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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Mystery & Thriller

마지막 질문 _ 미스터 홈즈, 빌 콘돈 감독

그냥_ 2024. 7. 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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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위대한 배우가 위대한 탐정을 빌려 던진 마지막 질문

 

 

 

 

 

 

 

 

빌 콘돈 감독,

『미스터 홈즈 :: Mr. Holmes』입니다.

 

 

 

 

 

# 1.

 

93세의 셜록 홈즈와 함께 기억과 현실의 경계를 탐험한다. 위대한 탐정의 이름에 묘수풀이식 미스터리 추리극을 기대하기 쉬우나, 인간 정신의 복잡성과 노화의 의미를 다룬 영화라는 면에서 의외성이 있다. 영화는 과거 사건의 전말을 중심으로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추리 장르의 관습을 탈피, 새로운 서사적 가능성을 모색한다. 논리와 감성, 과거와 현재, 기억과 망각, 사실과 창작의 대비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지적이면서 동시에 감성적인 탐구다. 다만, 그 의외성에 관객이 동의해 줄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이후 이야기하게 될 주제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홈즈의 캐릭터가 희생하는 면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팬들이 실망한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수상할 정도로 방대한 일본관 관련된 분량은 감독이 셜로키언들에게 건네는 사과의 손길처럼 보일 정도다.

과거와 현재를 교묘하게 교차시킨 서사 구조는 특징적 매력이다. 일부는 혼란스럽다 느낄 수도 있으나, 그 혼란스러움이야말로 본질이다. 1947년 현재의 홈즈와, 30년 전 마지막 사건에 대한 회상이 긴밀하게 맞물리는 형식으로 이야기는 전개되고, 일련의 구조는 단순한 시간 이동을 넘어 인물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효과적으로 반영한다. 현재의 홈즈와, 일본에서의 홈즈와, 30년 전의 홈즈와, 왓슨이 기록한 홈즈와, 영화화된 홈즈를 거침없이 넘나드는 구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인물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앞서 생의 마지막을 앞둔 노인의 인간 드라마라 했지만, 브랜드에서 기대할 수 있는 추리물 특유의 논리적 전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추리물의 긴장과 흥미를 나름 성실하게 제공한다. 가정부 먼로 부인과 그녀의 아들 로저와의 대화는 주홍색 연구에서 왓슨을 처음 만났을 때를 추억하게 한다. 클라이맥스에서 앤 켈못 부인과 홈즈의 대화는 정석적이다. 감독은 일련의 추리극에 홈즈가 겪는 치매 증상과 그로 인한 정체성 혼란, 깊은 고뇌를 더해 정서적 공감을 유도한다. 치매는 자연인으로서의 위기이자 탐정으로서의 위기로, 인물에게 탐정일이라는 것이 정체성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인가 보여준다.

기억과 망각의 대비는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다. 한때 완벽했던 기억력의 상실은 단순한 능력의 쇠퇴뿐 아니라 존재론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사건을 회상하려는 인물의 고군분투에 담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이 나를 정의할 수 있는가?'라는 내적 고민은 관객에게도 깊은 철학적 성찰을 요구한다.

 

 

 

 

 

 

# 2.

 

제목은 썩 흥미롭다. 신화 속에서만 존재하던 홈즈를 '미스터'라는 나약한 개인으로 직시, 영웅 신화를 해체한다. 더 이상 완벽한 추리 기계가 아닌 인간적 결함과 취약성을 가진 노인이 된 홈즈는 일상적인 모습을 통해 이질적으로 표현된다. 벌을 키우고, 로열젤리와 초피에 의존하고, 가정부와 대화를 나누며, 어린 소년과 교류하다 끝내 무릎 꿇고 오열하는 장면은 영락없는 황혼기 인간이다.

미스터가 된 초인은 노화와 정체성 변화에 대한 성찰을 제안한다. 한때 추리의 대가로 불리던 탐정이 기억과 능력을 잃어가는 과정은 불가피한 쇠퇴다. 홈즈가 과거 사건을 회상하며 느끼는 후회와 자책은 굳이 천재 탐정이 아니라 하더라도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다. 다만 추락은 아니다. 마이크로프트와 왓슨과 허드슨 부인과 켈못 부인을 향한 다가감이다. 이는 사회가 영웅과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비판적 고찰로 확장된다. 완벽한 추리가 아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인간적 연결을 추구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영웅상을 발견함과 동시에 노년의 가치와 존엄에 대한 통찰을 사색하게 된다.

