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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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중희 3

푸른 밤의 사색 _ 여섯 개의 밤, 최창환 감독

# 0. 모든 여행은 여행자가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 최창환 감독, 『여섯 개의 밤 :: The Layover』입니다. # 1. 오스트리아 철학자 마틴 부버의 글귀와 함께 시작됩니다. 해당 글귀를 인용함은,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여행자로 규정한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작품을 통해 탐구하고자 하는 바가 눈에 드러나는 목표가 아닌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목적지'라는 것에 있음을 의미하는 거겠죠. 알 수 없다는 것은 통제 불가능한 불확실성을 의미할 텐데요. 예측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개인의 나약함으로도, 계획 밖의 영역에 대한 가능성과 풍요로움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영화가 탐구하려는 목적지란 것이 문자 그대로의 장소라거나 성취와 같은 것은 아닙니다. 타인과 함께 하는 ..

Film/Romance 2023.11.12

관찰과 연구 _ 재방송, 손석구 감독

# 0. 익숙치 않은 듯 불편해 보이는 양복. 물병을 하늘 높이 집어던지는 장난기. 짧게 멘 붉은색 백팩. 무더운 날의 오르막길. 거친 숨소리. 비 오듯 쏟아지는 땀. "저 왔어요. 이모!" '손석구' 감독, 『재방송』입니다. # 1. Unframed입니다. 드라마 물에서 예상할 수 있는 관습적인 클리셰에 얽매이지 않고자 하는 감독의 의지가 명확히 전달됩니다. 의도적으로 비튼 클리셰 파괴를 위한 클리셰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극을 쓰는 사람의 편의보다는, 캐릭터의 진짜 모습을 치열하게 관찰하고 연구했음이 스크린을 넘어 전달된다는 뜻이죠. 말하는 사람의 입을 배려한 티가 역력한 대사들입니다. 만지는 사람의 손을 배려한 티가 역력한 소품들입니다. 움직이는 사람의 몸을 배려한 티가 역력한 공간들입니다. 보는..

Film/Drama 2022.01.06

시인이 만든 영화 _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 방성준 감독

# 0. 엄마 정숙은 요절한 아들 도원의 언덕을 한 걸음 한 걸음 오릅니다. 언젠가 아들이 올랐을 언덕에 올라 아들이 보았을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흘러가는 석양처럼 아들에 대한 기억도 아들이 지나온 시간도 아들을 그리워하는 동안의 슬픔도 그렇게 넘어서려 합니다. '방성준' 감독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 :: Passing over the Hill』입니다. # 1. 짧은 시 한 편을 영화로 만든다면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요. 일전에 도로타 코비엘라, 휴 웰치먼 감독의 를 리뷰하며 화가가 만든 영화 같다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이 영화는 꼭 시인이 만든 영화 같다는 생각입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대로 엄마 정숙이 글을 배워서까지 아들 도원의 시집을 한 글자 한 글자 필사하며 아들을 마음으로 떠나보내는..

Film/Drama 2020.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