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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현실은 더 잔인하다 _ 다운, 이우수 감독

그냥_ 2021. 6. 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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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늦은 나이에 임신한 부부. 기쁨도 잠시 양수 검사 결과 태아가 다운증후군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배는 점점 불러오고, 이대로 낳을 수도 지울 수도 없는 상황에 부닥친다.

 

 

 

 

 

 

 

 

'이우수' 감독,

『다운 :: Down Syndrome』입니다.

 

 

 

 

 

# 1.

 

현실은 상상보다 더 잔인하고, 잔인한 현실은 예고없이 찾아옵니다. 작품은 중반부 아내가 의사에게 건네는 대사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시라면 어떻게 하실 거 같으세요?" 이 질문은 감독이 배역의 입을 빌어 스크린 너머 관객 개개인에게 직접 건네는 질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황을 발견하고 그 속에 놓인 인물의 심리와 시선에 집중한 연출이 섬세합니다. 윤리와 현실과 책임과 각기 다른 책임을 지는 방식들과 특정한 책임을 강요하는 법의 폭력 사이의 수평적 균형이 훌륭합니다. 갈등의 주체들을 투사한 오브제들, 이를테면 터널의 어둠이나 신발, 라면, 바다 따위가 특별히 도드라지지도 특별히 심심하지도 않아 작품의 문학적 완성도를 더합니다. 연출과 묘사 모두 양보할 수 없는 가치 판단의 기로 앞에 놓인 인물의 내적 외로움에 예리하게 소집됩니다.

 

혹자는 전개가 없는 영화라 말할 수도 있을 텐데요. 그보다는 '전개할 수 없는 영화' 쪽에 조금 더 가깝지 않나 싶은 생각입니다. 영화가 주목한 상황 자체가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 2.

 

김재화, 윤경호 두 배우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언제나처럼 기가 막히게 좋은 연기입니다.

 

열악한 단편 영화들 특유의 거친 질감을 배우의 개인능력으로 말끔하게 해소합니다. 베테랑 배우들이 몸으로 연기하는 방법이라는 걸 정확히 증명합니다. 30분여의 런타임 동안 단 하나의 질문을 놓고 번뇌해야 하는 어려운 배역 속에서 순간순간 다른 고민과 다른 선택을 노련하게 소화합니다. 역시 단편이 성공하기 위한 최선은 최대한 좋은 배우와 함께 하는 것이라는 제 나름의 생각을 또 한 번 확신하게 되는군요.

 

 

 

 

 

 

# 3.

 

다만 감독의 생각을 이렇게까지 숨겨둘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생각은 하게 됩니다. 끝내 주제의식은 명사의 형태로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 스스로 문장으로 구축되지 못합니다. 아이템이 공개된 이후 영화는 영화대로 혼자 흘러가는 동안, 관객은 관객대로 혼자 고민하다 끝나는 영화랄까요. 이렇게 돼버리면 내가 가진 고민과 감정은 영화로부터 얻은 것이 아니라 그저 내 안에 있던 것을 발견한 것에 불과할 텐데요. "그래서 이 영화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라는 질문 앞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는 영화만큼 허무한 것도 없죠.

 

특히 끝내 수술실에 들어가려는 아내를 다시 꺼내 남편 옆에 앉혀둔 건, 정말이지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노라감독의 의지를 엿보게 합니다. 글쎄요. '이들은 결국 이런 선택을 했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와 감정을 앞으로 감당해야 한다. 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였더라도 메시지는 딱히 훼손되지 않았을 텐데요. 이렇게나 사리는 건 특정한 선택으로 인한 비난으로부터 도망치고자 했다는 것 외에는 설명히 안되죠. 냉정히 말해서 비겁합니다. 이우수 감독, <다운>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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