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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Horror

겉멋 올인 -1- _ #살아있다, 조일형 감독

그냥_ 2020. 9. 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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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한없이 어색한 디스코드 대화가 등장하는 순간. 좀비가 된 아이가 단아하게 걸어와 "엄마 어딨어"를 내뱉는 순간. 눈 앞에서 딸이 엄마를 물어뜯는 아비규환을 목격했음에도 우리의 주인공이 걸쇠 하나 걸지 않고 문을 열어재끼는 순간. 갑툭튀한 옆집 남자와 전혀 이해되지 않는 억지스러운 대화를 주고 받고 그 남자가 밑도 끝도 없이 화장실을 쓰겠다 말하는데 그걸 냉큼 받아주는 순간. 때 마침 세상 편리하게도 TV 앵커는 정확히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는 설명충을 자처하고. 배경 설명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 옆집 남자가 각기춤을 선보이는 순간. '유아인'이 댄스 장인을 현관문을 향해 밀치자 마치 누가 손잡이를 돌려 잡기라도 한 듯 문이 쉽게 열리는 걸 목격하는 순간. 정확히 10분 만에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바닥을 뚫고 지하벙커를 향해 미친 듯이 추락합니다.

 

시나리오의 완성도는 내팽개친 채, 놀라게 하기만을 위한 음향 활용과 자극적인 카메라 구도에 올인한 인트로를 지나. 아무런 맥락 없는 해부학 학습자료 및 세기말 감성의 비닐 찢기 오프닝까지 보고 나면. '유아인' 하나로 영화를 비벼보겠다 라는 감독의 속셈을 완벽히 확인하게 됩니다.

 

 

 

 

 

 

 

 

'조일형' 감독,

『#살아있다 :: #ALIVE』입니다.

 

 

 

 

 

# 1.

 

시작부터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유아인'의 '오준우'는... 그냥 병신입니다.

 

만, 이 병신같음의 책임은 모두 배우가 아닌 감독에게 있습니다. 감독이 원하는 단편적인 겉멋에 부합하도록 온갖 설정을 억지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등신짓들이기 때문이죠. 영화 시작, 준우가 바보같이 스스로 문을 열어재끼는 건 억지로나마 긴장감이 있는 듯한 착시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입니다. 뜬금없는 드론 날리기는 '준우'가 바깥 상황을 확인하고자 날린 게 아니라 관객들에게 드론으로 내려다보는 좀비 떼의 그림 하나 보여주기 위해 부린 억지에 불과하죠.

 

 

 

 

 

 

# 2.

 

좀비물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요. 그중에서는 스타팅 구역은 안전하지 않거나, 혹여 안전하다면 그 기한은 대단히 제한적이어야 한다 라는 전재도 포함됩니다. 그래야 좀비 사이를 위험을 무릅쓰고 뚫고 지나갈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죠. 반면 이 영화는 시작부터 안전가옥을 확보하고 들어갑니다.

 

네. 본질적으로 좀비물이 아닙니다. 『캐스트 어웨이』죠. 그럼 왜 굳이 좀비 떼를 깔아 놓고서 이런 괴상한 선택을 한 걸까요? 간단합니다. 좀비를 뚫고 지나가는 동안의 어드벤처로서의 서사를 굴릴 자신이 없거든요. 실제로 영화는 온갖 종류의 인스타그램 갬성 인싸템 자랑질로 분량의 대부분이 메워져 있습니다.

 

서사가 죽은 상황에서 템빨로 버티는 영화. 지루하지 않을 도리가 있나요.

 

 

 

 

 

 

# 3.

 

'각기 머신' 쫓아낸 준우가 한숨 푹~자고, 드론 놀이도 한바탕 즐기고, 겜질도 한 그다음 날 밤. 대체 그 타이밍에 길거리에 경찰이 왜 있는 걸까요. 상식적으로 사건 발생 직후가 아니라면 좀비 떼가 장악한 위험천만한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경찰이 나타날 이유가 없잖아요? 뭐 어디 좀비들 사이에 섞여서 급식들 담배라도 피나 싶어 순찰이라도 도는 건가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각기 머신 하나 죽이는 걸로는 긴장감이 부족하다 싶어 '여자 경찰관 캐릭터' 하나 더 만들어다 죽이려는 거죠.

 

경찰을 잡아먹는 좀비들이 갑자기 무슨 스케이트라도 타는 것마냥 주차장 입구를 향해 미끄러져 갑니다. 어디 식당이 따로 있기라도 하나 싶었죠. 왜 이러는 걸까요. 뒤집힌 시야에서 좀비가 줄지어 화면 상단에 매달려 있는 그림 이랑, 좀비 떼에 둘러싸여 그렁그렁한 눈빛 연기를 펼치는 미모의 여배우 그림 요거 두 개 하려면 그리 끌고 가야 했거든요. 간단하죠?

 

엄한 경찰관 한 명이 갈려나가는 걸 구경하는 사이 냉장고로 막아둔 현관에 좀비가 하나 들어와 있습니다? 갑자기? 왜? 문이 고장 난 거야? 이후에도 집에 좀비가 막 들이닥치려나... 싶은데 또 안 들어오네? 뭐지?

 

뭐긴 뭐예요! 알게 뭡니까! 유아인이 베란다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그림 만 뽑을 수 있으면 장땡이죠!!

