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이미 완성되어 있었던 그의 액션 미학
성룡 감독,
『프로젝트 A :: Project A』입니다.
# 1.
<취권>(1978), <쾌찬차>(1984), <폴리스 스토리>(1985), <러시 아워>(1998) 등과 함께 액션스타 성룡을 대표하는 시리즈. 라고는 하지만 인지도가 살짝 부족한 건 사실이다. 딸기코의 소화자가 인상적이었던 취권만큼 개성적이지도 않고 폴리스 스토리나 러시 아워만큼 친숙하지도 않거니와, 일단 특유의 무심한 제목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 여타 작품들에 비해 당대 홍콩의 지역색과 시대성이 강하게 묻어나는 작품이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아쉬운 인지도와 별개로 작품성만큼은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수많은 영화 팬들이 80년대 홍콩 액션 영화의 명작으로 꼽을 정도. 이전까지 고전적 캐릭터를 기능적으로 수행하던 성룡이 영역을 확장하게 된 시발점으로서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시그니처의 향취를 맘껏 맛볼 수 있는 데, 그것이 제안되거나 실험되는 것을 넘어 이미 완성되어 있다는 면에서 위대한 작품이라 하겠다.
홍금보, 원표와 함께 가화삼보(嘉禾三寶)의 궁합을 감상할 수 있다는 면에서도 가치가 있다. 가화는 세 배우가 소속되어 있던 골든하베스트의 한자명이니 가화삼보라 함은 ‘골든하베스트의 세 보물’이라는 뜻이다. 다만 막상 영화를 보면 성룡을 제외한 홍금보와 원표의 비중은 그렇게까지 크지 않다. 오히려 성룡의 스턴트 팀 성가반(成家班)과 홍금보의 스턴트팀 홍가반(洪家班) 멤버들 한 명 한 명의 기여가 훨씬 크다. 액션이 하나의 직업을 넘어 꿈인 사람들이 서로를 믿고 온몸을 내던지는 우정은 보는 관객들조차 뭉클할 정도다. 다양한 환경에서의 액션을 기획하고 관철하고 시도하고 촬영할 수 있었던 당대 홍콩 프로덕션의 저력을 확인한다는 면에서도 즐거움이 있다. 단순히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것을 넘어 저 장면은 어떻게 찍은 걸까를 역산해 보는 것은 프로젝트 A의 재미인데, 무려 속편에선 더욱 스케일이 커진다.
가화삼보가 그렇게 대단하다면 골든하베스트라는 이름을 들어볼 법도 하지 않냐, 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우리에게도 가까이 있는 영화사다. 당장 cgv가 한국의 배급사 Cheil Jedang과 홍콩의 Golden Harvest, 호주의 Village Roadshow Pictures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영화관 체인이기 때문. 물론 그것도 지분구조가 정리되며 옛날이야기가 되었지만 어쨌든 근처에 cgv가 보인다면 적당히 아이스브레이킹하기 좋으니 써먹도록 하자.
# 2.
영화를 가득 채운 액션 시퀀스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배치는 조금 더 흥미로운 맛이 있다. 앞서 고전의 액션에서 현대의 액션으로 넘어오는 과정에 놓인 작품이라 말할 것처럼 영화의 시퀀스 역시 그 과도기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부 육경과 해경이 다투는 장면은 무협식 주점 액션의 정중한 차용이다. 무술을 주고받는 동안 박살 나는 나무의자의 개수를 세어보는 재미는 익숙해서 더욱 즐겁다. 물론 서로 멋있는 척하던 성룡과 원표가 기둥 뒤에 숨어 잔망을 떠는 코미디도 빼놓을 수 없다. 귀족 클럽에서의 액션은 전통적인 객잔 액션을 서양식으로 재해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무계단으로 연결된 1층과 2층을 오가는 수직적 동선과 추락하는 엑스트라의 아찔한 액션 뒤로,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가 멋들어진 새하얀 서양식 건물은 과연 이색적이다.
