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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Thriller

what's wrong with you? _ 버닝, 마이크 갠 감독

그냥_ 2022. 5. 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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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어지간하면 주인공은 호감이기 마련입니다.

 

 

 

 

 

 

 

 

마이크 갠 감독,

『버닝 :: Burn』입니다.

 

 

 

 

 

# 1.

 

주유소 딸린 편의점에서 벌어진 하룻밤 사이 참극입니다. 장난기 많은 이쁘장한 직원 '쉴라'는 알바하다 총 맞아 변사체가 됩니다. 쉴라의 남자친구 '페리' 역시 여자친구 데리러 왔다 처음 보는 놈팽이에게 살해당합니다. 합리적인 제안을 좋아하는 편의점 털이범 '빌리'는 아포가토 되었다가 결박 플레이당한 후 통구이 앤딩을 맞았구요, 처음으로 관할 구역이 생긴 초보 경관 '리우'의 커리어는 시작부터 작살나고 말았습니다. 가게 주인은 알바생 잘못 쓴 대가로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죠.

 

이 모든 사단을 일으킨 빌런은 '멜린다'라는 이름을 가진 쉴라의 동료 직원인데요. 

문제는 얘가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점입니다.

 

 

 

 

 

 

# 2.

 

이 영화는 주인공이 비호감입니다. 

오해하시면 곤란합니다. '악역'이 아니라 '비호감'입니다.

 

주인공이 악역인 영화들은 꽤 있습니다. <대부>나 <범죄와의 전쟁> 같은 범죄 누아르 대부분이 등장인물 모두가 악당이니 당연히 주인공도 악역이구요. <조커> 같은 악인의 카리스마와 비장미로 승부를 보는 육중한 작품도 있을 수 있겠죠. <황혼에서 새벽까지> 같은 배드애스 주인공이 좀비나 외계인 따위를 갈아버리는 슬래셔 무비들도 있구요. <데스 프루프>처럼 주인공의 타락과 실패를 추적하고 조소하는 풍자극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악역이 비호감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누아르의 주인공은 대부분 개 멋있구요. 조커 역시 배트맨만큼이나 사랑받는 캐릭터죠. 조지 클루니 같이 잘생긴 주인공이 청룡언월도 들고 진 삼국무쌍을 찍는 건 언제나 호쾌하구요. 하다못해 풍자극조차 주인공에 대해 조롱은 할지언정 최소한의 공감이나 인간적 연민 정도는 불러일으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 3.

 

다시 한번.

이 영화는 주인공이 '비호감'입니다.

 

주인공 '멜린다'는 찐따입니다. 사회성과 융통성이 극단적으로 떨어지는 인물이죠. 편의점 손님들은 미모의 쉴라에겐 의뭉스러운 호의를 자신에겐 퉁명스러운 무례를 범합니다. 외로움에 사무치지만 남자와 자기는 커녕 사랑받아본 적도 없는 불쌍한 여자죠.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습니다. 찐따가 죄는 아니니까요.

 

독특한 것은 이 인물이 전혀 윤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못하다는 점입니다. 무례한 손님들을 탓하기엔 자신도 손님들이 마실 커피에 손가락을 담그고 있구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담긴 영상으로 장난치는 쉴라를 탓하기엔 자신도 리우 경관의 도찰범이죠. 멜린다를 설득하는 남자들, 쉴라의 남자친구 페리와 리우 경관은 정작 영화 내내 멜린다에게 느슨할지언정 호의를 보입니다. 그나마 잘못이 있다 할 수 있는 빌리조차 강간당하고 불에 타 죽을 만큼의 책임이 있다 할 수는 없죠.

 

찐따의 내면 속 꾹꾹 억눌려 있던 스트레스가 폭발하는 순간의 해방감과 파괴력으로 승부를 보는 류의 이야기임에도 주인공의 캐릭터도, 스트레스의 성격도,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과정도, 스트레스가 분출되는 방식도 모조리 공감을 사는 데 실패합니다. 와중에 정서 표현의 절대량은 많아 심정적으로 동화하려 하면 할수록 한없이 불쾌해지기만 하죠. 옆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불쾌한 찐득찐득하고 꿉꿉한 변태의 좁고 지저분한 내면으로 기어들어가는 기분이랄까요.

 

# 4.

 

물론 스트레스가 괴기한 방식으로 표출되는 동안 붕괴되는 내적 갈등이 일부 발견되긴 합니다. 배우 '틸다 코브햄 허비'의 그렁그렁한 눈망울은 상징적이죠. 관객에 따라선 밑도 끝도 없는 폭력을 난사하는 주인공에게 역으로 연민을 느끼는 독특하고 인상적인 영화일 수도 있어 보입니다만, 다수의 관객에게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의 연출적 방향성을 확보하지는 못합니다.

 

 

 

 

 

 

# 5.

 

주인공에게 연민을 느끼는 데 실패한 대다수의 관객은 역으로 짜증나는 데 차라리 주인공이 꺼졌으면 좋겠다(!)라는 골 때리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폭주의 이유도 멘탈리티도 거의 설득되지 않아 보다 보면 되려 주인공의 맞은편에 있는 조연들을 응원하게 된달까요. 20년간 멘탈이 갈릴대로 갈린 피안도의 독자들이 악귀라 죽여달라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어쨌든 주인공은 주인공인지라 영화 내내 상대 캐릭터들만 갈려나갑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보자면 비호감 빌런에게 히어로만 얻어터지는 영화를 보는 셈이죠. 답답하지 않을 도리가 있나요.

 

# 6.

 

영화를 관통하는 일련의 애매모호함은 클라이맥스에서 완성됩니다. 다 때려 부수고 다 죽이는 와중에 주유소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통에 고이 기름을 받아다 안전하게 편의점 내부만 태우는 소심함과 찌질함에서 말이죠. 자기 다리에 화상을 입으면서 겨우 기어 나와 인생 ㅈ되기 직전인 여자가, 경찰차 탄 왕자님을 뽀샤시 필터 잔뜩 먹인 소녀의 눈으로 바라보는 앤딩에 다다르면 관객은 고혈압으로 실신하게 됩니다. 차라리 쉴라가 죽은 시점에서 각성한 멜린다가 빌리를 쥐잡듯이 잡으러 다녔더라면 이것보단 재미있었을텐데요. 하다못해 폭주족 끌어안고 주유소 폭발 앤딩이라도 나왔다면 이것보단 덜 답답했을 텐데요. 마이크 갠 감독, <버닝>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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