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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Social

삭제하시겠습니까? _ 소셜 딜레마, 제프 올롭스키 감독

그냥_ 2020. 9. 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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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무수히 많은 하자로 점철된 인격임에도 그나마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만한 장점이라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블로그질을 시작하며 글을 간단히 소개하는 트위터,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 꾸린 적은 있습니다만 그마저도 더 이상 업데이트하고 있지 않죠. 참 잘했어요. 박수 세 번 짝짝짝.

 

 

 

 

 

 

 

 

'제프 올롭스키' 감독,

『소셜 딜레마 :: The Social Dilemma』입니다.

 

 

 

 

 

# 1.

 

다다익선 多多益善. 일반적으로 소통은 언제나 긍정적인 것이라 생각됩니다. 정보를 공유하는 것 역시 언제나 긍정적인 것이라 생각됩니다. 보다 많은 소통과 보다 많은 정보의 공유는 사람들의 시야를 풍부하게 만들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게 만들어 사회를 보다 평화롭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는 건 오랜 시간 동안 의심할 수 없는 진리처럼 여겨졌죠.

 

과연 그럴까요. 소셜 미디어가 만들어낸 더 많은 소통과 더 많은 정보의 공유는 과연 개인의 삶과 사회의 모델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걸까요.

 

# 2.

 

다큐멘터리가 주장하는 소셜 미디어의 정의는 간결하고 선명하며 명쾌합니다.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그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 않다면, 당신은 소비자가 아니라 상품이라는 의미이다. 당신을 포함한 개개인의 점진적이고 눈에 띄지 않는 행동과 인식의 변화가 그 자체로 상품이다. 페이스북, 스냅챗,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핀터레스트, 레딧 등. 이들과 이들을 소유하는 소수의 사업자들이 만들어낸 비즈니스는, 인간을 상품으로 삼은 선물시장先物市場인 셈이다."

 

 

 

 

 

 

# 3.

 

누군가가 자전거를 사용하고 싶어 합니다. 그는 자전거의 비용을 지불한 후 자전거가 고장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것을 공급자에게 요구하겠죠. 비용에 대한 대가로 작동하는 대상인 자전거는 상품. 비용을 지불하는 누군가는 고객입니다. 제 아무리 사업모델이 혁신적이고 복잡하다 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본질이 있습니다. 어떤 비즈니스에서든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이 소비자라는 점이죠.

 

네, 소셜 미디어 산업에서의 소비자는 서비스 가입자인 당신이 아닙니다. 비즈니스에 자본을 투입하는 사람,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인 광고주죠. 우리가 자전거를 사며 자전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길 요구하듯 광고주는 비용을 지불하며 IT 기업에게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해당 광고를 시청하게 만들 것을 요구합니다. 비용에 대한 대가로 작동하는 대상, 보다 많은 광고를 보아야 하는 당신은 상품이죠.

 

# 4.

 

기업은 언제나 최대한의 이윤을 추구합니다. 상품을 소비자에게 보다 많이 판매하는 것을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정석적인 방법론이라 한다면, 소셜 미디어를 서비스하는 IT 기업에게 있어선 최대한의 사용자를 광고에 노출시키는 것이 곧 사업의 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 작동원리의 핵심은 당신들 개개인의 소통이나 보다 많은 정보 공유를 통한 민주주의 확장이 아닙니다. 그저 더 많은 광고를 보게 만드는 거죠.

 

 

 

 

 

 

# 5.

 

소셜 미디어를 진짜 고객인 '광고주'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모든 비즈니스는 '성공이 보장된 광고 영역'을 가지는 걸 꿈꿉니다. 성공이 보장된 광고 영역이란 해당 회사가 판매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할 가능성이 농후한 잠재적 고객층에게 일관되게 광고를 전달하는 것이겠죠. 말은 어렵지만 간단한 일입니다. 침대 회사는 '마침 침대가 필요해 침대를 사고 싶어 할 사람들'을 찾아 자사 상품의 광고를 보여주고 싶어 하겠죠.

 

다큐멘터리의 인터뷰이들은 이를 확실성 Certainty 이라 말합니다. 이 확실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상품들의 동향을 미리 파악할 선견지명 Great Predictions 가 필요하고, 그 선견지명을 구축하기 위해선 수많은 데이터 Data가 요구된다 말합니다.

