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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결기 _ 매미, 윤대원 감독

그냥_ 2022. 5.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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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결말의 한방이 만든 박력으로 승부를 보는 영화라면 이 정도 결기는 있어야 합니다.

 

 

 

 

 

 

 

 

윤대원 감독,

『매미 :: Cicada』입니다.

 

 

 

 

 

# 1.

 

일정한 리듬의 건조한 사운드가 끊임없이 어디론가 끌려 들어가는 듯한 분위기와 몰입을 연출합니다. 계단을 천천히 거슬러 올라오는 그녀는 갓 땅 위로 올라선 매미. 옆으로 걷는 주인공 뒤의 난간이 정확히 목에 걸리는 그림이 관객을 더욱 불안하게 합니다. 익숙해 보이는 듯한 장소에 자리를 잡습니다. 얼굴 위로 홍등가와 여성성 따위를 의미하는 붉은빛과, 처연함과 남성성 따위를 의미하는 푸른빛이 겹쳐 떨어집니다. 그녀는 트랜스젠더 매춘부군요. 스쳐 지나는 경찰차는 추측에 확신을 더합니다.

 

운전을 하는 남자입니다. 오른손을 빨대가 꽂힌 음료에 얹어두는 모습은 여자가 사는 자판기 커피로 자연스레 연결됩니다. 자판기 아래 흘러들어 간 동전은 빈곤한 경제력의 은유라 생각한다면 무난하겠죠. 커피를 마시던 여자는 다른 창부에게 마시던 커피를 주고 담배를 빌려 피웁니다. 마찬가지의 경제력에 대한 은유라 볼 수도 있을 테구요, 내재된 갈등이나 불안정성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겁니다. 창부는 묻습니다. "근데 언니 오랜만이다. 바빴어?"... "그만두려구."... "마지막인 건가."

 

영화는 오랫동안 쉬었던 이유와, 그만두려는 이유와, 그만두려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다시 그 자리에 나타난 이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2.

 

남자의 차에 올라탑니다. 은유적으로 풀어가던 작품에 유의미한 밀도가 생겨납니다. 두 주인공의 대화를 즐기는 맛이 썩 즐겁습니다.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하게끔 준비한 티가 난달까요. 매춘부와 손님의 관계로도, 정체성의 문제로 헤어진 연인 관계로도 보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가운데 마지막 반전이 작위적이라는 누명으로 벗어나기 위한 의도된 이물감도 적절히 녹여내고 있습니다.

 

# 3.

 

두 사람은 트랜스젠더 창현의 각기 다른 정체성이었다.

 

라는 내막입니다. 스스로에 대한 연민과 사랑과 미움과 미련을 온전히 공유하는 정체성들이 서로를 살해하고 그 껍질을 벗어던져 탈피하는 이야기죠. 돈과 힘으로 여자를 차 안에 불러들이는 장면은 차가운 쇳덩어리로 집어삼켜 목을 조르는 푸른색의 이미지입니다. 등뼈를 찢고 새롭게 태어나는 장면은 뜨거운 살덩이를 갈라 죽음으로서 해방시키려는 붉은색의 이미지로 승화되어 대비되죠. 비틀거리는 연약한 걸음, 발치를 잡아채는 미련처럼 보이는 끈끈한 점액, 웃는 것과 흐느끼는 것 중간 어딘가의 미묘한 목소리와 표정, 새로운 친구의 탄생을 반기는 듯 귀를 어지럽히는 매미소리와, 땅바닥에 붙어 있는 존재가 위를 올려다보는 듯한 구도와, 삐그덕거리며 날개뼈를 움직이는 디테일은 중독적입니다.

 

폭발적인 반전을 즐긴 후 작품을 돌이켜보면 여운이 흥미롭습니다. 17년간 여자였다는 말은 특정한 매미종의 유충 기간에서 가져온 나름의 디테일일 테구요. 뒷좌석에 위치한 카메라로 볼 때 여자가 빼빼 마른 상체만 삐쭉 내미는 모습은 마치 절반만 탈피한 매미처럼 보이기도 하죠. 팔을 잡아드는 건 의지력의 차이를 근력으로 치환한 묘사일 테구요. 키스하고 서럽게 우는 두 사람의 작별인사의 감정선도 섬세합니다. 특히 탈피를 앞두고 고치를 만드는 듯 다리를 꼬아 감는 연출은 감각적이군요.

 

대화를 하는 동안 여자는 남자를 차단하고 밀어내는 포지션, 남자는 여자를 캐묻는 포지션임에도 미묘하게 남자의 대사만 독백처럼 들렸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련의 위화감은 서로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하나로 겹쳐 드는 목소리의 서늘함으로 다시 연결되죠. 미묘하게 여성스러운 표현의 배우 '정이재'의 연기와 미묘하게 남성스러운 목소리와 자세를 연기하는 배우 '김니나'의 디테일도 작품의 성취에 크게 기여합니다. 윤대원 감독, <매미>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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