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어린 시절의 가정 폭력으로 매일 악몽에 시달리던 여자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시도는 실패하고, 도리어 견적을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한 특수청소 회사에 들어가 청소부가 된다.
정수진 감독,
『서울의 낮은 :: The Noon of Seoul』입니다.
# 1.
말 맛이 좋다. 제목 말이다. 고독사를 소재로 한 영화는 그 제목처럼 '낮은' 곳의 이야기다. 각자의 사연으로 고립된 끝에 외롭게 명을 달리 한 사람들, 그래서 구조의 목소리가 사회적 경제적 의미의 수직적 깊이 때문에라도 위에 닿지 않는 사람들은 영화가 정의하는 고독사다. 시간으로서의 낮이기도 하다. 의외로 주택가는 '낮에' 더 한산하다. 다들 학교나 직장에 가고 나면 때론 한산하다 못해 서늘하기까지 하다. 대낮에 벌어진 비극이 어두워서 몰랐다는 핑계조차 해체하고 나면 외로운 죽음은 더욱 허무해진다. 죽음부터 수습까지. 오히려 낮이기 때문에 뭇사람들은 모른다.
고독사를 접하는 사람들은 보통 둘 중 하나의 반응을 보인다. 혐오하거나 동정하거나. 그들은 자신의 혐오와 동정은 당사자들에게 책임이 있다 생각한다. 죽은 사람들의 인생이 음습하거나 불쌍한 것이라, 자신의 인상은 당연한 사실에 대한 당연한 리액션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죽은 사람이라 해서 죽음을 끼고 살지는 않는다. 살아있는 사람들 모두 당장 내일에라도 변을 당할 수 있지만, 지금 그것을 암시하며 살지는 않듯 말이다. 그들 역시 살아있는 동안 언제나 '낮이'었고, 이는 주인공이 하나둘 모은 유품의 평범함이 증명한다. 귀여운 실내화, 행복한 즉석사진, 익숙한 버킷리스트, 규칙적으로 울리는 알람처럼 말이다.
물론 굳이 주인공의 이름까지 '서울'이라 해야 했을까 싶긴 하다. 언어유희에 너무 강박적이었던 건 아닐까. 되려 주인공을 잘 보여주는 것은 이름보다 선풍기다. 회전하는 선풍기에 은유된 갇혀버린 무기력한 존재의 이미지, 위태롭게 매달린 소주잔과 건배하는 오프닝은 감각적이다. 고장 난 낡은 선풍기를 수리하는 순간 걸려오는 전화라거나, 타인의 유품 가운데 놓인 선풍기를 문득 바라보는 얼굴도 좋다. 냄새라는 부정적 개념과 배치되는 물건이기도 하고 말이다.
# 2.
다만 몇몇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단단하게 구축되는 느낌은 부족하다. 죽음을 각오했던 주인공이 특수청소 회사의 청소부가 되는 아이러니까지야 감독의 상황적 제안이니 수용한다 하더라도, 자살을 기도하다 특수청소부가 된 사람에 대한 나름의 해석, 주인공이 유품을 모으는 이유와 고유의 감정선, 자살한 아버지와의 관계 설정, 마지막 유품을 정리하는 지점까지의 성찰 모두 관객과 함께 발전한다는 느낌은 없다. 영화는 사연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관계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정서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모호하다.
어쩌면 주인공의 사연은 보여주지 않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시놉시스에는 주인공이 어린 시절 가정 폭력 때문에 악몽에 시달린다 하지만 영화 내에서 그것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만약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자살을 기도한 피해자라면 마지막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울음이 잘 설명되지 않는다. 가족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상황에서 아버지가 자살했고, 가족에게 그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이해하는 것이 차라리 자연스럽다. 악몽은 아버지의 외침을 듣지 못한 딸의 죄책감이 엄습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잘 사는 법'이라는 주제의식을 굳이 사장의 입으로 말하게 하는 것은 촌스럽다. 그 방법이라는 것이 주인공에게 서서히 스며들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이야 말로 작품의 가치였을 테니 말이다. 쪼그려 앉아 사장과 대화하는 장면과, 이후 유품 수집함을 정리하는 장면과, 마지막 계란 2개 구워 밥 먹는 장면은 세 번에 걸친 지루한 동어반복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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