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세요? :)

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영화 이야기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Film/Thriller

Yah~? _ 파고, 코엔 형제 감독

그냥_ 2022. 5. 8. 06:30
728x90

 

 

# 0.

 

Yah~!

 

 

 

 

 

 

 

 

코엔 형제 감독,

『파고 :: Fargo』입니다.

 

 

 

 

 

# 1.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시리어스 맨>, <인사이드 르윈> 등으로 익숙하실 코엔 형제의 1996년작 범죄 영화입니다. <카우보이의 노래><헤일, 시저!>에 이어 세 번째로 코엔을 이야기하게 되었는데요. 새삼 하나같이 마이너 한 작품들만 고르는 걸 보니 별난 인간이긴 한가 봅니다.

 

자동차 세일즈맨 '제리'입니다. 빚 청산하겠답시고 자기 마누라 납치를 사주한 인물이죠. 덜떨어진 사위를 못 미더워하는 부자 장인에게 몸값을 뜯어내려고 이 모든 사단을 벌인 등신입니다. 딴 돈의 반을 약속받은 납치범 '칼'과 '게어'가 등장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웃기게 생긴 스티브 부세미가 영화 내내 능숙하게 수다를 떨죠. 계획대로 납치를 하나 싶었건만 그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살인을 벌이게 되며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갑니다. 만삭의 베테랑 수사관 '마지'가 이들을 추적하게 되고 도피하는 살인마와 추적하는 경찰이 병렬적으로 전개되는 범죄 수사물이라 할 수 있죠.

 

 

 

 

 

 

# 2.

 

 

"... ... 어떻게든 되겠지."

 

 

파고의 인물들을 정의하자면 '어떻게든 되겠지'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각기 다른 사정, 복잡한 이해관계, 예외적 변수의 가능성 따위를 태만하게 판단한 후 대충 자신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리라 믿고 겁도 없이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입니다. 예상을 벗어나는 상황에 대한 대처는 태만한 판단보다 더 태만해 당장 면피하는 것을 위한 새로운 폭력과 거짓말로 귀결됩니다. 당연히 해결될 리 만무하고 더 큰 문제를 연쇄적으로 낳으며 파멸로 치닫게 되죠.

 

대표격인 인물은 역시 이 모든 사단의 원흉, 제리입니다. 아내를 납치하면 손쉽게 돈도 벌고 아내도 무사히 돌아올 거라 생각합니다. 그럴싸한 제안을 하면 장인이 덜컥 돈을 빌려주리라 생각합니다. 납치를 멈춰달라 말하면 납치범이 아내를 곱게 돌려놓으리라 생각합니다. 있지도 않은 차로 담보를 잡아도 어떻게든 되리라 생각합니다. 경찰 앞에 어설프게 둘러대면서 적당히 돌아갈 거라 생각합니다. 아내의 생사가 불확실한 상황에서조차 아들에게 거짓말로 면피하기 급급합니다. 꼬리가 밟히자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라곤 고작 모텔 방 화장실에 숨어있기였죠.

 

다른 인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장인은 겁도 없이 고작 총 한 자루 믿고 납치범에게 깝치다 총에 맞습니다. 칼은 거액의 납치극을 벌이면서도 번호판 하나 미리 준비하지 않아 일을 꼬이게 만듭니다. 매 순간 적당히 적당히 말빨로 넘어가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그 끝은 채찍질과 총알 그리고 분쇄기였죠. 게어는 당장의 면피를 위해 사람을 폭행하고 살해합니다. 나오지 않는 tv를 적당히 두드려 적당히 나오는 대로 보는 사람입니다. 제리에게 칼을 소개한 셉 역시 적당히 별일 없으리라 생각하다 다시 감옥에 가게 생겼습니다. 마지의 친구 마이크마저 적당한 거짓말로 외로움을 달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태만한 인물이죠.

 

 

 

 

 

 

# 3.

 

영화의 제목이자 사건의 배경은 눈 내리는 시골 마을 'Fargo'입니다. 눈이 쏟아지는 동안엔 무슨 일이 일어난 건 지 아무도 모르지만 눈이 그치고 나면 증거는 조금도 훼손되지 않은 채 그대로 얼어붙어 있는 곳. 그곳에서 당장 자기 눈앞에만 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바보들의 이야기입니다.

