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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정신적 보톡스 _ 백 인 액션, 세스 고든 감독

그냥_ 2025. 1. 2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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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현기증을 유발하는 보톡스 냄새

 

 

 

 

 

 

 

 

세스 고든 감독,

『백 인 액션 :: Back in Action』입니다.

 

 

 

 

 

# 1.

 

당신은 마피아다. CIA 소속 비밀요원이 조직의 행사에 잠입해 중요한 키를 탈취했다. 열심히 스파이들을 뒤쫓았지만 유능한 요원들을 붙잡는 덴 역부족이다. 다행히도 보스는 스파이들이 타게 될 비행기를 포섭하는 데 성공했고, 당신에게 비행기에 올라 가방 안에 들어있을 키를 회수하라 지시한다. 명령을 받은 당신은 비행기에 탔다. 기다리던 요원들을 능숙하게 제압해 화장실에 집어넣는 데까지 성공했다. 때마침 스파이가 도착했다. 감쪽같은 변장 덕에 당신을 CIA 요원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스파이는, 한껏 방심한 상태로 대화를 나눈다. 자, 여기서 질문.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⑴ 방심한 요원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고 편안하게 가방을 수색해 키를 회수한다. ⑵ 나보다 곱절은 유능한 비밀요원에게 총을 들이밀고 가방 안에 든 키를 내놓아라 협박하다 역공당한다.

 

정상적인 80억 호모 사피엔스의 선택은 ⑴번이겠지만, 쓸데없이 창의적인 세스 고든 감독의 선택은 ⑵번이다. 멍청한 마피아들을 손쉽게 제압한 카메론 디아즈와 제이미 폭스는 조악한 그래픽으로 연출된 어처구니없이 안전한 비행기 사고를 황당할 정도로 손쉽게 넘긴 후 로맨틱하게 고백하는 것으로 오프닝 시퀀스는 끝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관객은 확신하게 된다. 이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 지와 무관하게 이 영화는 스파이 액션 영화가 아니다.

 

 

 

 

 

 

# 2.

 

사춘기 자녀가 등장해 투닥거리는 시점에서 가족 코미디라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두 슈퍼스타는 짬밥을 과시하듯 능숙하고 편안하게 잔망스러운 연기를 선보이지만, 익숙한 할리우드식 코미디의 리듬과 호흡이 지난하게 펼쳐지는 모습은 썩 지루하다. 다만 명확한 타깃을 잡아놓고 그 타깃의 지갑을 공략하는 것에 최적화된 일련의 영화들은 영화 그 자체를 즐기는 것보다 작품에 투사된 타깃층의 니즈를 관찰해 욕망을 역산하는 쪽이 훨씬 흥미롭다. <패밀리 맨>(2000)을 보는 동안 이면에 숨겨진 미국 중산층의 자신감을 이야기했던 것이라거나, <나이트 플라이트>(2005)를 보며 9.11의 트라우마와 정신승리를 이야기했던 것처럼 말이다.

 

백 인 액션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영피프티를 위한 영화다. 클럽에 놀러 간 딸을 잡으러 간 부부에게 사람들이 부머(Boomer)라 부르자 자신들은 X세대(X-Generation)라 항변하는 대목은 이 영화가 세대에 관한 것임을 자백하는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주인공으로 57살 제이미 폭스와 52살 카메론 디아즈가 캐스팅된 것이야말로 더없이 좋은 증거다.

 

제목의 Back이라는 글귀에서부터 마지막 호쾌한 액션씬까지 시간을 거스르고 싶은 아집은 쉴 새 없이 삐져나온다. 현실의 주름과 기미를 보정으로 지우며 나는 아직도 섹시하다 되뇌는 모습은 위화감 넘치는 후보정의 정체다. 여전히 흥겨운 음악에 춤추는 진취적인 대학생이란 착각은 무수한 음악과 댄스로 표현된다. 아직 쌩쌩한(하다 믿고 싶은) 팔다리 관절을 이리저리 휘둘러 잘난 체하는 년놈들을 쓰러트릴 수 있단 착각은 액션의 이유다. 대체 왜 자신보다 20살 이상 어린 사람들에게 경쟁의식을 가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10년 전엔 영포티를 10년 후엔 영식스티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있을 영피프티들을 위한 영화는 그렇게 조립된다.

 

 

 

 

 

 

# 3.

 

이들의 영화가 특히 이질적인 것은 적대자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적어도 69세 브루스 윌리스로 상징되는 <다이하드>의 부머들에게 적대자는 그들의 꼰대스러움과 별개로 가족 밖의 무언가였다. 그것이 부자든 부패든 음모든 제도든 국가든 무엇이든 말이다. 가장의 진두지휘 아래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 적을 무찌르는 동안 구성원 각각은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그 결과 가족은 결속을 다지고, 결속된 가족의 집합으로서 사회는 굳건히 유지된다는 식이다. 고루하지만 그래도 온화하다.

 

반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영피프티들의 적대자는 가족 밖의 타인이 아닌 다른 세대의 가족이다. 영화 속에서 두 주인공이 무찌르는 대상은 키를 훔쳐 정전놀이 하는 마피아도, 배신자 요원 척도 아니다. 엄마아빠의 유능함과 그 유능함을 포기한 희생을 모르는 어리석은 아들딸들과, 역으로 그들의 헌신은 부정한 채 자신을 못살게만 굴었다는 착각 속의 부모다. 이들에게 소위 본떼를 보여줌으로써 강제로 반성과 존경심이라는 것을 전리품으로 챙기는 이야기다.

 

그 끝에 아량이라도 베풀듯 자기반성을 적당히 곁들이는 모습은 화룡점정이다. 반성의 내용보다 다른 세대와 달리 스스로 반성할 줄 아는 열린 세대라는 황망한 자의식이 먼저 묻어나는 풍경은 우스꽝스럽다. 물론 최소한의 자기반성조차 없이 젊어서는 노인들 욕하고 늙어서는 젊은이들 욕하는 류의 한심함에 비하면야 반성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이들이 그나마 대견하지만 말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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