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빌어먹을 악마에게 법규 날리는 한 해 보내시길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
『콘스탄틴 :: Constantine』입니다.
# 1.
상책은 근사한 세계 위로 멋들어진 이야기를 펼쳐내는 것이다. 중책은 좋은 이야기를 만들지 못했더라도 세계만큼은 매력적인 경우나, 혹은 그 역이다. 하책은 고유의 이야기도 세계도 구축하지 못한 채 설정 놀음에 빠지는 것인데, 콘스탄틴은 명백히 하책의 영화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이야기라 부를 만한 것은 없다. 전개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독할 정도로 설정 나열에 의존한다. 비장한 기독교적 주제와 기괴한 오컬트적 소재와 수려한 주인공의 미모를 끌어다 비벼보려 하지만, 본질은 그런 것들로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가라앉는 영화를 다음 시퀀스로 넘겨내는 동력이란 새로운 설정을 무한히 덧대는 것이다. 그냥 지옥의 성경이 있다 하면 그런가 보다 해야 한다. 거기에 적혀있다 그러니 그 경로대로 전개될 뿐이다. 갑자기 악마가 나타나는 것도, 이렇게 저렇게 하면 퇴마 되는 것도, 물에 발 담그고 전기의자 앉으면 지옥 찍먹할 수 있다는 것도, 물탱크에 중금속 넣으면 성수가 우려 진다는 것도 그렇다면 그런가 보다 해야 한다. 사탄과 신이 거래를 했다더라라는 내막 앞에 관객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신의 뜻이고 나발이고 루시퍼로 하여금 주인공을 되살리겠다는 감독의 선택 앞에 관객이 할 수 있는 것 역시 아무것도 없다.
# 2.
스토리텔링을 통해 캐릭터를 누적하는 과정이 전무하다 보니, 섹도시발 주인공에게 권위를 부여하는 유이한 방법은 미칠듯한 겉멋과 파워 인플레다. 손발을 쥐어짜는 허세 대사, 난사하다시피 하는 떡밥, 소품샵에서 5000원 정도에 팔 것 같은 엔틱 장신구들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이유다. 잡졸 하나 퇴치하고, 잡졸 무리 퇴치하고, 벌레덩어리 중간보스 퇴치하고, 혼혈악마 퇴치하고, 네임드 마몬과 가브리엘 마주하다, 결국 루시퍼를 엿먹이는 등 끝도 없이 에스컬레이트되는 이유다.
정확히 블리치 감성의 영화 버전 같은 것인데, 어차피 주인공이 검은색 슈트 비슷한 걸 내내 입고 다니기도 하고, 세계관 최강자에 가까운 적대자에게 개기면서 걸레짝이 되기도 하고, 마지막에 최후의 무언가를 화려하게 불태우며 적대자에게 엿을 먹이는 패턴도 비슷하니 억울할 것은 없다. 아, 끝날 것처럼 폼이란 폼은 다 잡아놓고 멀쩡히 살아 돌아온다는 것까지 똑같다.
# 3.
농반진반 이야기한 것처럼 잘 만든 영화는 못된다는 것이 양심이지만, 그런 것치고는 또 적잖은 사람들이 컬트적으로 좋아한 작품이라는 것 또한 분명하다. 아무리 반복되었다 한들 그래도 생소할 수밖에 없는 기독교 세계관의 신선함과, 일련의 유치 찬란 설정 놀이를 개성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빛과 조명과 소품이 어우러진 몇몇의 공간 디자인과, 성수에 파닥거리는 악마들에게 산탄총을 조지는 장면, 루시퍼가 혓바닥 날름날름 거리다가 마몬과 가브리엘을 박살 내는 장면, 그런 루시퍼를 향해 리즈시절의 키아누 리브스가 날렵한 턱선과 함께 법규를 날리는 장면 모두 멋있기는 하다. 블리치랑 다를 바 뭐냐 비아냥 거리긴 했지만, 역설적으로 기록적 부수를 올린 점프식 소년만화의 호연지기를 영화라는 이질적 플랫폼에 잘 녹여낸 셈이다. 서두에 하책이라 지적한 것과 별개로 그 하책이 선보일 수 있는 최대치에 근사한 작품이라 평해도 불만은 없다.
구태여 20년 전의 싼마이 오컬트 액션 판타지 영화를 다시 본 건 당일이 1월 1일이기 때문이다. 새해 처음 보는 영화로써 다가올 한 해 나를 지옥으로 끌고 갈지도 모를 루시퍼에게 신의 이름으로 중지를 던져주는 영화란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어차피 일생 명작만 보고 살 것도 아니고, 겸사겸사 금연 의지도 충전할 수 있다면 소박한 새해 아침 2시간 투자한 값은 넉넉히 한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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