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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하늘을 보는 사람 _ 노 맨스 랜드, 다니스 타노비치 감독

그냥_ 2024. 8. 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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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이 없는 세계

 

 

 

 

 

 

 

 

다니스 타노비치 감독,

『노 맨스 랜드 :: No Man's Land』입니다.

 

 

 

 

 

# 1.

 

보스니아 전쟁의 역학관계를 비무장지대에 고립된 인물들로 치환한 실험극으로, 전쟁의 참상과 부조리를 염세적 시선에서 내려다본 일종의 우화다. 보스니아 지원병 치키, 세르비아 군 신참 니노, 지뢰 위에 붙잡힌 체라의 이야기는 자조적인 블랙 코미디와 전쟁 드라마로서의 균형이 돋보인다.

 

세계 각지, 특히 1세계 밖의 전쟁 당사자가 느낄 감각을 일반론적으로 통찰한다는 면에서 의의가 있다. 한국의 외교적 입지 상 1세계적 관점에서 세계사를 교육받게 되는 데, 그것을 재고하게 만든다는 것은 이색적인 경험으로, 이는 접근이 쉬운 영미권 외의 영화를 애써 찾아볼 때 얻을 수 있는 큰 즐거움이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자파르 파나히의 영화라거나,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파벨 파블리코프스키, 아키 카우리스매키를 볼 때의 경험은 대체하기 쉽지 않음에 분명하다.

 

명시적인 적대관계는 보스니아 군과 세르비아 군이지만 실질적인 적대관계는 '전쟁 안에 있는 사람'과 '전쟁 밖에 있는 사람'이다. 전쟁 안의 사람들이 상처 입고 피폐해지는 동안 전쟁 밖의 사람들은 방탄모조차 쓰지 않고 전장을 누빈다. 언어는 코미디 요소일 뿐 아니라 세력 구분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각기 다른 깃발 아래 총을 든 군인들은 소통이 되지만, 그곳에 개입하는 외국인들과는 소통되지 않는다. UN 소속의 프랑스인과 지뢰제거병 독일인 등 다국적군이 등장함에도 그들 간 소통에 문제가 없는 것은 영어가 있기 때문이고, 여기서의 영어는 특정한 국적이 아닌 1세계 소속을 상징하는 것이다. 세르비아인 니노는 어설프게나마 영어를 알아듣는 것에 반해 보스니아의 치키는 단 하나도 소통되지 않는 데 전쟁을 둘러싼 정치외교적 상황에 대한 느슨한 은유다. 이는 결말에서 세르비아인 니노는 분노한 보스니아인에게 죽임을 당하지만, 보스니아인 치키는 유엔군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 2.

 

발가벗겨져 백기를 흔드는 두 병사의 모습과 그들의 사정과 그들의 육성과 마침내 그들의 죽음까지 집요하게 취재하는 언론은 잔혹하다. 평화를 위한 것인 양 하지만 결국 자신들의 이익과 입신을 위한 것일 뿐이고, 이때의 위선은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도청, 브리핑 끝마다 따박따박 붙이는 방송사 코멘트로 풍자된다. 안전한 스튜디오에서 포근한 스웨터를 입은 디렉터는 다시 종군기자를 닦달하고,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시청자들은 그보다 더 안전한 집에서 새로운 자극을 닦달한다. UN의 사령관은 전쟁이 소강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집요하게 양측을 기만한다. UN에 있어 상품은 평화가 아닌 전쟁이고, 고객은 흥미롭게 관전하는 1세계 사람들이다.

 

인물들은 중심에 놓인 지뢰를 기점으로 위험의 정도에 따라 계급적이다. 현장에서 멀어 안전할수록 계급은 높아지고 가까워 위험할수록 계급은 낮아진다. 계급 관계는 대단히 노골적이고 또 폭력적으로 작동하는 데 흥미로운 것은 가장 높은 계급의 인간은 사령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취재권으로 언론을 통제해 보려 하지만 더 큰 뒷배인 시청자의 권위 앞에 화려한 사무실의 사령관은 현장으로 끌어내려지고, 이때의 계급적 추락은 헬리콥터를 통해 시각화된다. 지뢰를 등 뒤에 둔 체라가 있는 곳이 하필 깊은 구덩이 아래 참호라는 것 역시 이런 계급적 관계의 연장이다.