 

몇몇 사람들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당신의 개인정보를 판매할 것을 두려워합니다만 순진한 생각입니다. 개인정보를 판매해 걷어들일 '푼돈'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죠. 그들은 그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높은 정확도의 Great Predictions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 6.

 

여기까지가 찝찝했다면 이 이후로의 담론은 슬슬 섬뜩해집니다. 모든 기업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상품을 조작하고 개량합니다. 첫 번째 아이폰보다는 두 번째 아이폰이, 두 번째 아이폰보다는 세 번째 아이폰이 보다 높은 상업성을 위해 개량된 물건들이죠. 만약 당신이 상품이라면 당신 역시 조작되고 개량되지 않으리라 기대하는 건 순진한 일입니다.

 

시스템이 사용자의 행동 패턴에 관한 데이터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고 이를 해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이론적-기술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면. 행동 패턴에 담긴 감정과 판단을 역으로 추론해 유효한 정확도로 미래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을 겁니다. 사용자가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결정된 미래'의 앞에 가 있을 수 있는 시스템 혹은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있어 그 미래를 임의로 조작하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죠.

 

 

 

 

 

 

# 7.

 

이미 IT 기업은 광고주에게 보다 높은 확실성의 광고 영역을 제공하기 위해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해 해석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 말합니다. 보고 싶어 하는 광고를 예측해 보여주는 단계를 너머, 보여주고자 하는 광고를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도록 만드는 단계에 도달해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사용되길 기다리는 도구의 시대를 지나 사용자의 사용을 요구하고 중독시키는 도구들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죠. 인터뷰를 진행하던 어느 전문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고객을 사용자라 부르는 산업은 단 두 종류뿐이다.

불법 마약, 그리고 소프트웨어 산업  

 

 

# 8.

 

온라인 커넥션이 오프라인 커넥션의 물리적 제약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 커넥션을 대체하고 가로막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건, 굳이 전문가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문제는 그 온라인 커넥션의 목적이 보다 많은 소통과 대화가 아닌 갈등과 갈증의 에너지를 동력으로 삼은 더 많은 광고 시청이라는 점이죠.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으로 유년기의 정체성을 수립한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뒤늦게 접하는 시기를 지나 유년기에서부터 소셜 미디어의 중독성과 폭력성과 불안함으로 인해 왜곡된 인격을 가지게 된 다음 세대가, 전혀 예측하고 보호할 수 없는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는 경고에까지 닿으면 이 사안이 더 이상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문제의식에 도달합니다.

 

산업 혁명 초기 아동을 노동자로 만듦으로 인한 폐해가 아동을 상품으로 만듦으로 인한 폐해로 재등장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 9.

 

다큐멘터리는, 소셜 미디어의 딜레마와 위험성을 대단히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직관적이면서 통찰적인 몇 개의 키워드와, '새로고침 슬롯머신'이나 '27억 개의 트루먼쇼'와 같은 인상적인 수사가 메시지를 단단하게 뒷받침합니다. 그 위로 온갖 종류의 의인화와 패러디와 극 연출 따위의 장르적 경험이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게끔 합니다. 다만, 아이템이 아이템이니만큼 전반적으로 공포 마케팅의 기법들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기에 다큐를 시청하는 동안 다소 피곤하게 여기실 수는 있겠네요.

 

# 10.

 

심리학에 기반한 소셜 미디어의 중독을 위한 체계적이고 치밀한 디자인의 위력은, 그 알고리즘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개발자마저 쉽게 벗어나기 힘들다 말하는 대목에서 약간의 허무함 혹은 무기력함이 들기는 합니다. 이 다큐멘터리나 혹은 제 글을 보고서 스마트폰을 열어 SNS를 삭제한다 하더라도 이내 다시 설치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죠.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잠시나마 스마트폰과 웹 브라우저를 손에서 놓는 시간 동안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전 이 글을 마무리 해 놓고 오랜만에 스마트폰의 전원을 끈 채 묵혀뒀던 종이책을 한 권 읽어볼 생각입니다. 생각만으로도 정신이 살짝 산뜻하게 환기되는 기분이군요. '제프 올롭스키' 감독, 『소셜 딜레마』이었습니다.

 

# +11. 글을 쓰고 보니 문득 찔리네요. 나름 최소화한 몇 안 되는 애드센스 마저도 내려야 하려나요. :)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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