그리고 그 유명한 자전거 추격씬이 이어진다. 액션이라기보다는 기기묘묘하고 아크로바틱한 서커스에 가까운 데, 미로와 같은 골목골목을 자전거 위에 올라 내달리면서 뒤엉키는 액션이란 고전의 배경에선 쉬이 기대할 수 없는 재미임에 분명하다. 맨몸으로 깃봉을 오르는 스턴트는 작품을 상징하는 장면 중 하나다. 톰 크루즈에게 철기둥을 코어 힘만으로 오르던 <로그네이션>의 액션이 있다면 성룡에겐 프로젝트 A의 깃봉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망의 시계탑 액션. 헤럴드 로이드의 <마침내 안전!>을 오마주한 직후의 아찔한 추락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압도적이다. 더 놀라운 것은 여러 번 시도한 데다 성가반 배우 화성과 주윤견도 수차례 뛰어내렸다는 비하인드다. 앞서의 자전거 액션과 시계탑 액션만 못한 것으로 평가되곤 하지만 그래도 해적 두목 라삼포와의 1:3 혈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수류탄을 터트리는 게 조금 어색하긴 하지만 말이다.
지나치게 액션이 주목받곤 하지만 특유의 능청스러운 유머감각을 간과하면 서운하다. 두근두근한 액션과, 뻔뻔한 코미디와, 하이틴 로맨스가 교차하는 능숙한 완급을 지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난다는 면에서 문자 그대로 모범적인 액션 코미디라 하겠다.
# 3.
본편은 해경과 육경의 갈등, 치안에 대한 불신 등으로 홍콩을 진단함에도 결국 외부의 적을 무찌름으로써 일치단결을 이야기한다. 반면 속편에서는 홍금보와 원표가 이탈하고 그 자리를 다양한 세력이 얽힌 플롯으로 대체하는 데, 최종보스가 선전적이고 부패한 내부의 적으로 바뀌었다는 면에서 스스로도 발전이 있었던 시리즈다. 반환이 머지않은 홍콩인들이 느꼈을 정체성 불안, 본토와의 정치 관계, 역사 인식 등 멀리 교과서로만 배웠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는 면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작금의 노회 한 성룡의 친중 행보와 젊고 건강하던 시절의 성룡을 비교하면 만감이 교차하기도 하다.
물론 정치적 맥락이 크게 보강된 속편이라 해서 액션을 만만히 봐선 곤란하다. 전작에서 헤럴드 로이드의 오마주를 대신하는, 버스터 키튼의 <스팀보트 빌 주니어>를 오마주한 앤딩은 언제 봐도 대단하다. 골든 트리오의 공백을 채우는 싱그러운 장만옥의 존재감도 주요하다. 아름다운 그녀의 예상한 것보다 훨씬 도전적인 액션 참여가 우악스러운 남자들의 땀냄새로 가득한 활극에 기대 이상의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오랜만에 프로젝트 A를 다시 보며 썩 좋지 않은 평가를 들어야 했던 무수한 스턴트 영화들을 떠올린다. 확인할 수 없는 진심을 폄하하고 싶진 않다. 부족한 스턴트 영화들을 만든 감독과 배우들의 액션에 대한 순정이 성룡의 그것보다 못하다는 것은 인신공격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성룡과 다른 영화들의 성패를 갈랐던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점이다. 관객의 즐거움을 액션에 대한 사랑에 우선하느냐, 등한시하느냐의 차이다. 다양한 장르, 다양한 표현, 다양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결국 영화란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 사이의 우정과 진실한 대화이고,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사람이 영화인 성룡이다. 대체할 수 없는 성룡의 매력이란 경악스러운 스턴트만큼이나 관객인 나에게 다가와 '어때, 재미있었어?' 다정하게 묻는 듯한 NG장면들의 감수성에 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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