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배꼽이 큰 건지, 배가 작은 건지.
커트 위머 감독,
『이퀼리브리엄 :: Equilibrium』입니다.
# 1.
망한 영화라 해야 할지 성공한 영화라 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배(영화적 완성도)보다 배꼽(건 카타 액션)이 크다는 것에는 호평하는 사람과 혹평하는 사람 사이에 합의가 있는 듯 하나, 그것이 배가 지나치게 작아서인지 배꼽이 크고 뛰어나서인지는 갑론을박이 있다. 호평하는 사람들은 당시 범람하던 매트릭스의 마이너 카피와 반대되는 방향의 액션 표현을 선보인 것에 점수를 주는 모양새고, 혹평하는 사람들은 어쨌든 박약한 이야기의 완성도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작품의 주제의식은 당시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제법 낡고, 구현 역시 태만하다. 단단히 망한 근미래를 이야기할 때면 눈 감고 찍어도 대충 들어맞는 올더스 학슬리의 <멋진 신세계>와 조지 오웰의 <1984>를 비롯해 수많은 작품들이 이미 다룬 담론들인 데다, 그 아이디어라는 것 또한 원리는 외면한 채 현상적으로만 차용해 자기부정의 형태로 재연하는 데 그친다. 감정을 대하는 두 세력 간의 체제 경쟁과 그중에서도 리브리아의 내적 모순에 집중함에도 불구하고, 결착은 마땅한 논평 없이 위선과 모순 정도만을 비난한 후 먼치킨 주인공의 무쌍 액션으로 정리된다는 것은 자학적이다.
주인공의 드라마에서 한 발짝 물러나 복기해 보면 실질적 흑막인 듀폰트의 계획은 내내 성공적이었던 것에 반해 반군의 지도자 유르겐의 계획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모든 전개는 존 프레스턴의 규격 밖의 유능함과 몇몇의 요행, 동지들의 희생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그중 하나라도 엇나갔더라면 리브리아는 멀쩡히 유지되었을 것이다. 가정컨대 체제에 대한 의문을 품은 존재가 브랜트고 체제를 옹호하는 쪽이 프레스턴이었다면 브랜트의 얼굴이 썰리는 시점에서 이야기는 허망하게 끝난다. 이와 같은 이야기의 부실함이 관객을 수동적이게 만든다는 것은 분명하고, 이야기에 수동적인만큼 관객의 감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역시 분명하다.
# 2.
그럼 결국 남는 건 건 카타 액션인데 이 역시 애매하다. 호들갑 떨 정도로 멋있는가 싶기는 한데 그렇다고 또 나름의 독창성이 없냐 하면 그렇지도 않고, 이 모호한 평가는 처음 영화를 봤을 때도 이후 다시 봤을 때도 여전하다.
오프닝 시퀀스의 액션은 제법 위력적이다. 숨어든 반군을 상대로 전구를 터트려 암전을 만든 후 도륙 내는 장면. 고요한 가운데 조급한 몇몇의 속삭임이 지나고, 총구의 섬광이 카메라 플래시처럼 연이어 터지다 짧은 시간 아크로바틱한 프레임이 난사되는 연출의 박력은 이 영화가 못마땅한 사람들조차 부정하기 힘들 정도로 인상적이다. 반전의 집무실에서 펼쳐지는 듀폰트와의 결착 역시 보는 맛이 있다. 익숙한 무술을 펼치듯 서로 합을 주고받으면서도 단순히 날을 쳐내기만 하면 되는 검술과 달리 총구가 향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만으로도 결착이 나는 총기 액션의 특성을 실험했다는 면에서 이후의 영화들에게 의미 있는 영향이 되었다. 거리가 벌어지면 다시 자세를 가다듬는 것이 아니라 거리가 벌어지는 시점에서 총을 어떻게 소유하고 있느냐로 허망하게 판가름 난다는 것도 나름 이색적이다.
반면 대낮에 사람들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흐느적거리는 꼴을 보노라면 염병한다 소리가 절로 튀어나온다. 특히 총열을 망치처럼 잡고 6명을 때려죽이는 장면을 슬로우까지 쳐 걸고 있는 걸 보면 코미디도 그런 코미디가 없다. 화면 너머 촬영 현장을 상상해 해당 씬을 파닥거리고 있을 크리스찬 베일을 연상하노라면 더욱 웃기다. 크리스찬 베일의 파닥거림을 본 감독이 "당신 이러다 배트맨도 하겠는걸~?"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을 상상하면 더더욱 웃기고 말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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