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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인생의 대관람차 _ 내가 그리웠니, 이경원 감독

그냥_ 2024. 5.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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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그립다 그리워 그립다 그리워

 

 

 

 

 

 

 

 

이경원 감독,

『내가 그리웠니 :: AKA 5JO』입니다.

 

 

 

 

 

# 1.

 

독립 영화에 출연한 신인 배우가 갑자기 뜰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소년 가장이 가족을 건사하듯 라이징 스타의 명성에 이끌려 초기 작품들이 건져 올려지곤 한다. 2019년에 개봉한 단편 <내가 그리웠니>는 SNL의 주기자로 사랑받은 배우 주현영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이경원 감독, 조정민, 주현영 주연의 영화는 옴니버스 장편 <동명이인 프로젝트 시즌3(2019)>의 수록작 중 하나다.

 

은퇴한 랩 스타 오조와 그의 오랜 팬 현영이 우연히 대관람차 같은 칸에 탄다. 처음엔 머쓱하니 불편해하던 오조는 현영의 호의에 서서히 마음을 열며, 음악을 관둘 수밖에 없었던 아픈 과거를 털어놓는다. 불행한 유년기로부터 도피하듯 선택한 랩 스타라는 정체성에 자기혐오를 느끼지만, 대화 끝에 자아는 새 이빨처럼 취사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자백한다. 앓던 속마음을 토해낸 오조는 묘한 해방감과 편안함을 느낀다. 해맑은 현영은 오조의 이면에 점점 더 큰 친밀감을 느낀다. 그녀는 자신의 오래전 스타에게 듣고 싶은 노래를 부탁한다.

 

영화는 현대인을 고립으로 진단한다. 줄지어 폐업 중인 테마파크는 관계와 소통의 붕괴다. 두 사람 앉기도 버거운 칸은 방어적인 개인이다. 감독은 대관람차의 운행을 통해 단절된 개인에게 강제적으로 상호 관계를 요구한다. 영화의 시간 동안 내외면의 괴리는 다각도로 적층 된다. 무대와 객석은 공간적 괴리다. 랩스타와 조련사는 시간적 괴리다. 스타의 몰락과 팬의 열정은 정서적 괴리다. 성공과 실패, 기억과 망각, 인정과 무시 사이에서 긴장은 고조된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관계를 싫어하는 것일까. 아니다. 남자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자신을 압박하는 여자가 마냥 싫지 않다. 새 일자리는 동물원으로 알아보고 싶다는 여자는, 남자가 자신이 그렇게 압박해줬으면 하는 것을 내심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2.

 

영화의 제목처럼 두 사람은 짧은 대화 속에서 그리운 것을 만난다. 오조는 외면하던 과거의 자아와, 잊고 있던 팬의 열정을 만난다. 현영은 잠적했던 스타와, 음악에 얽힌 추억을 만난다. 다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리움의 상대가 아니라 그리워하는 자신이다. 영화가 주목하는 그리움은 타인과 나누는 담담하고 진솔한 관계, 그 자체에 대한 그리움이다. 소통이 이어질 수 있게 만든 사소한 계기와 그보다 더 사소한 용기다. 고립에서 해방되는 순간의 빛나는 감정선은 선남선녀의 낭만과 설렘으로 이어져 비좁은 차량을 가득 채운다.

 

대관람차는 영화의 상황을 물리적으로 치환해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대화의 긴장은 관람차의 전진과 후퇴, 상승과 하강에 기민하게 조응한다. 내면의 변화는 얼굴 위로 쏟아지는 빛과 그림자를 통해 드라마틱하게 묘사된다. 흑백의 화면은 일련의 변화를 더욱 극적이게 만든다. 원테이크로 촬영된 작품 특성상, 대화의 흐름과 관람차의 운동을 연결하는 정확한 계획이 필요했을 텐데, 그것을 성사시킴으로써 일련의 정서적 심미적 변화에 일체감을 부여한 것은 놀라운 성과다.

 

한 바퀴가 끝나면 결국 출발점과 도착점은 같다. 같은 자리를 되돌아온 오조는 특별히 발전한, 앞으로 나아간 오조가 아니다. 달라진 것은 성찰이 아니라 관계뿐이다. 영화가 주창하는 계기와 용기는 한 바퀴 더 타고 가는 선택과 마음의 소리를 발산하는 음악으로 귀엽게 선언된다. 두 배우만큼이나 사랑스러운 결말이다. end.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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