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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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2

쓰러지지 않는 도미노 _ 산나물 처녀, 김초희 감독

# 0. 아, 부끄러워라. '김초희' 감독, 『산나물 처녀 :: Ladies of the Forest』입니다. # 1. 도미노를 만들 겁니다. 주어진 땅은 좁지만 그래도 알차게 블록들을 모았습니다. 테마도, 밑그림도 그럴싸하게 준비했습니다. 세심한 손길로 줄지어 놓기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블록이 서 있는 지금은 의미 없어 보이겠지만 쓰러트리고 나면 멋진 그림이 완성될 겁니다. 각기 다른 색깔의 블록들이 뉘어지는 순간 뭇사람들이 예상치 못할 의외성과 창의성이 드러나게 될 겁니다. 다시, 하나... 둘... 셋... 드디어 완성입니다. 처음 블록을 놓았던 자리로 돌아갑니다. 관객도 충분히 모였으니 이제 쓰러트리기만 하면 되는... 데? 어라? 왜 안 쓰러지지? 첫 블록이 쓰러질 듯 쓰러질..

Film/Drama 2021.09.05

삶이란 무겁고 허무한 것 _ 죽여주는 여자, 이재용 감독

# 0. '소영'은 박카스 할머니입니다. 박카스이면서 할머니죠. 곤궁하고 비굴하고 비참한 창부로서의 정체성과, 넘치는 나이가 되어버린 노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중첩된 사람입니다. 각 정체성이 분리되어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안에서 겹쳐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죠. 소영이 민호의 고사리 손을 잡고 자신을 사줄 노인들을 찾는 장면. 손님과 일을 치르기 전 아이를 여관 프런트에 맡기는 장면은 이 인물의 정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마냥 냉소적일 것만 같은 세간의 선입견과는 달리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복잡 미묘한 내면에 대한 묘사는 우리가 도덕성이라는 기준만으로 진단하고 결정지은 후 방치한 삶들 안에도 일반과 다르지 않은 나름의 깊이가 있었음을 상기하게 합니다. 감독은 박카..

Film/Drama 2019.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