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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맥주 한 캔을 곁들인 하루 한편의 영화, 그리고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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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いただきます _ 심야식당 극장판, 마츠오카 조지 감독

그냥_ 2020. 8. 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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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하루가 저물고 모두 귀가할 무렵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영업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사람들은 가게를 '심야식당'이라 부른다. 돼지 된장 정식, 맥주, 사케, 소주. 메뉴는 이게 전부. 무슨 음식이든 주문이 들어오면 가능한 건 만드는 게 영업방침이다. 손님이 있냐고? 생각보다 많다."

 

 

 

 

 

 

 

 

'마츠오카 조지' 감독,

『심야식당 극장판 :: 映画 深夜食堂』입니다.

 

 

 

 

 

# 1.

 

사람들이 모두 잠든 밤에도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밤이 편안한 사람들과 낮이 불편한 사람들이 각자의 입맛에 맞춰 소담한 식사를 합니다. 정갈한 음식들 위로 손님마다의 사연과 마스터의 담담한 눈빛과 다른 손님들의 오지랖과 넘쳐나는 시간이 찬으로 올라옵니다. 적당히 취하지 않을 만큼의 술 한잔이 곁들여지면 완벽하죠.

 

늦은 밤의 식당을 찾는 손님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 2. 

 

밤에 식당을 찾는 사람들의 삶은 그리 아름답지도 때론 건전하지도 않습니다만 『심야식당』의 매력은 언제나 과묵한 마스터처럼 특정한 시선이 없다는 점입니다. 에둘러 가리는 것은 없습니다. 민망해 숨기는 것도 없습니다. 애써 치장하는 것도 성급히 규정하거나 심판하는 것도 없습니다. 구태여 숨기기도 귀찮거니와 어차피 어두운 밤이 가려줄 테니까요.

 

 

 

 

 

 

# 3.

 

'마스터'는 식당을 찾은 손님들에게 적당히 원하는 음식을 대접합니다. 손님들은 각자의 사연과 입맛과 성격이 담긴 '늘 먹던 메뉴'나 맛있어 보이는 '다른 손님의 음식'을 부탁합니다. 관객 역시 식당 한켠의 빈자리에 앉아 자신의 사연에 맞춰 적당히 원하는 것을 얻어가면 좋습니다. 

 

 

 

 

 

 

# 4.

 

군침 돌게 만드는 정성스러운 음식들이 펼쳐지지만 정작 식당은 어떤 사람과 어떤 사연도 담아낼 수 있는 빈 그릇과 같습니다.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오늘도 밥을 먹고사는 구나라는 안도감을 담아갈 수 있다면 좋습니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할 비루함을 토해놓고 가도 좋습니다. 거칠거나 때론 지저분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며 비열한 위안을 얻어간다 하더라도 나쁘지 않습니다. 사는 게 별건가 깊은 허무함에 별 것 아닌 삶이지만 그래도 썩 나쁘지 않다는 냉소를 찬으로 올려 한 술 뜨고 가도 좋습니다. 숭고함과 무관할 고단함을 시원한 맥주 한잔에 씻어 내릴 수 있다면 훌륭합니다.

 

 

 

 

 

 

# 5.

 

영화는 '나폴리탄 스파게티', '마 밥', '카레라이스'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에피소드들은 때묻은 현실 속 순수하면서도 비극적인 사랑, 고단한 도시 생활 속에서의 외로움과 위로, 포기하고 싶은 인생에의 구원과 응원 등의 평범하지만 따뜻하고 힘있는 주제의식을 내포합니다. 기본적으론 본편과 같이 각각의 음식을 주문하는 세 손님의 이야기와 감수성을 베이스로 합니다만, 원작 시리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인공 '마스터'의 개입이 조금 큰 것은 특징적입니다. 이 부분은 관객 취향에 따라 기호가 갈릴 수도 있겠네요.

 

 

 

 

 

 

# 6.

 

든든하게 작품을 받쳐줘야 할 '마스터'의 서사적 관여도가 큰 탓에 본편 특유의 담백함은 다소 희석됩니다. 각 에피소드들 역시 호흡이 조금 가쁜 느낌이 있구요, 감수성의 낙차 또한 조금 더 커진 느낌도 있습니다.

 

팬서비스 차원에서 익숙한 얼굴들, 이를테면 노총각 '타다시', 중년의 게이 '코스즈', 스트리퍼 '마릴린', 수다스런 소녀 감성의 '오차즈케 시스터즈' 등을 최대한 등장시키려다 보니 차분하고 소담해야 할 식당이 다소 북적이는 듯한 느낌도 들구요. 원작에 비해 음식과 이야기의 연결이 다소 느슨하다는 점 역시 아쉬울 수 있습니다.

 

 

 

 

 

 

# 7.

 

대신, 본편을 배제한다면 앞서 지적한 대목들을 무조건 단점이라 말할 수 없기도 합니다. 영화가 드라마보다 타이트한 호흡과 큰 낙폭의 감수성을 가져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죠. 음식이 도드라지진 않았지만 그 공백은 에피소드 주인공들의 풍부한 표현이 채우고 있습니다. 일본의 뒷골목 특유의 서정적인 공간 연출과 이를 담아내는 심미성은 보다 화려하고 유려해 눈이 즐겁고, '마스터-손님'의 단순한 배열을 넘어선 다양한 인물의 배치 역시 2시간 동안의 집중력을 잡아내기에 충분할 만큼 흥미롭다 할 수 있겠네요. 

 

 

 

 

 

 

# 8.

 

원작의 매력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본편의 매력을 연장한 결과물로서 기대하신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습니다. 대신 독립된 한 편의 영화로서는 그럼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아직 심야식당을 보지 않으셨다면 이 영화보다는 드라마로 입문하는 걸 권하구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분들이라면 드라마와는 살짝은 결이 스핀오프를 즐긴다는 감각으로 보시라 권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단 한 번이라도 현실에서 '마스터'를 찾아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도 카레를 참 좋아하는 데 말이죠. '마츠오카 조지' 감독, 『심야식당 극장판』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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