 

이안 맥켈런의 연기는 캐릭터 재해석에 있어 불가분의 핵심이다. 섬세한 연기는 홈즈의 예리함과 연약함, 자신감과 불안을 동시에 표현한다. 기억력 감퇴로 인한 좌절과 분노, 그 속에서도 빛나는 지성의 흔적을 포착하는 대배우의 연기는 탁월하다는 말도 부족하다. 특히 몇몇 장면에서 스스로 무너져 내리는 순간의 감정 변화는 놀랍다.

 

 

 

 

 

 

# 3.

 

캐릭터 재해석과, 서사의 깊이, 두터운 주제의식은 시각적 청각적 요소들과 긴밀하게 얽혀 더욱 풍성한 작품으로 완성된다. 적재적소의 섬세한 영화적 기법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파편화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영국 남부 해안가의 평온한 시골 풍경은 작품의 정서를 형성하는 대표적인 미장센이다. 넓게 펼쳐진 초원과 절벽, 고즈넉한 시골 마을은 홈즈의 고립된 내면 세계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는 홈즈의 광활한 지식과 모호한 기억의 암시다.

카메라는 홈즈의 인식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현재의 안정적이고 정적인 촬영은 과거의 역동적이고 유동적인 촬영과 대비를 이뤄 인물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과거 회상에서 쓰이는 흐릿한 포커스와 핸드헬드 역시 유사한 효과다. 색감 또한 주목할만하다. 현재의 차분하고 중성적인 톤은 과거의 선명하고 따뜻한 색감과 대조를 이뤄, 시간의 흐름에 따른 기억의 변화와 감정의 퇴색을 부드럽게 은유한다.

사운드의 기여도 준수한 작품이다. 카터 버웰의 섬세한 음악은 인물의 내면을 어루만지기도, 때로는 기억을 자극하는 촉매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벌들의 윙윙거리는 소리나, 바다의 파도 소리 같은 자연의 음향은 고립된 일상과 내면의 동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켈못 부인의 마지막 순간에서의 사운드 역시 사고의 재현이 아닌 홈즈의 정신적 충격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 4.

 

결말은 개인의 전기적 드라마뿐 아니라 현대 사회의 중요한 화두를 포괄한다. 노년층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는 급속히 고령화되는 현대 사회를 개인에 압축해 정면에서 반영한다. 의학의 발달로 수명은 늘어났지만, 삶의 질과 존엄성 유지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한 사회의 단면으로서 홈즈의 위기는 우리가 집단적으로 마주한 도전이기도 하다. 혹은 디지털 시대에 정보의 외재화(外在化)가 가속되는 상황에서 개인의 기억과 경험이 갖는 가치의 재고를 부드럽게 제안한다고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스터 홈즈는 홈즈를 영상화한 다양한 작품들 가운데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전통적인 추리물의 공식을 빗겨 나는 대신 인간에 대한 탐구를 시도한다는 면에서 장르의 경계와 브랜드의 가능성을 확장한 작품이라는 면에서 의의가 있다. 다크 나이트가 단순 오락으로서의 슈퍼 히어로물의 장르적 한계를 넘었던 것처럼, 이 영화 역시 추리물 또한 수수께끼와 어드벤처의 틀을 넘어 사회적-철학적 담론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역시나 서두에 지적했듯 전통적인 셜록 홈즈의 모습을 기대한 일부 관객의 아쉬움은 영화가 겸허히 감수해야 할 비용임에는 틀림없다. 특히나 일련의 주제의식을 실현하는 방식이라는 것이 홈즈가 과거 자신이 평생 살아온 방식을 반성하고 참회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면에서 고고한 캐릭터의 신화적 면모에 애정을 크게 가지는 사람들이 모욕적이라 느껴도 달리 할 말은 없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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