 

"지뢰 제거병은 평생 딱 한 번 실수한대."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하던 지뢰 제거병이 구덩이를 내려가 지뢰에 가까워지자 그의 목숨은 금세 가벼운 농담거리로 치부된다. 편안한 농담은 현장의 굵은 땀방울과 대비되고, 다시 떨리는 체라의 표정으로 극화된다.

 

 

 

 

 

 

# 3.

 

전쟁 안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어수룩하고 태만하고 어리석고 무신경하다. 감독에게 그들은 당장의 울분과 편안에 따라 움직이는 바보다. 보스니아 군과 세르비아 군은 물론, 어쩌다 보니 이들을 대표하게 된 치키와 니노 역시 마찬가지다. 포탄이 머리 위로 빗발치는 동안 누가 먼저 이 싸움을 시작했나로 싸우는 것보다 더 한심한 건, 그것을 결정짓는 것이 고작 당장 누구 손에 총이 들려있느냐라는 것이다. 영화 내내 서로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담배를 피우고 같이 피 흘리는 유일한 관계임에도 서로를 기망하고 견제하고 의심하고 증오하다 파멸하는 것이 감독의 진단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날카롭게 비판하는 것은 전쟁 밖에 있는 사람들이다. 바보 같은 세르비아인과 보스니아인을 블랙코미디의 웃음거리로 삼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들에겐 최소한의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의 시퀀스에는 일말의 웃음도 허락하지 않는다. 현장의 중사 미셸은 온갖 이기적인 무리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양심적인 인간이지만 그럴싸한 몇몇의 명언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의 병사조차 구하지 못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 자위하며 기자와 눈 맞추는 장면은, 미셸과 같은 자들에게조차 전쟁이란 도덕적 허영으로 충만한 낭만의 공간일 뿐이라는 신랄한 비판이다. 말 뿐인 반전론자에게 윤리적으로 면책될 길은 없다.

 

 

 

 

 

 

# 4.

 

"낙관주의자랑 비관주의자가 어떻게 다른지 아냐? 여기서 더 나빠질 리 없다고 생각하는 새끼가 비관주의자고,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걸 아는 놈이 낙관주의자야"라는 대사는 작품을 대표하는 한 마디로 작품이 다소 가벼운 톤의 코미디로 기획된 이유다. 노 맨스 랜드는 낙관주의자의 영화다. 앞으로 얼마든지 잘 될 수 있다는 의미의 낙관주의가 아닌, 얼마든지 더 나빠질 수 있다 생각하는 자의 비참한 낙관주의다.

 

한번 죽었다 다시 살아난 체라는 지긋지긋한 사람으로, 전쟁의 참상을 지나온 감독의 무력감과 혐오감이 적극적으로 투영된 존재다. 당장 죽게 생긴 마당에 싸우고 있는 바보들과 희망을 판매하던 유엔의 배신 끝에, 죽음보다 어두운 밤에 잠식된 체라는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손에 든 평범한 사람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비규환의 한가운데 있는 체라는 유일하게 하늘을 올려다보는 인물이다. 진정 평화(하늘)를 바라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다. 이었다.

 

푸른 하늘과 대비되는 어두운 밤, 그 한가운데 놓인 이미 죽은 인간의 결말은 엄숙하다. 차라리 절규라도 해줬으면 덜 미안할 것만 같은 담담한 표정으로 꼿꼿하게 누은 체라는 누적된 웃음과 대비되어 비장하다. 이름 모를 사람들의 중립지대. 살아남은 사람 없는 전쟁터. 누구도 사람 아닌 지옥도. 그 한가운데 어쩔 수 없이 버려진 사람의 그늘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인상적인 앤딩이다.

 

지뢰는 그 자체로 내전을 상징하는 메타포다. 폭탄을 들고 온 사람도, 설치한 사람도, 등에 댄 사람도, 위협받는 사람도, 오늘 죽은 사람도, 내일 죽어갈 사람도 모두 전쟁의 당사자라는 것이 중요하다. 지뢰를 본 독일군이 이것은 해체할 수 없다 말하는 건 갈등이란 대리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UN을 위시한 기망적인 1세계에 대한 대단히 감정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타인이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는 갈등을 풀어내야 하는 것은 당사자들이라는 면에서 자성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end.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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