 

 

 

 

 

 

# 4.

 

고립된 지 고작 이틀 만에 스마트폰을 켜 놓고 소회를 풀기 시작합니다. 아빠의 마지막 문자 타령하면서 감성팔이를 시작하네요. 영화 시작한 지 겨우 1/4 지점에서 말이죠. '준우'는 시뻘게진 눈으로 살아남은 게 기적이라느니 헛소리를 하는데 아니, 똥멍청아, 다른 사람들도 살아 있으면 너랑 같은 상황이잖아!!!

 

심지어 '준우'가 살아남아 있는 이유는 특별한 액션 활극을 벌였다거나 아주 특수한 상황과 환경에 있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냥 집에 있었던 게 전부죠. 무슨 얘기냐구요? 이 좀비 사건은 우연히 집안에 있던 사람이 소란에 놀래서 문을 잠그고 조용히만 있어도 살아남는 게 가능한 쉬운 미션이라는 뜻입니다. 적어도 두세 명보다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았어야 한다는 이야기죠. 만약 감독이 '준우'와 '유빈' 등의 극소수만 살아남은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면 그들만이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라는 놈을 반드시 마련해 뒀어야 합니다.

 

 

 

 

 

 

# 5.

 

영화를 보는 동안 참지 못하고 몇 차례 중간에 포기할 뻔 했는데요. 첫 번째 위기는 라면을 끓여 쳐 먹는 장면 에서였습니다.

 

'정재영'에게 짜장면이 있다면 '유아인'에겐 진라면이 있는 걸까요. 이후 이어지는 짜파게티에 너구리에 드론 메이커와 삼성 로고까지... 무슨 공짜로 푸는 영상도 아니고 뻔히 돈 받고 파는 영화를 만들면서 진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PPL도 적당히 해야 하지 않을까요?

 

두 번째 위기는 먹을 것도 마실 물도 없는 새X가 갑자기 힙합 음악을 쳐 들으면서 춤을 추는 장면 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말씀드렸잖아요. 이거 진짜 극한의 홍대 인디병 겉멋충 영화라니까요?

 

 

 

 

 

 

# 6.

 

수도는 끊기지만 전기는 끊기지 않습니다. 왜? 수도가 끊겨야 집 안에서 적당히 고생을 할 수 있구요, 전기는 유지되어야 I.T. 인싸템 자랑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 놓고 나중에 라면은 또 끓여 먹어야 하니까 적당히 필요할 때마다 비가 내려주셔서 수분 공급엔 지장이 없답니다. 인생 쉽네요.

 

베란다에 매달려 팔을 뻗는 건 기지국이 없는 산골에서나 하는 거지, 도심.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짓이지만 아랑곳 않고 합니다. 왜? 나중에 포스터에 써먹을 잘생긴 '유아인'이 베란다에 매달려 팔다리 쭉 뻗는 그림 을 하나 뽑아야 했으니까요.

 

 

 

 

 

 

# 7.

 

어쨌든 가족이 모두 변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분노를 참지 못해 집을 뛰쳐 나옵니다. 때마침 정확히 '준우'와 같은 타이밍에 집 밖으로 나왔다가 좀비에게 물리는 여자가 편리하게 준비되어 있네요. 사람만 보면 득달같이 달려들던 좀비들은 하필 준우에게만은 오와 열을 맞춰 걸어오거나 엉금엉금 기어만 다닙니다. 가족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에라 모르겠다 싶어 뛰쳐나간 놈이 이내 겁을 잔뜩 먹고 다시 집으로 빤스런을 합니다.

 

이 씬의 '의의'가 뭘까. 간단합니다. 감독이 생각할 때, '유빈'을 만나기 전에 '유아인'과 좀비들이 푸닥거리하는 액션 장면을 하나쯤은 따야 하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그런 이유에서라면 이후 전혀 활용되지 않는 '준우' 가족의 죽음도, 아니 그 이전에 베란다에 매달려 LTE와 천지창조를 찍은 막장씬의 이유도 모두 설명이 됩니다.

 

그래야 '준우'를 집 밖으로 내보낼 수 있으니까.

 

영화의 전개나 설정을 이렇게나 단편적인 목적만을 위해 주먹구구 식으로 대하는데 개연성 논란이 생기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죠.

 

 

 

 

 

 

# 8.

 

세상 편리하게도 때마침 양쪽 눈만 정확히 먼 좀비가 나타나는 건 어설프게나마 스릴러를 잠시 만들기 위함입니다. 영화 내내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음에도 창문에 비닐을 쳐덕쳐덕 바른 이유는 그런 류의 성당 모자이크 같기도 하고 디스토피아스럽기도 한 느낌적인 느낌의 그림을 뽑고 싶었기 때문일 뿐입니다.

 

아직 영화가 중간도 채 오지 않은 상황에서 주인공 준우가 목을 매고 죽을 거라 믿는 관객은 지구 상에 단 한 명도 없음에도 이 설정을 굳이 밀어 넣은 건 '박신혜'의 '김유빈'을 최대한 극적으로 영화에 등장시키기 위해서일 뿐입니다. 때마침 등장한 유빈의 레이저 포인트가 족자에 걸린 글씨 "안녕, 바보"를 지목하는 건 감독이 극한의 중2병에 걸려 있기 때문이죠. 아놔...

 

다음글 : 겉멋 올인 -2- [#살아있다, 조일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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