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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rama

첫 타석 2루타 _ 미성년, 김윤석 감독

그냥_ 2020. 7. 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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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강렬한 카리스마와 몰입도를 보여주는 '배우 김윤석'과는 대조적으로, '감독 김윤석'은 예술적 미감과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인 듯합니다. 이런 사람이 그 긴 시간 동안 족발 들고 4885나 쫓아다녔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김윤석 감독,

『미성년 :: Another Child』입니다.

 

 

 

 

 

# 1.

 

사람은 여섯. 아니, 일곱. '안영주', '김미희', '권주리', '김윤아', '권대원', '박서방'. 그리고 '못난이'

 

주요 인물 중 단 두명만이 미성년자이지만 일곱의 인격은 모두 각자 다른 이유에서 미숙합니다. 일방적인 가족의 해체와 폭력적인 재조립 과정 속에서 각 인물들은 자신의 미숙함을 외면하기도, 발견하기도, 인정하기도, 부정하기도, 변명하기도 하지만 서로 간의 치열한 정서적 교환 끝에 나름의 책임과 성장과 상처와 후회와 회복을 향해 나아가는 서사죠.

 

정갈하게 정리된 상황 하에서 내면이 (그것이 긍정적이든지 부정적이 든 지와는 무관하게) 천천히 조각되어 변모하는 과정을 관찰하는 경험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느리지만 담담하고, 조용하지만 속 깊은 영화. 좋군요.

 

 

 

 

 

 

# 2.

 

인물과 대사의 배치. 메타포와 구도의 의미. 편집과 음향의 리듬 등. 거의 모든 영화 연출적 요소들이 감독의 명확한 의도 하에 정직하게 작동합니다.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난히 서사가 흘러가는 것에 내맡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연출적 의도와 충분히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동시에 그 어떤 연출적 기교들도 불필요한 두드러짐없이 '상황'을 보조하는 선에서 통제되어 있기도 합니다. 감독은 '특별히 연출된' 육중함과 장중함 대신, 감동은 오롯이 관객 스스로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 3.

 

은유로 활용되어도 좋은 것들만을 은유로 활용합니다.

유머로 소비되어도 좋은 것들만을 유머로 소비합니다.

 

단편적인 관념이나 그림, 한마디 대사 따위에 복무시켜선 안 되는 대상들은 결코 그렇게 대하지 않습니다. 은유와 유머들이 작동하는 순간엔 드라마와 일정한 거리를 둠으로서 중요한 가치들이 훼손되지 않게끔 배려합니다. 혹여 서사와 밀접한 은유들에는 대상에 대한 존중과 함께 씁쓸한 뒷맛의 화두를 남겨두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 4.

 

상황과 심정을 정리하는 <영리한 대사>들과, 대사에 담아내기 버거운 내면을 문학적으로 표현하는 <영리한 상황 묘사>가 무덤한 작품의 분위기 속에서도 흥미로운 완급과 리듬을 자아냅니다. 각 씬의 마지막마다 구도에서든 대사에서든 얻어가는 것이 있습니다. 네. 무례하게 강요하거나, 건방지게 가르치려 드는 것이 아닌. 얻어가는 것들이 있습니다. 덜컥 덜컥 관객의 발목을 잡아채는 명사 하나, 대답 하나 마다 가슴속 깊은 한숨을 수차례 불러냅니다.

 

 

 

 

 

 

# 5.

 

단역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장한 배우 출신 감독의 작품답게, 잠시 스쳐지나가는 조연조차 참 알뜰하게 아껴 쓴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작품의 큰 매력입니다. 인물을 대함에 있어 특정 효과를 위해 쓰고 치운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지경이군요. 군데군데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다는 건 덤이구요.

 

갑자기 회사가 무너지고, 생판 등장하지 않던 할머니가 시한부로 등장하고, 애가 밑도 끝도 없이 납치당하는 식의 개지랄이 없다는 것에도 마음으로 감사함을 전합니다만, 이런 당연한 것에 감사함을 느껴야 된다는 사실이 조금 서글프기도 합니다.

 

 

 

 

 

 

# 6. 

 

다만 영화 후반부에 접어들수록 감독이 작품을 온전히 이성적으로 지배하며 통제하고 있다는 인상은 희미해집니다. 아빠 '권대원'이 강도를 당하는 대목은 이전 까지의 흐름과는 너무 동떨어진 장면이죠. 사실상 이 장면은 강도가 아빠를 폭행한 것이 아니라, 버러지 같은 인간을 마음 깊이 흠씬 패주고 싶었던 감독 '김윤석'에게 얻어터진 장면이라 봐야 합니다.

 

물론 아빠에게 불행한 상황을 만든데 대한 근본적인 책임을 묻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폭력적인 선택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상처 받게 된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물리적으로 대응시킨 장면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럴싸한 이유가 있다 해서 어색한 상황이 어색하지 않아지는 것은 아니죠.

 

 

 

 

 

 

# 7.

 

개봉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던 결말은, 저 역시 과잉이었다는 생각입니다. 현실도 아니고 창작물에서 과격함이 그 자체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만 이건 '쓸데없는' 과격함이죠. 뭐랄까요. 한창 작품의 감수성에 취해있던 시점에서 쓴 시나리오 같아 보인 달까요.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 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든 길을 만들어 내려는 안간힘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 8.

 

종합적으로는 데뷔작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단단한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균형이 참 좋은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다만, 말미에 말씀드린 대로 풍부한 묘사는 있으나 메시지에 다다랐다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역설적인 상황을 치밀하게 조립하고 구현하는 솜씨는 알겠지만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그렇게 잘 들리는 영화 같지는 않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명확하나 서사가 없었던 '문소리' 감독의 데뷔작 『여배우는 오늘도』 와는 여러모로 대칭적인 작품이라 생각합니다만 소감만큼은 동일하게 남기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재밌게 잘 봤습니다. 다음 작품을 기대합니다." '김윤석' 감독, 『미성년』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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