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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언더도그마 _ 헬로, 신후승 감독

그냥_ 2020. 8. 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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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거, 여자화장실에서 여장쯤 할 수도 있지. 왜 난리들이야! 난 썩은 세상에 박해받는 소수자인데!!"

 

 

 

 

 

 

 

 

'신후승' 감독,

『헬로 :: HELLO』입니다.

 

 

 

 

 

# 1.

 

오랜만에 불쾌한 영화입니다. 이 6분짜리 짧은 영화를 관통하는 정서는 단 하나 언더도그마 Underdogma입니다. 모든 순간 모든 상황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는 망상장애에, 피해자의 운명을 타고 난 자신은 그렇지 않은 모든 사람들에 비해 절대적인 도덕적 우위를 가진다는 언더도그마를 뒤섞어 만든 영상물입니다. 화장실에 강림한 도덕성의 여포가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영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자극적인 표현들로 인한 감정적 동요를 가라앉히고 찬찬히 생각해보면 이 영화에 주인공 '태훈'을 제외하고선 누구도 잘못한 사람이 없습니다. 설령 성적 다양성이 완벽히 성숙된 사회라 하더라도 여자 화장실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리면 이용자들이 불안해하고 신고를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신고가 이루어지면 경찰이 출동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고 화장실 칸에서 나올 것을 요구하는 것 역시 정당하죠. 소수자들을 위한 화장실이 없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질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여자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합리화될 수는 없습니다.

 

이 영화는 성소수자가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다른 모든 여성들에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 행위를 멈출 것을 요구합니다. 성소수자가 상처 받지 않기 위해 공권력이 제 역할을 다 하지 않을 것을 요구합니다. 제정신인가요?

 

 

 

 

 

 

# 2.

 

영화가 묘사하는 주인공 '태훈'의 불안과 공포는 본질적으로 성소수자여서가 아닙니다.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기 때문이죠. 만약 제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경찰에 잡힌다면 그건 제 이성애자 남성으로서의 성정체성이 핍박당하거나 배변 활동의 자유를 사회로부터 폭력적으로 제약당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불법을 저질렀기 때문일 뿐입니다.

 

더군다나 영화가 다루는 스트레스라는 것 역시 '아웃팅을 당할 것인가', '범죄자로 오해될 것인가' 사이에서의 갈등이라는 건데요. 아니, 거기 술집이라면서요. 친구들과 술 마시러 간 거라면서요. 술집 화장실과 같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개된 장소에서 스스로 여장을 하겠다는 건 적어도 자신의 정체성이 공개될 위험을 인지하고 감수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죠. 차라리 범죄자를 택할 정도로 아웃팅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런 위험한 행동을 선택하지 않았어야 하는 게 상식적입니다.

 

소수자가 느끼는 사회적 폭력에 대한 두려움을 묘사하고 싶었다면 기본적으로 주인공이 어떤 위법적 행동도 저지르지 않았다는 전제가 선행되었어야 합니다. 아웃팅의 공포를 설명하고 싶었다면 성 정체성은 은밀하고 개인적인 정보다라는 전제가 선행되었어야 합니다.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은 주인공의 개인적인 협소한 공간에,

다른 사람들이 무신경하게 밀고 들어와 그의 정체성을 공개하고 조롱한다.

 

 

뭐 이런 식으로 가야 공감과 이해 이전에 최소한 메시지가 작동이라도 하죠.

 

 

 

 

 

 

# 3.

 

분명히 하건대 트랜스젠더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을 하지는 게 아닙니다. 성 정체성은 자신이 선택한 것도 잘못한 것도 아니니 차별의 근거가 되어선 안된다. 라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주장엔 얼마든지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식의 유아적 떼쓰기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뭘 하고 싶었던 건지는 알겠습니다. 유독 표독스럽고 상스럽게 그려지는 여자 화장실의 여성들과, 고압적이고 무례한 태도의 경찰들은 각각 사회적 인식과 제도가 소수자를 배려 없이 폭압적으로 몰아붙이고 있음을 은유하는 거겠죠. 소수자들에게 허락된 공간은 고작 지저분하고 비좁은 화장실 칸에 불과하고 그 속에서조차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변기 물로 씻어내려야 하는 모욕과 끔찍한 자해적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 같은 걸 딴에는 전달하고 싶었겠죠. 문제는, 

 

그 메시지를 풀어내는 방식이 이렇게나 허접해 버리면 메시지가 힘을 받지 못하는 걸 넘어 오해되고 만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만 봐선 소수자들은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오해되기 딱 좋죠. "난 너희가 상상하지 못하는 거대한 피해를 상시 당하고 있으니 다수인 너희들의 피해나 비하쯤은 무시되어도 좋다"라는 인상을 주면 세상 어느 누가 함께 손을 잡아 줄까라는 질문을 감독은 진지하게 했어야 합니다. 그랬다면 적어도 배우가 이런 불필요한 고생을 하진 않았겠죠. '신후승' 감독, 『헬로』였습니다.

 

# +4.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는 다른 누구보다 성소수자들로부터 강하게 비판받아야 한다 생각합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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