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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Comedy

낙선 ⅱ _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그냥_ 2020. 6. 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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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 ⅰ _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 0. 정치인이 등장하는 코미디 영화입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풍자극이라는 거죠. 자고로 풍자극이라 함은 1. 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권력층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2. 비꼼에 위트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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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앞선 글에서 거짓말이라는 아이템을 규정하고 변주해 만들어냈어야 할 내러티브가 통채로 붕괴되어 있다 말씀드렸는데요. 일관성의 근거가 될 플롯이 붕괴했다면 이야기로서의 짜임새와 연출의 완성도는 보나 마나겠죠. 얼마나 개떡 같은 이야기를 풀어놓았을지 짚어볼까요?

 

# 9.

 

저주에 걸린 첫날 라미란은 남편과의 아침 식사에서 자신이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걸 이해했습니다. 차량을 통해 이동하며 다시금 확인까지 했죠. 당연히 스케줄을 취소했어야 합니다. 물론 감독은 이렇게 되묻겠죠. 스케줄을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가면 영화를 어떻게 진행시키냐구요.

 

맞는 말입니다. 제 말은 그렇다면 스케줄을 취소할 수 없는 이유라는 놈을 마련해 뒀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게 서사죠. 영화가 스스로 소개하는 정치인 주상숙은 사람만 죽이지 않으면 무조건 당선되는 대권까지 노리고 있는 압도적 다선의원입니다. 지역구 선거 정도는 얼마든지 방어적으로 치러도 된다는 거죠.

 

 

 

 

 

 

# 10.

 

공원 한복판에서 김무열과 라미란이 오열하는 씬은 영화의 조악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박살난 대사의 퀄리티 이전에 감독이 생각하는 올바른 정치인상에 대한 유치 찬란한 견해를 1:1로 매칭 해가며 토해내는 방식은 이전 글에서 지적했던 가사 도우미 씬과 더불어 감독의 역량을 가늠케 하는 최악의 구성이죠.

 

슬로우 떡칠한 화면 위로 잘생긴 김무열이 만년필 카메라를 들고 몸개그를 펼치는 순간. 정치인으로서의 주상숙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시어머니가 등장해 모욕을 당하는 순간. 바닷가에서 벌어진 싼마이 굿판과 주부 노래 교실에서의 보디가드 패러디가 관객에게 페이탈리티를 날리는 순간 모두는 영화가 스스로 거하게 자살하고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치 풍자 코미디라는 장르와 주제를 스스로 포기하는 장면이기 때문이죠.

 

 

 

 

 

 

# 11.

 

어디 보자... 억지 개그로 연명하는 영화 꼬라지를 생각할 때 그게 슬슬 등장할 때가 되었는데요. 그렇죠, 

"선수 입장!"

 

전혀 중량감을 키워둔 바 없지만 제발 비중 있게 바라봐 줬으면 싶은 캐릭터가 국회 도서관에서 큰절을 받으며 등장하는데 왜 또 하필 미성년자 성매매범인가요. 여하튼 최대한 유능해 보이기 위해 블루투스 이어폰을 한쪽 귀에만 끼고 등장하오신 대단한 선거 전문가 이운학의 선거 전략을 들어봅시다. 1. 집토끼를 잡아라 2. 네거티브를 활용하라 3. 프레임을 바꿔라 4. 인지도를 높여라. 우와 거참 대단한걸? 내가 그걸 몰랐구나!

 

감독이 최고의 선거전문가랍시고 펌프질 한 이운학을 위해 준비한 이 네 가지 필승 선거 전략의 수준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건 단 한가지 뿐입니다. 감독조차 이 영화에 애정이 없다는 것이죠.

 

 

 

 

 

 

# 12.

 

아들 은호가 등장합니다. 필모그래피가 고픈 무명의 꽃돌이 신인배우가 불려 나와 더벅머리를 자르고 바보연기를 시전 하더니 뭐요? 고작 1억에 군대? 3억에 군대? 야호? 이런 무례한 사람이 '풍자'라는 걸 하겠다고 덤빈 건가요?

 

불쌍한 아들은 뮤지컬 영화도 아니고 갑자기 엄마 따라 아모르파티를 부릅니다? 대체 열명 남짓 모아놓고 국회의원 아들내미가 왜 콘서트를 열고 자빠진 건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찌어찌 아들이 실은 의붓아들이였다는 사실이 폭로되고 집에 딸린 수영장이 등장하더니 옹기종기 세 가족이 모입니다. 이 구도면 남편 밀어서 몸개그 찍겠다는 광고라고 봐야죠? 역시나 풍덩. 뭐요? 집안 수영장에서 사람 살려? 제가 지금 잘못들은 거겠죠?

 

 

 

 

 

 

# 13.

 

시의성 타고 한철 장사하겠다고 덤벼든 싸구려 코미디 영화, 말초적 흥미를 위해 배우 개인기와 인지도로 퉁치는 쓰레기 영화의 끝은 보나 마나 100% 신파입니다. 나문희의 옥희가 죽을 때가 됐다는 거죠. 쌍팔년도의 향수가 물씬 묻어나는 "한 달 남으셨습니다."라는 의사의 대사를 듣는 순간 눈앞이 아득해집니다.

 

할머니의 수명이 시한폭탄의 타이머로서 스타트를 끊었다는 건 슬슬 영화를 접을 때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남은 20분 안에 우당탕탕 이야기를 수습해야 한다는 거죠. 유력 대선 주자의 재단 비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기자 하나가 가사 도우미 하나 매수한 걸로 퉁쳐낼 수 있다고 우깁니다. 정치인과 기자가 밑도 끝도 없이 1:1로 토론을 하며 애써 주제의식이 있는 척 분칠을 합니다. 억지로 스릴을 짜내기 위한 막장 첩보 액션이 펼쳐지는 가운데 최후의 보루 타령하며 만능열쇠 USB가 등장합니다. 결국 이 모든 국면이 풀리는 근거라는 것으로 저 USB를 써먹겠다는 광고라 봐야죠. 와중에 대중을 개 돼지로 봤다는 식의 낡은 드립으로 되지도 않은 허세를 부리는 것은 결코 잊지 않습니다.

 

 

 

 

 

 

# 14.

 

결국 온갖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이 겨우 2년 슬기로운 감빵생활 한 걸로 모든 업보를 청산했다고 우기며 영화는 정리됩니다. 자기 사욕에 수단으로 희생된 가족들을 전과자 범죄자 년이 훈계질 하는 걸 풍자라고 들이밉니다. 심지어 이 인간은 정신 못 차리고 다시 선거판을 기웃거린다네요.

 

감독이 제시하는 주상숙은 더 나은 정치인도 아니고 반성하는 정치인도 아니며 책임을 진 정치인도 아니고 정직한 정치인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저 무례하고 과격한 부패 정치인일 뿐이죠. 세상에나. 하다 하다 허경영을 참된 정치인 상으로 미는 정신 나간 영화를 다 보네요. 영화가 들려준 개 돼지 드립에 맞춰 저도 시사적 문구 하나를 주연 배우와 감독에게 던지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야... 이게 영화냐?"

 

장유정 감독, <정직한 후보>였습니다.

 

 

 

 

 

 


 

* 본 리뷰는 전문적이지 않은 일반인이 작성한 글이며, 상당 부분에서 객관적이지 않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당 글이 가지는 의의의 최대치는 "영화를 좋아하는 팬 중 단 1명의 견해"에 불과함을 분명히 밝힙니다. 모든 리뷰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하거나, WatchaPlay, Netflix, Google Movie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영화만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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