 

적당히 어떻게든 되겠지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나태한 생각만으론 절대 아무것도 되지 않는 세상에서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가를 증명합니다. 보다 보면 서사와 연출 양 측면 모두에서 집착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이들의 태만한 희망을 조금도 충족시켜주지 않고야 말겠다는 감독의 집요함 말이죠.

 

# 4.

 

방향성 자체가 어리석은 사람들의 실패 증명이기에 범죄물임에도 불구하고 장르적으로는 블랙 코미디의 성격이 훨씬 강합니다. 폭력으로 무장한 납치범들이 충분히 그럴싸한 스스로의 바보짓만으로 거동조차 힘든 만삭의 경찰관 앞에 무기력하게 체포되도록 설득하는 솜씨야 말로 이 시나리오의 가치라 할 수 있겠죠.

 

A homespun murder story.

This is a true story.

 

두 번의 강조입니다. 모든 것들을 실제 벌어질 수 있는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에나 있을 법한 특별한 바보들의 이야기가 아닌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5.

 

마지 부부는 몇 없는 '어떻게든 되리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마지는 만삭임에도 여전히 일을 나갑니다. 만삭이니까 일을 안 해도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생활비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범죄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남편 역시 아침 일찍 일어나 아내에게 다정한 식사를 대접하는 것으로 소개됩니다. 뭐 하루쯤 밥 안 준다 해도 어떻게든 되겠지라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 것이죠.

 

마지 부부와 다른 이들의 차이는 여러 장면에서 대비되는데요. tv는 특히 대표적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납치범은 tv가 나오지 않으면 이리저리 때리다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잡음과 함께 보는 사람이라 한다면, 부부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온전한 tv를 보는 사람이죠.

 

결말은 흥미롭습니다. 범죄물로서는 제리가 체포되며 막을 내리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만 굳이 마지 부부의 침실로 영화를 정리하거든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에게 남편은 자신의 청둥오리가 잘 안 쓰이는 3센트짜리 우표에 쓰이게 되었다 말합니다. 남편이 잘 쓰이지 않는 저렴한 우표에 간신히 붙었다 실망하자 아내 마지는 조금은 억지스러운 이유를 들며 남편을 위로합니다.

 

감독은 마지막 씬의 통해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적당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식으로 대하는 태만함과, 이미 벌어진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선량함은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합니다. 어떤 면에선 차갑고 냉소적일 수도 있는 작품은 결말의 씬 하나로 풍부한 메시지를 가지게 됩니다.

 

 

 

 

 

 

# 6.

 

앤딩 침실 장면을 비롯해 인상적인 장면이 많은 작품입니다만 그중에서도 하나를 꼽으라 한다면 역시 목재용 분쇄기에 시체를 갈아버리는 씬을 골라야 할 겁니다. 전반적으로 딱히 자극적이지 않은 작품에서 도드라진 장르적 연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엔딩의 미장센은 그 자체로 작품의 서사를 한꺼번에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죠. 당장의 눈앞에 시신만 없어지면 된다 생각하지만 그 뒤로 절대 숨길 수 없는 어마어마한 혈흔이 흩날리고 있음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런 인생을 살아온 끝에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 인물들의 이야기입니다.

 

서두에 농담조로 사투리 Yah~? Yah~! 를 적어두긴 했습니다만 그 나이브한 Yah~야 말로 이 영화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무수히 내뱉는 Yah~ 특유의 능청스럽고 끈적끈적한 톤과 성조와 질감과 같은 영화이기 때문이죠. 코엔 형제 감독, <파고>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 본 블로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글에서 다루는 작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댓글", "포스트를 자신의 블로그로 유인하는 데 이용하려는 댓글", "무분별한 맞팔로우 신청 댓글" 등은 삭제 후 IP 차단될 수 있습니다.

 

 

"좋아요", "댓글""구독"

 

은 블로거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