걸까요? 러셀은 영화 시작 폭우가 내리는 씬에서 제니퍼를 살해하려 합니다. 그녀가 기억상실에 걸렸다는 걸 눈치채고는 소유하려 하죠. 이후 계획대로 아내가 될 것만 같던 제니퍼가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자, 점점 체인을 채우고 밧줄로 묶으며 강박적 소유욕을 드러내는데요. 그러더니 마지막엔 또 냅다 죽이려 합니다. 형사만 죽이면 드디어 제니퍼를 완전히 소유할 수 있는데요. 가질 수 없으면 부숴버리겠어! 뭐 이런 땡깡인 걸까요.

 

포토샵 배워서 합성 사진까지 열심히 준비하는 살인마가 왜 문패는 새로 안 파고 스티커를 붙여둔 걸까요. 수갑 두어 개 사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걸까요. 체인을 발에 매어둔 것도 도망쳐 나온 판에 두 번째 탈출은 밧줄로 묶어두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요. 심지어 그 옆에 밧줄 태우고 나가라고 곱게 라이터에 촛대까지 마련해두는 모습은 아연실색케 하죠.

 

 

 

 

 

 

# 10.

 

감독이 PC에 정신 팔린 동안 영화는 제멋대로 굴러갑니다.

 

전 남편 시체는 왜 곱게 차량 트렁크에 넣어둔 걸까요? 시체 썩은 냄새 풀풀 풍기면서요? 앞서 '이해관계자'라는 양반은 '제니퍼'가 집에 뻔히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냅다 땅에 묻었잖아요? 원래 남편을 처리하는 동안에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 얘도 깔끔하게 묻어 놓으면 편하지 않을까요? 멀쩡히 장 보고 와서 굳이 트렁크는 또 왜 한번 열어보는 거죠? 혹시나 살아났을까 싶으셨던 걸까요? 설마 관객들 보여주려고 한 뻘짓거리는 아니겠죠?!

 

말 나온 김에 '이해관계자'라는 인간은 누구죠? 뭔가 의미심장한 듯 등장해 놓고 이 인물이 하는 일이라곤 남주에게 뚝배기 깨진 후에 땅에 묻히는 게 전붑니다. 이 인물의 실체에 대해선 전혀 거론조차 되지 않아요. 더군다나 이 인물이 죽어서 땅에 묻힌 걸 '제니퍼'가 발견하는 시점에서 굳이 대문짝만 하게 손에 낀 반지를 보여주는 대목. 이건 혹시 얘가 남편 아니야?라는 착각 말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이 인물은 왜 만들어진 걸까요? 네. 관객을 속여먹기 위해 억지로 끼워 넣은 인물인 거죠.

 

사람 뚝배기를 여름날 피서지 수박만도 못하게 취급하는 러셀이, 이해관계자는 확인 사살 확실히 하면서 땅에 묻어둔 그 러셀이. 왜 하필 가장 위험한 형사는 곱게 살려다 냉장고에 고이 접어 넣어둔 걸까요? 이해관계자라는 양반보다 총 들고 잡으러 온 형사가 훨씬 더 위험해 보이지 않나요? 확인사살 확실히 하고 땅에 묻는 게 맞지 않냐구요. 이 감독 놈아!

 

 

 

 

 

 

# 11.

 

영화는 게으른 감독의 편리함과, PC의 가호를 받는 제니퍼라는 두 명의 주인님을 모시는 종과 같습니다.

 

철없는 아들 생일잔치에 운전기사와 함께 인디언 분장을 하는 아빠마냥 페이지 형사와 러셀은 2시간여에 걸친 똥꼬쇼를 펼칩니다. 감독은 결국 일가족 몰살시킨 살인마가 죽자마자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광속으로 3개월 후를 보여준 후, 죽은 남편 예토 전생시켜 편지를 읽게 하는 것으로 대충 마무리합니다.

 

쪽대본 드라마도 이 영화보단 완성도가 높을 겁니다. 이 영화보단 더 많이 고민할 겁니다. 대충 근사한 저택 하나 섭외해다가 소품에 돈 때려 박아서 양산형 드라마 마구잡이로 찍어낼 시간에 차라리 제대로 된 감독 섭외해서 내용 있는 영화를 한편이라도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요. 디즈니나 아마존 같은 경쟁자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넷플릭스 이래도 되는 건가 싶네요. 슬슬 정액제 가입료가 아깝기 시작하는 오리지널 시리즈 퀄리티입니다. '피터 설리반' 감독, <시크릿 옵세션>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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