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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말뚝 _ 매니페스토, 율리안 로제펠트 감독

그냥_ 2022. 4. 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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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선언입니다. 말뚝을 때려 박는 듯한 작품이랄까요.

 

 

 

 

 

 

 

 

율리안 로제펠트 감독,

『매니페스토 :: Manifesto』입니다.

 

 

 

 

 

# 1.

 

부랑자, 앵커, 리포터, 추도문을 읽는 여인, 교사, 어머니,

증권사 직원, 공사 인부, 인형사, CEO, 가수, 안무가, 실험실 직원.

 

극단적 환경에 노출된 극단적 견해를 가진 13명의 사람들과 그들의 입에 얹은 괴기한 대사가 케이트 블란쳇에 의해 연기됩니다. 여기서의 '극단'이란 통상적 의미에서의 폭력성 따위를 내포하지는 않습니다. 각각의 사조를 이룰 만큼 자기 확신이 강한 존재들만이 가질 수 있는 '선명성'을 의미하죠. 뭐, 당연합니다. 다다이즘이니 미니멀리즘이니 도그마 95니 하는 알게 모르게 한 번쯤은 들어봤을 네임드 선언을 대사 삼아 읊고 있으니까요.

 

 

 

 

 

 

# 2.

 

각기 다른 배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블란쳇 한 명에게 一인多역을 맡기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개념이나 관념의 나열이라기보다는 단일한 존재가 가진 다면적 속성을 비춘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편안할 겁니다. 예술이나 예술사, 혹은 사회 그 넘어 현생 인류가 도달한 예술 철학적 지평의 의인화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서두에 말씀드렸듯 최대한 넓게 걸어가 말뚝을 때려 박는 듯한 느낌의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13개의 방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여기까지 갔다는 이정표를 남기는 것만 같달까요. 선언의 형태를 빌린 말뚝은 지평을 넓혀갔던 과거의 자신감이자, 현재의 한계이며, 미래의 지향입니다.

 

여타 예술적 성취들을 통할하는 도발적인 프로젝트입니다만 그렇기에 본질적으로는 아무런 정보값을 가지지 못하는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수학적 관점에서 좌표 값만 있을 뿐 질량이나 넓이 따위를 가지지 못하는 '점'과 같은 영상이랄까요.

 

 

 

 

 

 

# 3.

 

아는 사람은 아는 만큼,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만큼 보시면 됩니다. 알아 모셔야 할 만큼 대단한 것들이 아니기도 하구요. 심지어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관람 격차가 딱히 유의미한 작품도 아니기 때문이죠. 각 시퀀스마다 배치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어 저처럼 무식한 사람조차 읽히는 것이 없잖아 있었습니다만 그래봐야 달라질 건 없습니다.

 

'예술사적 컬러 패치' 정도로 활용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이후 다른 영화들을 볼 때 전혀 다른 설정, 다른 배경, 다른 언어, 다른 맥락, 다른 행동을 하는 캐릭터임에도 문득 이 영화에 나오는 13개의 캐릭터 중 하나가 떠오르신다면. 그래서 그 영화를 유희하는 데 이 영상을 가득 채운 연설의 특정한 어구 하나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 작품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이런 류의 작품을 무려 90분이 넘도록 길게 만들 수 있었던 건 오롯이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력 덕분이라 해야겠죠. 서사라 할만한 것이 전혀 없는 환경에서 상황과 대사만 조립해 캐릭터의 디테일을 구축하고 연기해야 하는데, 합니다. 황당하죠. 13개의 캐릭터를 각기 달리 연기하는 발성, 억양, 음색, 뉘앙스, 감정의 분별은 탁월하다 못해 그래요. 황당합니다. 율리안 로저펠트 감독, <매니페스토>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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