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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이스라엘 캐슬 _ 피아니스트의 비밀, 이타이 탈 감독

그냥_ 2021. 6. 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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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우리나라가 너희 나라보다 작을 수는 있어도 우리나라 역시 위대한 나라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휴대전화와 자동차를 만들고 세계 피겨 스케이팅 챔피언 김연아와 박지성의 오른발과 왼발이 있는 나라라고.

 

다시는 한국을 무시하지 마라.

 

 

 

 

 

 

 

 

'이타이 탈' 감독,

『피아니스트의 비밀 :: God of the Piano』입니다.

 

 

 

 

 

# 1.

 

음악에 인생 갈아 넣은 피아니스트 '아낫'은 네지가 되고 싶었지만 재능은 히나타였습니다. 졸렬잎 마을 호카게들과는 달리 공과 사가 확실한 예술학교 교장 아빠는 끝내 딸을 인정하지 않았죠. 아낫은 한을 풀기 위해 민머리 남편을 낚아 2세를 통한 대리전을 계획합니다. 임신 중에도 피아노를 놓지 않을 정도로 부푼 기대로 아이를 낳았건만, 저런. 아기가 소리를 듣지 못하는군요. 하지만 불굴의 의지를 가진 우리의 주인공은 나루토에 빙의해 바꿔치기 술을 감행합니다. 진료기록까지 다 남아 있을 텐데 어떻게 저런 조잡한 짓거리가 안 걸릴 수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이 가시지 않지만 뭐 이 정도는 영화적 허용이라 해도 좋은 거겠죠.

 

착실히 남의 집 아이를 피아니스트로 길러내던 엄마는 특목고 진학에 작곡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지 저명한 작곡가를 찾아가 필살 에로 분신술을 발동, 악보를 뜯어내는 데 성공하지만 엄마의 온몸을 다한 지극정성을 이해하지 못한 아들은 무려 아빠 서명을 위조해 소풍을 떠나는 중범죄를 저지르고 맙니다. 자신의 깜냥이 카카시 정도는 될 줄 알았기에 아들 역시 나루토가 될 줄 알았지만, 주워 온 아들의 DNA는 재능충 눈깔 대전에 밀려난 노력충 록 리였고... 좌절한 엄마는 장애인 학교에 더부살이하는 카부토가 되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 2.

 

이스라엘 버전의 <스카이캐슬>입니다. 강남 학부모 드라마물이라는 거죠. 자기실현의 짐을 자녀에게 위탁한 학부모의 광적인 집착과 그 결과 자신과 자녀 모두를 타락의 길로 이끄는 파멸의 서사입니다. 과도한 사교육이 아동학대와 진배없다는 데 대한 사회적 합의가 공고한 영미권에서는 상당히 충격적인 아이템이었을 겁니다. 목적을 잃은 광기가 만들어내는 가정의 해체와 자신의 정체성이 지워져 가는 아이의 공허한 표정은 언제나 육중한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법이죠.

 

문제는 이 영화를 보고 있는 여긴 매년 수능 성적표가 떨어지는 12월이면 채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이 줄지어 목숨을 끊는 자랑스러운 헬조선 불지옥 반도. 그 곳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 대부분은 꼭두새벽까지 자기 인생 갈아 넣어 가며 공부할 것을 강요당해 본 개막장 12년 교육플랜을 돌파한 괴물들이라는 점입니다.

 

즉, 우리 눈엔 영화에서 제시하는 타락이라는 것이 너무 심심하다는 것이죠.

 

 

 

 

 

 

# 3.

 

무슨 <위플래시>의 플레처 교수 빙의해 갈구는 것도 아니고 애는 여유로운 집에서 안락하게 지내며 지가 재미있어하는 방식으로 피아노 잘 치고 놉니다. 아낫이 작곡가 찾아가 성상납을 하고 악보를 하나 타기는 하는데 당장 우리 같으면 지천에 널린 브로커 하나 물어다 돈 주고 악보 사면 뒤처리까지 깔끔할 텐데? 혹은 다이렉트로 진학청탁을 갈기는 편이 낫지 않나? 라는 괴랄한 생각이 먼저 떠오르겠죠.

 

남편이 경악해 마지않는 학대라는 것이 소풍을 못 가게 하고 실기 시험을 보게 하겠다는 건데요. 아마 헬조선 원주민인 여러분들이라면 진학 실기 시험 있으면 소풍 안 가는 게 맞지 않나? 라는 생각이 스믈스믈 떠오르셨을 겁니다. 최적화에 고일대로 고인 입시 썩은 물들에게 이런 순진한 영화론 장르가 작동하려야 할 수가 없는 것이죠.

 

 

 

 

 

 

# 4.

 

그래서 이야기하고 싶은 감상도 딱히 없습니다. 기껏해야 아낫 역의 배우 '나마 프레이스'의 연기에 대한 평가와, 선풍기의 틀 따위에 갇힌 아들의 모습과 같은 몇몇의 건조한 미장센, 영화 내내 쏟아지는 피아노 연주가 최소한의 청각적 만족감을 채워준다는 점 정도를 예의상 짚는 게 전부겠네요. 비슷한 아이템을 소화한 우리나라 영화였다면 개인의 광기와 더불어 학대적 교육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비판으로까지 확대될 텐데요. 이 영화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 채 정리되고 만다는 한계도 명확합니다.

 

영화를 몰두하며 <듣는다>는 행위의 의미와 관련된 주제의식이나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와 같은 내러티브를 즐기려 했습니다만 그러기엔...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의 과잉 경쟁 시스템이 너무 씨발이에요. '이타이 탈' 감독, <피아니스트의 비밀>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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